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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왕산해수욕장을 다녀와서 본문

내생각들

왕산해수욕장을 다녀와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 20:13

왕산해수욕장을 다녀와서

수년 전부터 시작한 장인어른의 생신맞이 가족 나들이를 올해에는 왕산해수욕장에서 보냈다. 이런 모임을 주선하는 데는 늘 셋째네가 앞장서서 추진을 하는 덕분에 다른 식구들이 마음 편히 다녀오곤 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깨끗하고 널찍한 숙소와 맛있는 먹을거리를 단단히 준비하여 기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기실 20년 전 용유도에 근무한 적이 있어 왕산은 마뜩한 마음이 없었지만 기껏 하루 저녁 지내러 좇아가는 형편인지라 가부에 언질을 줄 입장이 아니어서 기꺼이 따라나섰다. 장장 20 여 킬로미터의 "인천대교"를 지나며 제대로 된 풍경을 보기 힘든 차창밖의 흐린 날씨가 주는 아쉬움은 가족들과 모처럼 만나는 즐거움으로 묻어버릴 요량으로 숙소에 도착했는데 이미 이 서방 네가 짐을 다 풀어놓고 우리를 맞이한다. 우리가 두 번째 도착이다. 이어 둘째 처제가 넷째 처제네 애들을 데리고 도착하고, 막내까지 도착하여 잠깐의 짐 정리를 마친 후에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해수욕장 입구에서부터 변한 줄 알았지만 변해도 많이 변했다, 예전 이맘때의 왕산해변은 북적이는 을왕해수욕장에 비하면 인적이 드물고 그저 잠자리와 풀벌레들이 유유히 날아다니는 모습과 저 멀리 포구를 바라보며 이따금 울어대는 미루나무의 매미소리만 한가로이 들리던 한적한 해변이었는데, 지금은 그럴듯한 호텔을 비롯하여 잘 꾸민 민박과 그림 같은 펜션단지가 빽빽이 들어서고 기존 도로 옆에 새로운 도로가 뚫리고 그 길 위를 차량들이 꼬리를 물며 을왕과 왕산해수욕장으로 향해 한 없이 느릿느릿 움직이는 거대한 주차장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도무지 예전의 왕산해변이라 할 수 없는 엄청난 변화를 보여준다.

⼄旺과 旺⼭의 旺 [왕] 자는 성할 旺자인데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지명과 세태가 맞아가는 것을 보면 옛사람들의 뛰어난 통찰력을 알 수 있다. 물론 이렇듯 활기차고 융성한 모습을 보이기까지는 이곳 주민들의 애씀과 관련부서들의 노력이 부단이 녹아있음을 알 수 있겠다. 지명에 대한 비근한 예를 하나 더 들자면 을왕과 왕산을 포용하고 있는 용유도의 바로 옆 섬인 영종도의 옛 이름도 자줏빛 제비가 많다는 뜻의 자연도[紫燕島]였는데 용유도와 영종도 사이에 바다 한가운데에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인천 국제공항이 들어서 날렵한 제비가 날아다니듯 쉼 없이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것을 보면 우리 선조들께서 우연이 아닌 신통한 예지력으로 지명을 지었음을 확실히 알 수 있겠다. 

공항이 들어서면서 영종도와 용유도가 하나의 섬으로 통합되었고 실정을 잘 모르는 외지 사람들은 용유도까지도 그저 영종도려니 하며 부르고 있는데 이 점은 용유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깊이 반성하며 제 이름을 알리는데 노력을 해야 할 부분이다.

그러나 아쉽고 실망스러운 것은 해수욕장을 찾아 외지에서 수많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이곳을 지키는 주민들과 상인들의 무분별한 욕심과 바닷물의 환경에 있다. 상인들이 한 철 장사를 하는데 무어라 말할 입장은 아니지만 해변 전체가 자신의 소유인양 파라솔을 펴 놓고 임대료를 받는 처사라든지, 도로 전체가 자신의 것인 양 무차별 주차료를 받는 부분들과 똥덩어리가 떠 다니는 더러운 바닷물은 관할 관청의 시기적절한 통제와 단속과 관리가 있어야 할 부분이고 왕산과 을왕리의 원주민들이 심사숙고해야 할 숙제이다. 이런 식으로 운영되고 관리되다 보면 이용객들은 점점 이곳을 멀리 할 것이고 다시 옛날과 같은 한적하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해변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을 터이다. 가깝고 쾌적한 해수욕장의 이미지가 아닌 바가지와 악다구니와 역겨움이 판치는 이곳을 누가 다시 찾고 싶을까! 눈앞의 이익에 눈이 먼 사람들이라면 모를까 좀 더 생각하는 용유도와 용유인들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게다가 해수욕장은 피서객들로 모래사장이 안 보일 지경인데도 젊은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고 아이들을 데려 온 삼사십 대의 가족들이 대부분이다. 이런 가족 중심의 피서지일수록 제대로 조성된 해변의 쾌적한 환경이 더욱 절실하게 요구되며, 젊은이들을 끌어 모을 대책도 마련되어야 명실공히 수도권 제1의 해수욕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홀로 해변 끄트머리의 낚시꾼들이 있는 바위 쪽으로 가서 낚시하는 모습들을 구경하고는 그래도 이 더위에 물가라서 즐겁게 놀고 있는 조카들을 재촉해 숙소로 돌아왔다. 저녁은 동서들이 두툼한 목살과 대하와 생선으로 바비큐를 해서 가족들의 시장함을 달래주고 디저트로 구수한 감자까지 구워 주었다. 이번 나들이 역시 바닷가에서의 섭섭함 정도는 마음속에 담지 않고 훌훌 털어버리며 웃음을 잃지 않는 처가 식구들의 유쾌한 심성을 또 한 번 확인한 것이 가장 큰 수확이었고 그런 훈훈한 마음을 그대로 지니며 왕산에서의 일정을 즐거이 마쳤다.

2010 - 08 - 02 

왕산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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