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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본문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
큰 애가 '투스타 TV'에서 주최한 '로드 스프릿 배 투스타 미니카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제목은 거창하지만 실상은 주최자와 3명의 출전자가 참석한 조촐한 유 튜브 이벤트 행사입니다. 그런데 8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능력 있는 유튜버라 그런지 의외로 전국적인 호응도가 꽤 높습니다.
부산에서 개최된 이 대회는 멤버십 회원들에게만 공지를 하고 신청을 받았는데 큰애가 세 번째로 신청을 하며 마감이 되었습니다. 대회 당일 부산의 '학리방파제'에서 음식을 먹으며 친목을 도모합니다. 해삼 전복 개불에 회까지 게다가 먹어 본 지 한 백 년은 지난 것 같은 방게 찜이 있는데 '저는 해산물은 별로 안 좋아해요' '저는 소고기가 좋아요'를 외치고 있는 큰 녀석이 참 못나 보입니다. 불현듯 오래전 놀러 간 치악산 자락 계곡에서 아이들에게 송어회를 먹여 주던 생각이 납니다. 선배님 아이들은 정말 잘 먹으며 희희낙락하는데 우리 애들만 한 점을 못 먹어 속이 상했던 기억들이 새삼스레 떠 오르더군요. 메인 요리인 장어요리를 잘 먹었으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장소를 옮겨 호스트 투스타의 아지트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투스타이자 가수인 방 효준의 개인 녹음실과 미니카 대회 주최자 투스타의 엄청난 미니카 키트 세트가 전시되어 있고, 한 편에는 대회장소인 고난도의 '용두산 트랙'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참석자 세명의 면면이 다채롭습니다. 대전에서 온 넙죽이는 현재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있으며 부산 현지인 '남포동 백바지'는 술을 좋아하며 긴 머리로 인해 여자로 오해를 받았습니다. 키트 대회에서 여러 번 참여한 경력과 튜닝을 해 오던 베테랑인데 이번에는 운이 안 좋아서인지 석민이에게 밀려 버렸습니다. 석민이는 현재 부산에 장기출장 중으로 '고양 프레 키온'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습니다.
이윽고 대회가 시작되었습니다. 출전 차량을 고르는 가위 바위 보에서 석민이가 1등을 하여 빨간 키트 '뱅가드 소닉'을 골랐습니다. 둘은 '빅토리 매그넘'과 '스핀 코브라'의 파란색 키트들입니다. 1차전은 튜닝이 안된 기본 킷을 조립하여 경주가 시작되었는데 빠른 속도의 키트와 난해한 트랙의 상태가 조화롭지 않아 코스 이탈이 속출하여 재경기가 난무한 가운데 예상외로 키트를 처음 조립해 본다는 '대전 넙죽이'가 우승하였고 '고양 프레 키온' 2등 '남포동 백바지'가 3등을 하였습니다.
이어 베이식 키트를 제공하여 튜닝을 하는 중간 타임이 주어지고 튜닝을 하는 중에 '투스타'가 이 대회를 위하여 협찬을 받은 선물을 내놓았습니다. 실내 자전거에 사용하여 해변 도로와 숲 속 산길, 호수 자전거도로, 유명 여행지까지! 시간이 없어서, 또 코로나 때문에 가보기 힘들었던 다양한 장소를 집안에서 헬스자전거를 통해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씨클이라는 홈트레이닝 서비스 기기를 3명에게 선물해 주었습니다. 4명 중 3명은 짝이 없어서, 유일한 기혼자에다 다음 달 생일을 맞는 아내가 있는 석민이에게 명품(?) 코트와 원피스를 선물을 하며 뜬금없는 푸짐한 횡재를 안겨주었습니다.
튜닝을 마치고 2차 본선대회가 열렸습니다. 첫 라운드 시작부터 전 차량이 트랙을 이탈하는 아수라장이 벌어지며 그대로 데스매치를 선언합니다. 이탈과 전복이 벌어지는 격렬한 경주 속에서 3라운드 합산 점수가 가장 높은 석민이가 우승을 하며 '투스타 미니카 대회'의 우승 선물인 '로드 스프릿' 키트를 차지했습니다. 투스타가 개인적으로 선물한 키트와 카드 두 장, 협찬받은 '씨클'에다 , 명품 코트와 원피스, 그리고 차량용 거치대를 포함하여 우승 상품 로드 스프릿'까지... '남포동 백바지'가 석민이에게 '모든 것을 다 가진 남자'라며 툴툴거리는 그 마음이 이해가 가네요. 배분에 문제가 있고 받은 사람이 배려가 없었습니다.
10월 초에 이 대회가 열렸다는데 24일에서야 유튜브에 업로드되어 그동안 참아 온 우승 소식을 자랑하는 아들 녀석의 순수함(?)에 밤늦게까지 맞장구치며 호응을 해 주었습니다. 1년의 반은 부산 쪽으로 출장을 나가 있는터라 외로울 텐데 한 눈 팔지 않고 소싯적 취미를 이어가며 살아 내는 것이 기특합니다. 아비의 입장에서야 무엇이든 어긋난 길만 아니면 바라보며 응원을 하면 되겠지요. 게다가 '씨클'은 실내 자전거가 있는 내가 쓰기로 하고 며늘애는 코트를 잘 입고 다닌다니 아주 잘 되었습니다. 큰아이 덕분에 '세계연합 기념일 - UN데이'에 기분 좋은 저녁시간을 보냈습니다.
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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