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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계모밀소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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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두열이에게 기경이를 나누다. 본문
두열이에게 기경이를 나누다.
두열아! 기경이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아프구나. 아직도 너와 만나 동인천에서 술 한잔 하며 기경이를 보자고 말하던 그 순간 네 말의 여운이 남아 있는데, 어찌 저리 가버릴 줄 생각이나 했으랴만 이렇게 느닷없이 가버렸구나.
미련한 친구!
바보 같은 친구!
성급한 친구!
너나 내나 애틋하고 살갑게 대하지는 못했어도 진솔하고 정겹던 친구임에는 틀림없었는데 이제 불러도 대답 없는 친구가 되어 버렸다는게 정말 가슴 아프다. 어쩔까? 이제 어쩔까? 해 주고 싶던 말들.. 마땅히 들려 줘야만 했던 친구로서의 얘기들이 이젠 한 줌의 의미도 없이 허공에 흩어져 버렸다. 그 안타까움을 누구에게 토할까! 이미 가 버린 친구인데. 그렇게 좋다던 안희 찾아 그렇게 좋아 하는 술을 원 없이 함께 할 수 있음에 그나마 위안이 되리라 스스로 자위해 볼 수밖에, 그래도 헛헛함은 가실 줄 모르더라.
두열아! 우리 언제고 가야 할 사람이고 떠나야 할 인생이지만 우리는 기경이처럼 허하게 가지는 말자. 이건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거든. 서로 헤어질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조그만 언질이라도 주는 게 그동안 함께 부딛고 살던 친구 간의 최소한 예의거든.. 이건 아니거든.. 가려던 그 짧고도 긴 시간 동안 무슨 생각을 했을까? 세상에 대한 원망이 얼마나 컷으랴!
손주의 똘망한 눈망울을 그리고 남겨진 모친에 대한 죄책감과 시집도 못 보낸 딸내미에 대한 미안함.. 그런 오만 잡생각을 술잔에 담아 목구멍을 넘기던 그 처량한 비애를 누가 이해 할까? 누구라 알아줄까! 흐르는 피눈물을 술잔에 담아 넘기던 그 마지막 순간의 비장함을 생각하면 오늘도 가슴이 메이는구나.
하지만 어쩌랴! 저 친구는 자기의 뜻대로 가버렸으나, 원망일랑 접어 두고 그냥 보내야지 아직까지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감정의 찌꺼길랑 그리움에 버무려 조금씩 조금씩 털어 버릴 밖에..
나 오늘도 후배 하나 잡아 두고 그저 술 한잔 했다. 내일은 또 언놈 잡아 술 한잔 하자 할까! 나는 그렇게 천천히 잊을게다. 내 인생의 한 줄기를 차지했던 기경이라는 커다란 친구를. 아주 천천히, 나 갈 때까지..
2014-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