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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바람만이 아는 대답 본문
바람만이 아는 대답
늦잠을 자고 일어나 멍 때리고 있는데 후배로부터 전화가 왔다.
'태우가 데려갔나 봐요'
'응? 뜬금없이 태우는 왜?
임용된 지 고작 3달 만에 박 대통령 시해 사건이 벌어졌다. 이어 12.12사태가 일어나고 해를 넘기자마자 어느 순간 전 두환에 의해 무소불위의 국보위라는 권력이 태동되었었다.
독재타도를 외치는 수많은 젊은이들 중에 나는 없었다. 술 한잔씩 걸치며 비분강개하던 그들 속에서 나는 현실에 안주하던 아웃사이더였을 뿐이다.
이후 격동의 시간이 흐르면서 독재의 시대에서 민주의 시대로 변화되며 수십 년이 흐른 어느 날인 오늘, 총 재산 29만 원짜리 인생의 전 두환이 갔다. 5.18의 책임을 사회에 넘기고 고작 화장실에서 명을 다했다.
방송이건 포털이건 하루 종일 뉴스로 도배를 한다. 별 시답잖은 얘기들을 진지하게 혹은 장난식으로 서로 잘난 듯 뉴스 같지도 않은 얘기들을 꾸역꾸역 토해내었다.
현실을 자각할 때마다 나는 밥 딜런의 바람만이 아는 대답을 들었다. 그리고 참 많이 읊조렸다. 바람이 앙상한 나뭇가지를 스치다 말고 잠시 내 귓가에 머물러 위로를 줄 때 나는 그 바람에게 언제 사람답게 살 수 있을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바람과 대화를 할 때 나는 내 속박을 풀어놓으며 잠시 평안함을 얻을 수 있었는데 인천 5.3 사태에서 그 바람은 폭풍이 되어 나를 질타하였고,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전 두환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오늘 새삼스레 오랫동안 듣지 않던 밥 딜런의 음악을 듣고 있다.
2021.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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