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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눈이 온다 본문

내이야기

눈이 온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4. 16:16

 

눈이 온다

시베리아 기단이 몰아쳐대고 오지게 춥다며 투덜대기 무섭게 하늘이 사보타주 하나보다. 막말을 경계하듯 흰 눈을 퍼붓는다. 내리 쏟는 모양새가 포구에 정박한 만선의 배 그물에서 우르르 물고기 쏟아내듯 하늘 끝이 보이질 않는다. 

때마침 불어 드는 소용돌이에  마실 나온 참새들이 날지도 못하고 눈바람 속에 비척이는데 입을 앙 다물고 버티는 모양새가 애처롭기만 하다. 그러게 이런 날에 나들이가 어인 일이냐!

근 한 시간여를 휘몰아치던 눈바람이 잦아졌다. 조금 더 내렸으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 뻔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눈에도 이미 힘들 사람들은 힘들다. 더 내리지 않아 다행이지만 밤으로 이어 가는 이제부터가 문제다. 차도야 조치가 되겠지만 살얼음판이 되는 인도와 골목길들이 문제로구나!

이렇듯 차츰 눈을 보는 심성이 현실적이 되어 가면서 팍팍해진다. 그러나 훨씬 연배의 영일 형님께서 이렇게 감성적인 표현으로 나의 팍팍함을 녹여 주신다

"눈송이가 봄에 벚꽃 잎 흩날리듯 휘날린다. 점점 더 날린다. 얼굴에 닿는 점점이 시원하다. 봄꽃잎 쌓이듯 눈꽃송이들이 쌓이고 길바닥이 하얗게 물들면 한 줌 움켜쥐어 저 차갑고 짜릿함을 한껏 느껴 봐야겠다. 마음이 소년처럼 들뜬다."

그대로 한 편의 서정시로 손색이 없다. 아직도 이렇게 눈을 보면서 소년의 감성을 노래하는 형님이 부러울 뿐이다.

큰 길가에도 미처 녹지 않은 눈이 얼어 가면서 블랙 아이스 현상이 곳곳에 진한 살기를 품고 흐트러져 있다. 헤드라이트의 불빛에 반짝이는 블랙아이스의 날카로운 유혹이 경인로에서 끝없이 춤추고 있다

202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