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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이작도를 다녀와서 본문
이작도를 다녀와서
인천 앞바다에는 바람과 파도의 속삭임과 물과 돌과 나무의 조잘거림이 살아 숨 쉬고 있는 수십여 개의 섬들이 있다. 그 섬에는 사람들도 자연과 더불어 부대끼며 살고 있는데 그중에 "예부터 백성을 품는 왕도의 터"라고도 하고 “해적들의 기지´였다고도 일컬어 오던 이작도[伊作島]라는 섬이 있다. 이작도는 그저 서해 앞바다에 떠있는 하나의 섬이지만 도화동 성가대 출신들에게는 풋풋한 젊은 시절의 꿈과 낭만이 자리매김하여 오롯한 추억거리를 한아름씩 갖고 있는 애틋한 곳이기도 하다.
팔월도 한참 지나간 어느 날 ~ 그 옛날을 그리워하는 10여 명이 다시 그 섬을 찾았다. 서로 보고픈 그리움이 통한 탓이었는지 이작도의 하늘도 반가움의 눈물을 보여준다.. 나의 불규칙적인 근무 탓으로 우리 부부는 한 시간이나 늦게 떠났지만 "레인보우"호는 쾌속선답게 1시간 먼저 떠난 카페리호와의 거리를 단축해서 선착장에서 일행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루시아 수녀님"과 명수, 교민, 국진, 영일 형님, 민정, 순애 누이와 동구 형님 가족들과 한참 동안 반가움의 수인사를 나누었다.
근 이십 년 만에 와 보는 이작도의 풍경 중에서 산뜻하게 단장한 도로와 안내 표지판 등의 편의시설들이 눈에 뜨인다. 특히나 수 십여채의 펜션 건물들이 아늑한 잠자리를 약속하듯 깔끔하니 단장하고 있다. 아기를 잉태하게 한다는 부아산[負兒⼭] 초입 바로 밑에는"삼신할미 약수터"를 새로 치장하고, 깎아놓은지 얼마 안 된듯하여 어색하게 보이지만 바라만 보아도 흐뭇해질 수밖에 없는 장승들이 소풀과 대풀해수욕장 입구 장골마을 한가운데에 세워져 마을 사람들과 나그네들의 안녕을 빌어주고 있다.
잠시 쏟아지던 소나기 뒤끝이어서인지 하늘은 파르라니 고운 때깔을 보이고, 잠자리들은 지천으로 날아다니며 코앞에 다가온 처서를 알려준다. 섬 이곳저곳에서는 수년을 기다려 왔지만 고작 며칠밖에 살 수밖에 없는 시간의 흐름이 안타까운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이작도를 짧릉 울리고 있다. 숙소에서 차량을 보내와 일행들은 금세 여장을 풀고 그간 격조했던 서로 간의 회포들도 풀며 명수형님과 국진 형님께서 정성 들여 구워낸 고기에 술을 들어 이작도의 품에 몸을 안긴다.
참석한 분들 대부분이 30여 년에서 십여 년 전까지 이작도를 찾아보곤 정말 오래간만에 와 보는지라 세월의 흐름 속에 변해버린 지금의 모습과 그 옛날 풋풋한 청춘들을 대비시키며 추억 속에 잠겨 든다. 식사 후 수녀님께서는 해변가에서 하트 모양의 자갈을 찾아 소중히 간직하시고, 민정누나의 거침없는 입담에 모든 사람들이 시원스레 웃어 보는 한 편에서는 제노베파가 해수욕장에 몸을 담그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형님들도 연신 허허대며 모처럼 생활의 여유를 만끽하고 있다. 이러구러 시간이 흘러 저녁식사 준비하는 동구 형님의 발길에도 무심히 각자 제 할 일인 양 산책도 하고, 옛날 얘기도 하며 시간을 잊은 듯 나른하게 오후를 보내는 정경이다.
