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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인생을 퇴고하며 살 수 있다면 본문
인생을 퇴고하며 살 수 있다면
민정누님의 딸내미가 첫애를 낳고 몸조리차 친정에 와 있을때의 일이다.
거실에 앉아 손주를 바라보는 누님의 환한 얼굴이 벚꽃처럼 고와 보이고,슬쩍 윙크하는 아기의 얼굴에 세상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는데,그 정경을 보고 있던 은남 누님이 연신 아기가 참 예쁘다는 말을 입에 걸어 놓은 채 내릴 줄 모른다. 그 모습에 은근히 장난끼가 돌아 넌즈시 한마디 해 보았는데...
" 누나~ 갓난쟁이가 뭐가 예뻐? 우리 큰 애 처음 봤을 때.. 나 ! 원, 쭈글하니 그렇게 못생긴게 있나 했잖우..이쁘다는 건 다 지 새끼라 그렇지.. 솔직히 예쁜건 아니지... "
"얘! 형과니 너, 어찌 말됨됨이가 그리 걸지냐..? "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말꼬리를 올리며 뼈 있는 말을 하는 은남누님의 한마디에 아차했지만 이미 나를 바라보는 두 누님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다. 사실 아기가 세상의 빛을 보기 위해 엄마와 함께 말못할 고통을 겪으면서 태어날 때 찡그린 이목구비가 가지런히 자리잡기까지는 다소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은 당연하고,내 핏줄에 대한 애정과,열달동안의 그리움까지 합해져 비로소 만났을 때는 세상의 그 무엇보다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데 괜스런 농짓거리로 못된 놈이 되는 순간이었다.
농 한마디에 본전도 못찾고 머쓱하니 엄한 탁상 모서리만 하릴없이 문지르며 역시나 내가 말솜씨 없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다.주위를 들러보면 조리있게 자신의 소신을 얘기하며 상대를 설득 하거나,수가 맞지 않아도 심지 있는 한마디의 잔잔한 말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어느 스님의 글 중에 "마음에 고인 말을 풀어 놓으라"는 말씀은, 하고자 하는 말 한방울 생각 한방울 마음에 채워, 때를 맞춰 내 놓으라는 귀한 말씀일터이다.
하지만 한 점 떠오르는 생각을 금세 입으로 내뱉는 급한 성격탓에 십여년 전! 모든 계획이 내 뜻대로 풀릴 것이라는 맹신으로 사업구상에 대한 호언을 하고서 일을 벌여, 결국 쪽박을 차게 되었는데.그 호언이 내 삶에 가장 커다란 말실수가 되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는 중요한 부분에 대한 결정을 너무 안이하게 판단하고 실행에 옮긴 아픈 경험이었다.그 일로 돈은 잃었지만 참된 친구들을 가릴 계기가 된 좋은점도 있고,좋건 나쁘건 일단 한 뜸을 들여 말하는 습관을 들였다.그 날이야 괜스런 농담 한마디로 누님들의 심중을 건들여 눈총을 받았어도,누님들이 나를 생각하는 호수같이 넉넉한 사랑스런 마음을 늘 품에 간직할 것이다.
20여년만에 남수와 재회하던 날, 중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던 이 근수 선생님께서 나와 자기를 두 보와 이 백으로 비유해 주셨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일필휘지로 시 한수를 읊으며 써 내려 가는 이 백에 비해 백번의 퇴고를 하는 두 보의 예를 들며 이 백과 같은 천재가 아니고서야 고칠수록 빛을 내는 두 보처럼 퇴고를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가르침이었다.
글은 백번이라도 고쳐 쓸 수 있지만,말은 한 번 입 밖으로 내 놓으면 되돌리기가 매우 힘드니 한 순간 머리속에 정리되어 말을 할 줄 아는 달변가가 아니라면,늘 생각하고 조심하여 말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한마디 잘못 내어 놓은 말로 타인에게 본의 아닌 상처를 줄 수도 있으니, 우리는 살아가면서 말을 신중히 내 보여야 할 것이다.말을 하기전 최소한 한 번씩 곰씹어 머리속에서 거르고 난 연후에 두 마디 말도 한 마디로 줄여서 말을 한다면 실수도 따라 줄일 수 있을것이다.
글은 퇴고 할 수 있어도 인생은 퇴고하며 살 수 없다.언제나 살아가는 그 시간 그 자리에서 상대의 심중을 배려하고 좋은 말을 하며 살아가는 것이,내 삶에 덕이 될 것이다.옛말에 "말이 적고,마음속에 일이 적고,뱃속에 밥이 적어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 세가지를 지키며 살아 간다면 신선도 될 수 있다 한다. 언감생심 신선자리를 넘볼 수는 없으나, 나의 사랑스런 가족과 이웃에게 좋은 말과 사랑이 담긴 진심을 표현하며 살다보면 언젠가 신선과 닮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보았다.. 아무렴...생각이야...뭐 !!!
2012 . 4. 14
할머니라도 좋다구?
참 천진난만한 할머니 입니다 외려 귀엽다고 할 수도 있어요. 전혀 할머니다운 할머니가 아닙니다. 아주 오래전 보며 느끼던 동백기름 바르고 비녀꽂은 할머니의 느낌은 절대 아니지요.. 그런 할머니가 내 앞에서 팔딱 숨쉬며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어요..
그래서 즐겁고...그래서 흥이 납니다.. 세상의 틀을 시원스레 접어 발 밑에 슬쩍 밀어넣고는 찡끗 미소를 짓는 저 누나를 누가 할머니라고 하겠어요.. 요즘 싱싱한 영계 고추 보는 낙에 산다며 직원들에게 농을 눙치는 누나의 넉살담은 시원한 웃음에서 삶의 즐거움을 그득하니 느껴봅니다.
자다 깨었어도 할머니 닮아 시원스레 윙크하는 저 아가가 세상 빛을 본지 오늘로서 20 일째 되는 날입니다.충청도 머스마예요.. 덕담 한 마디씩은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에게 세상은 늘 아름답습니다..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선물은 축복의 마음이고 사랑의 마음이며 감사의 마음이지요. 우리 곁에 늘 빛나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아가와 누나의 미소에서 찾아 봅니다..
태풍 무이파가 신의주에서 멈출 시간입니다. 내일은 맑겠지요...
2011 - 8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