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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메시지가 좋은 이유 본문
메시지가 좋은 이유
내 호주머니 속에는 아름다운 목소리의 아가씨가 살고 있다. 늘 상냥하게 내가 원하는 일정도 잘 챙겨주고, 메시지가 도착했음도 알려주며, 시간 맞춰 잠도 깨워 주는 등 유능한 비서 노릇을 톡톡히 해주고 있지만, 서로 마주하며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즐거움을 함께 나누지 못한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는 전자공학과 I.T 산업의 발달로 수십 년 전에는 꿈에나 생각해 보던 각종 기기들을 만들어 보다 다양하고 편리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그러나 그 방법과 기능이 다양화되었다 해서 대화나 소통의 질이 향상된 것이 아니며 외려 근자의 무절제한 사이버 언어폭력으로 이슈가 되는 각종 사회 병리 현상을 지켜보며 잘못된 인성교육과 비이성적인 사회의 한 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길 없다.
이 사회를 올바르게 살아가는 데는 타인을 배려할 줄 아는 따뜻한 인간미와 지성적인 성숙함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당연함이 낯설게 느껴진다. 대화는 소통이며 나눔인데 자신의 일방적 생각을 타인에게 행사하는데서 오는 잘못된 결과이며 반성해야 할 대목이다.
의사표현 방법에는 다자간, 개인 간의 직, 간접적이며, 다양한 표현방법과 수단이 있다. 근래에 널리 쓰이기 시작하는 "트위터"라는 방식이 있는데 아직 내게는 낯선 의사표현 방법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사용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매력적인 소통 방법이기는 하지만 지금은 블로그와 메시지의 활용으로 만족하고 있다. 요 근래 묵은 메시지들을 정리해 가며 훑어보다 도착 당시에는 그냥 스쳐 지나갔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은근한 의미와 재미를 주었던 의사 표현 방법의 메시지가 숨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지난달 말경 출근길에 보내온 한 아우의 메시지 중 "상반기 결산 문안 인사"라는 독특한 표현의 문구로 인해 직원들과 미소 지으며 유쾌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고, 그 얼마 전에는 안산에 사는 여동생 집에 볼 일을 보러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아내가, 타고 있던 시외버스가 얼마나 마음에 들었으면 "이거 차 댓따좋아.. 우하하^^ "라는 원초적인 표현으로 그 메시지를 보던 나를 쿡하니 웃게 하였다. 평소 별것 아닌 일에도 시원스레 웃는 성격을 알기에 "우하하"라는 표현에서 좋은 기분에 버스 안이라 웃음을 억지로 참고 있는 아내의 표정이 떠 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어 달 전에는 동창으로부터 "오늘은 맛있는 저녁을 같이 먹을 사람이 꼭 옆에 있으면 좋겠네" 라며 굳이 "꼭"이라는 한 글자를 집어넣는 센스로 오래 만나지 못한 친구를 원망하는 협박을 하여 그날로 함께 저녁을 먹었는데 그 메시지의 표현 방법이 남다름을 인정해야겠다. 세 메시지의 짧은 단문이 주는 기지 넘치는 표현은 상대에게 미소와 기분 좋은 압박감을 주기도 하고, 평소 친하게 지내는 이들을 자연스레 배려하면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게 한다.
그러나 연말이나 세시 그리고 성탄절과 기념일등에 쏟아져 들어오는 메시지들의 면면을 보면 거의 모두가 도식적이고 비슷한 내용들이어서 보낸 이의 이름만 확인하게 할 뿐이다. 물론 서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표현이기는 하지만 기왕에 보낼 메시지라면 자신만의 말을 사용하여 상대방에게 확실하게 의중을 알리든지 평상시 진심을 담은 좋은 문장을 준비해 두었다가 때맞춰 사용한다면 상대도 자신을 귀하게 여기는 마음에 감동을 느끼게 되어 보다 신뢰적인 인간관계를 구축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메시지는 비록 짧은 글이기는 하지만 상대에 따라 보내야 하는 격과 갖추어야 할 예의도 분명 존재한다. 그건 상대에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방법이며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문구 하나하나가 자신의 인격을 알게 모르게 내보이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는 세대간의 단절을 느끼는 언어적인 표현 역시 끌어안고 이해해야 할 시점이다. 젊음의 톡톡 튀는 생각을 알아야 미래에 대한 발전을 희구할 수 있으니 분명 우리 세대의 보수적인 개념만을 옳다고 우길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며 젊음의 표현이라도 삼가야 할 말이 분명 있으니 서로 이해하고 유기적인 사고로서 소통해 나가야 건강한 사회가 유지될 것이다.
2010 ‒ 07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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