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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월미 바다열차' 창밖의 풍경들 본문

내이야기

'월미 바다열차' 창밖의 풍경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4. 19:12

'월미 바다열차' 창밖의 풍경들

 태어나는데 소란스럽고 탈도 많아 정이 안가는 '월미 바다열차' , 게다가 관광용이라서 승차요금이 자그마치 8천 원, 그래서 타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중사모'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카페 15주년을 맞이하여 카페지기님이  '월미 바다열차'를 타고 월미공원을 한 바퀴 돌아보는 행사를 마련하였다.

"코로나 시기에?"  

물론 4명씩 분산 예매하고 모임 동안 자리도 따로 앉느라 흥은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회원들의 얼굴들을 볼 수 있음을 고마움으로 알고 좋은 시간을 보낸 것으로 위안을 삼을밖에..

청년시절 하인천에서 근무하며 인천역에서 월미도까지 무던히 걷던 길을 공중에서 내려다보니 새삼스럽다. 명퇴하기 얼마 전 월미도에서 동인천까지  수익사업으로 관광용 궤도열차를 부설하자는 계획안이 부결되어 아쉬운 기억이 있었는데, 그마저도 추억이 되었구나.

날이 흐리다. 하인천 시발역에서 지기님과 노 선생, 바다님과 내가 한 조가 되어 예매한 열차에 올랐다. 서서히 출발한 열차의 창밖을 내다보니 뱀 골목과 새우젓 골목의 선명한 파랑, 빨강의 원색지붕들의 색상에 눈이 시고 싸이로의 거대한 모습이 시각을 압도한다. 대한제당과 선창산업들의 이름만 떠 올려도 아버지의 추억이 오버랩되는 내 마음 아랑곳없이 열차는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

' 형님! 저기 수고[水産高]자리는 그냥 남아있네요'

노선생의 조용한 외침에 수고엘 다니던 동네 친구 광덕이의 졸업식날의 치기가 떠 오른다. 어른들에게 술 마셔도 좋다는 허락들을 받고 친구 다섯이 아주 작심들을 하며 독한 빼갈과 소주들을 원없이 부어댄 뒤 끝에  한 친구가 병원에 실려갔다. 술로 인한 후유증은 생각보다 오래가고 부모님들의 친구들에 대한 불신의 골은 매우 깊어져 모두 그 동네를 떠나서도 함께 어울린다는 말을 하지 못했다. 생각해 보니 어린 날의 치기로 인한 친구들과의 만남의 불편함이 서서히 누적되며 지금까지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한 친구가 죽었어도 연락이 안 되어 찾아보지 못하는 관계가 이어져 오지 않았나 싶다. 안타까운 젊은 날의 아린 추억이다.

모퉁이를 한 구비 돌아 서자 바다가 보이며 옛 선광공사 모래적치장이었던 곳의 모습부터 다가온다. 그동안 월미도를 다녀 갔어도 지상에서는 못 보고 지나쳤는데 언제인지 모르게 주차장이 되었다. 월미도 문화의 거리가 시작되었다. 이 거리는 오래전에 버스도 다니던 길이었는데, 문화의 거리를 만들며 차량들의 출입이 금지되었다. 병학 아저씨가 운영하던 해저 횟집도 보이고, 번영회장 종명 씨가 하던 월미도 횟집도 지나간다. 이제 연세들이 있어 직접 운영은 못 하실 테고 팔았거나 자제분들이 이어서 하시겠지.

커다랗고 흰색의 학 모양으로 조성한 공연장을 지나자 대관람차 월미-아이의 화사하며 거대한 자태가 눈에 가득찬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거나 단풍이 오롯이 드는 날 대관람차에 올라 내려 보는 풍광이 그지없이 아름답다며 동승한 해설사가 설명을 해 준다. 이어 하얀 등대와 맞은편에 빨강등대가 짝이 되어 서 있는 모습이 저 멀리 보인다. '박물관역에서 잠시 정차하는데 내리는 사람이 없어 곧 출발한다.

왼편으로는 '이민사박물관이 보이고 오른편으로는 '해사고등학교'의 모습이 보인다. 해설사가 해사고의 특징을 설명하면서 수고는 염전 농사를 가르치던 학교라고 설명을 하는데, 조금 더 세심한 해설이 있어야겠다. 해사고를 지나며 인천항의 풍광이 시원스레 다가온다. 월미 정원의 낯익음도.. 오래전 평택으로 옮긴 5 해역사와 그곳에서 근무하던 동창 녀석과의 기억들도 하나하나 추억되어 떠오른다. 이제 왔던 길을 돌아가는 월미공원 역을 지난다. 오가며 순환하는 것이 궤도열차의 숙명이듯 우리들의 살아감도 그렇게  한 정거장씩 지나듯 원점으로 돌아갈 터이다.

2021.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