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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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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각들

휴게소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2. 19:23

휴게소에서

처음으로 세 부자가 사이좋게 남도여행을 다녀오는 길이다. 해남 땅끝마을을 시작으로 완도를 한 바퀴 돌고 목포의 유달산과 천연기념물 500호인 갓바위를 구경하고 영암에서 벌어진 2010 코리아 F-1 그랑프리 대회를 관람한 뒤 여행에서 얻은 마음의 풍요를 간직하고 서해안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자동차 경주에 열광을 하고 난 뒤끝이라 시장기를 느껴 첫 휴게소엘 들렸는데, 저녁때가 되어서인지 F-1 참관객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휴게소는 더 이상 들어서지 못할 정도의 인파로 꽉 차있다. 할 수 없이 1시간여를 더 달려 다른 휴게소엘 들어섰는데 그나마 줄을 설 수 있을 정도는 되어 그곳에서 요기를 하기로
하였다.

그동안 운전하던 아들 녀석은 목적한 바를 모두 이루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 피곤하다며 툴툴대고, 작은 아들 녀석은 속이 안 좋아 여행 내내 쉼 없이 방귀를 뀌어대는 통에 창문 올리고 내리는 손가락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 게다가 모조리 시속 130킬로 이상을 밟아대는 다른 차들의 행태가 운전하는 아들 녀석의 심기를 곤두서게 하는 등, 이래저래 여행의 피로감으로 인한 소소한 불편함들이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여하튼 줄을 서서 우리 차례를 기다리던 중 한 직원이 창구를 늘려 주문을 청하기에 셋이서 똑같이 떡갈비 비빔밥을 주문하고 번호표를 받아 들었다. 엊저녁 묵었던 백제호텔 앞 "전주 욕쟁이 할머니 식당"에서 조찬으로 먹었던 전주비빔밥이 너무 맛있어서 기대에 찬 마음으로 메뉴를 통일한 듯하다. 그런데 찬찬히 살펴보니 우리 대기번호는 17번인데 배식 창구에 반짝이는 번호들은 710,711,712로 표시를 하여 무언가 잘못되었나 하고 큰아들에게 알아보라 하였다.

헌데 아들 녀석이 조리하는 아주머니에게 다가가 물어보아도 대답 없고 번호표 발급하는 사람도 대답 없이 그저 제 할 일들만 한다. 머쓱한 표정으로 어정쩡 되돌아오는 아들 녀석의 모습도 한심해 보이고 그들의 불친절한 행태에도 부아가 끓어 올라 부리나케 쫓아 가 자초지종을 알려달라 일갈하니 그제야 동분서주 알아보고 잠시 기다리면 음식이 나온다며 억지 춘향이로 답을 하여 준다.

음식 때문에 아이들 앞에서 잠시 이성을 잃은 것이 창피하기는 하였지만, 휴게소 종사자들의 불친절한 태도에 분명 문제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에게 닥친 부당함을 제대로 지적하지 못하는 아들 녀석의 소극적인 모습이 영 마뜩잖았던 게 창피를 무릎 쓴 이유이다. 평상시 같으면 조금 더 기다리며 상황을 파악하고 무난히 넘어갔을 텐데, 배고프고 피곤해하는 아들 녀석 때문이기도 하였지만 내 심신도 피곤하고 다음 날 출근해야 하는 촉박한 심사가 아이들 앞에서 대범하지 못한 알량한 아비의 모습을 보여준 것 같아 정말 속 상하였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 불편 부당한 일을 당하면서도 속 시원하게 시정요구를 하지 못한다. 그저 대충 참으며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으로 눈앞에 닥친 문젯거리와 불편함을 참고 지나버리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결국 그러한 유야무야 한 생각의 결과는 잘못된 행위와 행위자들을 당당한 주류로 받들게 되고 잘못이 득세를 해도 그저 움츠리며 눈치만 보는 소시민으로 추락하게 되고 만다. 결국 자기에게 주어진 정당한 권리를 포기하게 되면 고스란히 본인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아픔을 부여잡으며 이 사회에 기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예전과 다르게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주장하며 권리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올바른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시류에 편승하며 그럭저럭 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갈지는 스스로 판단할 일이나 지금부터라도 떳떳하게 자기의 소신을 밝히며 잘못된 관행들을 하나하나 고치고 바로잡아, " 올바름이 대우받고 불친절과 잘못됨이 사라지는 바람직한 사회"를 일궈 나가야 마땅할 일이다. 올바른 목소리가 창피함으로 받아들여지는 잘못이 없어져야 진정 아이들에게 떳떳한 부모가 되는 참살이 사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휴게소에서 깨달은 하나의 교훈이다.

2010 - 10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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