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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비 오던 밤에 듣는 비탈리의 샤콘느 본문

음악이야기/나의 음악이야기

비 오던 밤에 듣는 비탈리의 샤콘느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21. 10:25

https://youtu.be/QaZGOnTOpgA

비 오던 밤에 듣는  비탈리의 샤콘느

(Vitali - Chaconne Grumiaux1956)

 

비 오는 밤!

가방 속에 들어 있는 세 권의 책중에서 한 권을 꺼내 들었다. 윤 모 박사께서 쓴 한국의 멋이라는 수필인데 필자는 은은함과 선 그리고 긴 시간의 몰두에서 한국의 멋을 발견했다고 유려하게 표현해 내었다. 그 감칠맛 나는 언어의 노래에 저절로 고개가 주억거렸다.

지난 사흘은 가마솥에 들어 앉은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더위가 기승을 부리더니 오늘에서야 태풍의 여파로 아침부터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다.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으레 rain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 팝송을 찾아 듣곤 했는데 오늘은 부쩍 김 민기의 "친구"가 듣고 싶었다.

" 검푸른 바닷가에 비가 내리면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물이오,
  그 깊은 바닷속에 고요히 잠기면 무엇이 산 것이고 무엇이 죽었소" ..

본시 바다에 빠져 죽은 후배를 그리며 만들었다는데 가사의 비장함으로 인해 민중가요로 불리며 젊은 날 우리의 심금을 울리던 노래이다.

언뜻 멜론에서 "친구"를 찾아 이어폰으로 듣는데 김 민기의 진정이 묻어 나는 묵직한 저음이 오늘 유난히 가슴을 저민다. 주위가 조용한 탓인가 하다 이내 이어폰이라는 것을 깨닫고 금세 마음이 가라앉았다. 심경의 변화가 낯설어 노래를 끄고 창밖에 내리는 빗방울의 흐트러짐을 가만히 응시하려니 별안간 목울대가 뜨끈하다.. 

"보내자 하는데 누굴 먼저 보낼까?"  

" 선택을 해야 하나? "  

먼저 간 놈을 보내야 마땅한데! 쉬이 그럴 수 없음을 스스로 안다. 그렇다고 나중에 간 녀석을 먼저 보낼 수도 없고, 그러다가 한참 뒤 결정했다. 저 추녀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이 그치는 순서대로 잊기로 해야겠다. 오른쪽 추녀 끝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먼저 간 녀석의 것이고 왼쪽은 나중 간 녀석 것이로다.. 자! 어느 쪽 빗방울이 먼저 그칠까?

그런데..

어느새 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는 것을 보지 못했다.아니 비가 그치는 것을 볼 수 없었다는 표현이 더 옳다.. 그렇게 나는 한국사람이면 긴 시간을 몰두해야 이루어 낼 수 있다는 은근과 끈기를 실행 못 한 사람이 되었다. 할 수 없지!

이어폰에서는 세상에서 제일 슬픈 곡이라는,비탈리의 샤콘느가 흐른다. 이 음악을 듣는 것만이 오늘 밤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의도된 선택이다

# 며칠 상간에 두 친구를 보내고 어느 비 오던 밤의 넋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