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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기수형 이야기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0. 10:32

기수형 이야기

 
오늘은  참으로 낙천적인  인생을 살아가는  형 이야기를 좀 써야겠다! 항상 미국에서 살기를 원하더니 결국  " 필라델피아 "로 날아가서 살고 있는 형은 삶 자체가 참으로 낙천적이다.

 그 를  처음 만나게 된 곳은  지금은 헐려 버린  " 숭의 아파트 " 에서였다. 이십여 년 전 어느 날인가  동석형과 함께 들렸던  그 집에서는 잔치 끝이었는지 화투판으로 손님들이 흥청대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손님치레를 하던 형은 인사 간 내게 성의 없이 악수 한 번 하고는, 모여있던 일행들 속으로  다시금  돌아가 버렸다. 한참을 형들 노는 모양을 보며  이따금씩  돌아오는 술을 홀짝이며 앉아 있는 중에  뜬금없이 " 돈 있음 내놓으라"는  말에 당혹해하다가 있는 돈을 돌려주니, " 참 이름이 뭐라 했지? " 하던 첫인상이 별로였던 사람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당시 형은 병원 방사선실 기사로 근무하고 있었고, 친구들을 무척 아끼며 술을 참으로 좋아하고, 내기를 즐겨하던 사람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후 20여 년을 사귀어 가며, 느껴본 형은 낙천적이고, 도전적이며, 의리 있고, 내 것을 손해 볼지언정, 다른 이를 챙길 줄 알고, 일에 대한 추진력이 매우 빠르고, 결단이 빠르되 실수하는 것을 못 봤고, 확실한 미국병 환자면서, 자기 몸은 확실히 챙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형은 어릴때는 복사단 단원으로, 어른이 되어서도 각종 성당 모임에 열심히 활동을 하였다. 누님도 수녀님으로 계시는 형은 모태신앙으로 신앙심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형은 성가대 출신이 아니면서 친하게 지낸 유일한 형이다. 숭의 아파트에서 도화시장 앞 철로변 단층 양옥집으로 이사 간 뒤 얼마 되지 않아 술내 기를 벌인 것도 형의 내기 좋아하는 맘이 작용된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어느 날인가! 퇴근 후 술 한잔 하자며 병원으로 불러내고는 다짜고짜  옷 벗으라 하고, 이곳저곳  X-RAY를 찍어 보더니

" 자기가 베풀수 있는 위치에 있을 때 많이 베풀어라 ~그래야 자신도 베풀음을 받을 수 있다 "

라는  삶의 방향을  제시해 주기도 하였다. 이 말 한마디가 이후 , 형에게 도움을 준 계기가 되었고, 이 말 한마디로 공감대를 형성한 형과 나는 매우 가까워졌다.

기수 형은 물고기 잡이를 매우 좋아한다. 차에 항상 장비를 챙겨두고 기회만 닿으면 낚시를 드리우는, 진정한 마니아 수준이다. 게다가 잡아서 회 처먹는 것을 더 좋아하는 성질은 나의 습성과도 비슷하다. 복잡한 교통사정이 싫어 평일에만 고기를 잡으러 다니는 형을 따라다닌 덕분에, 낙엽이 지기 시작한 고창 선운사 앞 수로에서의 풍성한 붕어잡이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되었고, 이른 새벽 파주 민통선 안의 찬 이슬을 밟으며 잡아낸 40센티급의 엄청난 붕어를 건져 올릴 때의 짜릿함! 해미읍성 주변  비행장 뒤편 수로에서 건져낸, 80센티급의 황금 잉어 3마리를 잡아 연 이틀 회식을 한 즐거운 기억과   소양강 신남 빙어 축제기간 중 수박 맛 나는 빙어를 잡아먹던, 그리운 추억을 삶의 이곳저곳에 심어 놓았다.

 기수 형은 국진형과 죽마고우다. 국민학교 (나는 초등학교라는 말이 왠지 거북하다.) 시절부터, 복사 생활을 하며 우정을 키워온 사이여서인지 지금도  "보니야!  보니야! " 하며 국진 형의 본명을 애칭으로 부르는 은근함에서 진한 우정을 엿보곤 한다. 형은 내게 참으로 자상한 면을 유독 많이 보여 주었다. 소갈증을 앓고 있는 같은 몸뚱이를 소유해서인지 모르지만, 일부러 몽고 버섯을 분양해 주러 일산에서 예고도 없이 찾아와 열심히 챙겨 먹으라고  음용법을 가르쳐 주고는 휑하니 가버리고, 술 좋아하는 걸 뻔히 아니, 간에 좋은 헛개 나무를 어렵사리 구해다가 주질 않나, 사업 시작할 때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수시로 찾아와 이런저런 다른 사람들의 경험담을 얘기해 주며 기를 북 돋워 주던 형이 좋아  동석 형과 마찬가지로 친형처럼 지내었다.

 그러나, 어느 해 불쑥 미국병이 도져 결국은 한국을 떠나 버린 형이 무척이나 야속하기만 하다. 이제는 현관아! 하며 다정하게 불러주던 기수형의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을 것 같다. 왠지 그런 기운이 가슴 한 복판으로부터  치대는 게 느껴질수록 형에 대한 그리움이 사무칠 것만 같다. 모도에서의 새해맞이도 ,  즐거웠던  고기잡이도  , 한잔하고 우리 집에 와서 잠을 자다 새벽녘 어김없이 몰래 떠나던 일도 , 영영 추억으로 멀어져 간다.

그리운 기수형! 어느 날  필라델피아 근교의 물 좋은 강 둑에서 커다란 송어 한 마리 잡아  "대물이다 " 호탕하게 외치고 나서는 내 생각도  좀 해 주시구려.......

 

형과니이야기/내이야기들

2006-06-06 02: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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