밤이 되었다. 섬에서 보는 별들의 군무는 잊고 있던 감성들을 들추어내며 그 옛날의 젊음에 불을 지폈다. 누구라 할 것 없이 30년 전 그때와 같이 화음을 넣어 부르는 노랫소리들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며 이작도의 밤을 은은하게 감싸 안는다. 흥에 취하여 여기저기에서 터뜨리는 폭죽들의 향연들이 그리운 맑은 눈망울 속에 환희를 주며 함께 오지 못한 이들과 , 이젠 볼 수 없는 하늘에 계신 분을 흠뻑 그리며 그렇게 첫날을 흘려보냈다.
파도소리가 귓전을 흔들며 새벽부터 잠들을 깨운다. 모니카가 하루 먼저 돌아간다고 하여 배웅을 가는 몇몇은 돌아오는 길에 부아산을 오르기로 하고, 남은 사람들은 물놀이를 하기로 하였다. 나는 모니카를 배웅하고 산을 오르기로 한 일행을 따라나섰다. 산은 옛 산이지만 산 정상 입구까지 깨끗하게 포장된 길이어서 예전과 같이 부드러운 흙을 밟기 어려운 아쉬움을 준다. 어제와 달리 뜨거운 태양이 아침 녘부터 이작도를 달군다. 옛날 선배들의 술 심부름하며 넘던 부아산 고갯길에는 앙증맞은 이정표가 서 있고 주황색 꽃들이 발치에서 살랑거린다. 설익은 밤송이들도 꽤 많이 눈에 띄며 가을을 재촉한다. 정상 전망대에서 바라보니 자월, 승봉 등 덕적군도의 모습들이 손안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한 치 건너 팔미도의 하얀 등대가 손짓하니 옆 자리의 무의도는 가뿐가뿐 춤을 춘다.
아름다운 풍경들을 보니 마음속에 시원한 정기가 배어듦을 느낄 수 있다. 숨을 고른 일행들은 송이산까지 오른다 하여, 몸 상태가 안 좋은 나는 먼저 숙소로 돌아가기로 하고 산을 내려오던 중. 아쉬운 마음이 들어 영화 "섬마을 선생님"의 촬영 장소인 계남분교 자리까지 가 보았다. 폐교된 지 오래인 그곳에는 영화 촬영 장소였다는 표지석만 생기를 띠고 서 있을 뿐 쇠락한 교실과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한 조그만 운동장에서 어린 학생들이 재잘거리며 뛰어노는 환영만 그려보며 돌아섰다.
식사 후 오후부터는 가볍게 시작한 토론이 의도하지 않은 진지함으로 변화하며 몇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동안 아무에게도 밝히지 않던 자신들의 삶을 어렵게 고백하시는 분들의 진솔함에 존경심을 보내고 그분들이 겪은 모진 시련의 아픔들도 하느님과 함께하며 헤쳐 나온 진정한 용기에 동화되었다. 저분들의 살아온 삶의 고통들에 비하면 내가 어렵고 힘들게 보낸 지난날과 지금의 현실은 정말 아무것도 아닌 상처랄 것도 없는 생활임을 깨닫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현실의 어려움을 핑계 대는 자신의 어리석음도 알게 되고, 아내와 두 아들에게 가족의 소중함을 지킬 수 있는 용기를 심어준 선배들의 아름다운 고백에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짧은 여정이었지만 모두들 젊은 시절에 보냈던 이작도에서의 그리운 추억들을 하나씩 반추하면서 즐겁게 지낸 시간이었다. 비록 몸이야 세월이 지나며 약해질지 몰라도 이작도에서 보여준 선배들의 그 마음들은 아직도 열정을 노래하고, 팍팍한 세상살이에도 친구의 정을 아낌없이 나누어 주는 끈끈함 유대감으로 가득 차 있음을 보여주었다. 살아가는 데 있어 이렇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이해관계없이 서로를 배려하며 지낼 수 있는 알토란 같은 휴식이 진정으로 필요할 터이니 이제 매년 이작도와 함께 시원한 여름을 보내길 기원한다...
2009 8. 20-22일 이작도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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