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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행복한 전화 본문

도화동이야기

행복한 전화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01:57

행복한 전화

출근하기 무섭게 전화가 울린다. 낯선 번호라 잠시 망설이다 받았는데 수화기 속에서 뜻밖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저씨! 저 윤남인데요. 오늘이 아버지 생신이라서요.." 학창 시절부터 만남을 이어온 형님의 아들 녀석이 아비 생일이니 축하전화 한 통 부탁한다며 어렵사리 말문을 연다.

그 말소리의 듬직한 울림에서 갓 제대한 군인의 늠름한 진정성이 묻어 나오고 , 아버지에 대한 애정이 담뿍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마 하고 전화를 끊고 나서 이내 컴퓨터 게임에 파묻혀 2년여의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윤남이와 한 살 터울인 작은 아들의 모습이 떠 오른다. 나 역시 비교의 대상이 되는 것은 싫지만 너무 다른 두 아이의 모습이 겹쳐지며 무의식적으로 저울질을 하는 내가 보인다. 이런 상황에 서게 되면 세상 아비들 모두 나와 같은 공통된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

짧은 통화시간 동안 아버지를 챙기려는 깊은 속을 느끼면서 "효자로구나!"를 되뇌고, 형님의 환하게 웃는 행복한 모습이 투영되면서 , 부러움이 스멀스멀 스며든다.

어릴 적 사고로 몸이 불편한 형님은 불편함을 원망하지 않고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아오며 어려운 이웃을 돕는데 앞장선 덕분에 그 모습을 지켜본 주민들의 추천으로 주민자치위원장까지 맡아 동네에 알찬 봉사를 하였다, 지금은 영월의 주천강 자락에서 주말부부 생활을 하며 어렵사리 전원주택을 짓고 계셨는데, 얼마 전 윤남이가 제대를 하면서 아버지를 돕노라 자리를 잡은 뒤부터 부자간이 오손도손 함께 일을 하게 되는 정겨운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혼자 적적하게 일하던 분이 듬직하니 자란 외동아들이 옆에서 저리 효성스러운 마음을 내비치니 이 세상 어느 아버지보다 행복한 마음 그득하리라.

며칠 전! 친구들과 여행 중에 사북을 지나며 안부전화를 드렸다. 마침 일을 마치고 아들과 함께 술 한잔 한다면서 호탕하게 웃는 형님의 목소리에서 진한 행복감이 느껴졌는데, 오늘 아버지를 애틋하니 생각하는 그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 이심전심이 느껴지는 부자간의 따뜻한 정을 전해 받았다.

오전에 축하의 말을 해드렸지만 이참에 한 번 더 축하의 말을 시원하게 해야 할 것 같다.

" 성용 형님! 오늘 진심으로 생신 축하드려요...
윤남이가 정말 기특하네요. 이래저래 콩그레츄레이션입니다. 하하하 "...

 내년에는 내가 받은 행복한 전화를 내 친구가 받았으면 하는 속셈이 꿈틀거린다.

2011 - 11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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