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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굴다리를 지나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30. 00:54

굴다리를 지나며

 * 어릴적 내가 지금의 내게 깨우침을 주었다.

땀방울을 송송 맺게 하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토요일 오후!

친구를 만나러 천안을 가는데 달리는 전철 안에서 예기치 않게 약속이 취소가 되는 사태를 맞이하게 되었다. 느지막이 집을 떠나온 터라 어디 갈 만한 곳을 찾기도 힘들어 그저 발 가는 대로 찾아 든 곳이 어릴 적 살던 답십리였다. 아마도 살던 곳에 대한 향수에 이끌린 탓이리라..

하릴없이 제기역에서 내려 마장동 시외버스 터미널 자리에 지어진 대형마트를 지나다 보니 저 멀리 도로를 가로지른 철교가 보인다. '그래 여기가 내 어릴 적 조그만 하늘색 창문을 바라보면서 꿈을 키우며 살던 곳이었지!' 하지만 이곳은 내 삶의 터전이 스러지고 학교가 들어설 때부터 추억을 강제할 물리적인 아무것도 남지 않은 곳이 되었다. 판자촌이 빽빽하던 뚝방에는 아무 건물도 없고 다만 그 아래 쇠 편자 박아 대던 조그만 대장간 자리에 외로이 정수 사업소가 똬리를 틀고 앉아 있다. 학교 옆으로는 예전 선창산업 자리까지 아파트촌으로 가득 메워져 있다.

 오래전 스트리트 뷰 지도로 확인해 봤지만 막상 눈앞에서 자전거를 타며 돌아다니던 옛 신작로를 보고 있노라니 은근한 감회가 솟아오르기는 하는데 막상 그 시절의 건물은 하나 없이 학교와 아파트만 휑뎅그러하니 공간을 채워 놓고 있어 추억의 문고리를 잡고서 어디로 들어가 볼까 막막함에 망설임만 앞선다. 찾고자 하면 금방 찾을만한 골목 입구의 막걸리 심부름 다니던 구멍가게도, 수돗물이 콸콸 쏟아지던 공동수도 자리도, 근처만 지나가도 코가 뻥 뚫리는 냄새가 진동을 하던 공동변소 자리도 어디쯤인지 당최 가늠할 수가 없었다. 내가 살던 집은 학교가 되었으니 땅콩만 한 우리 집이 어디인가를 유추하기도 힘들어 운동장만 쳐다보며 발길을 돌릴밖에 없다.

 그나마 개천을 덮어 만들어 놓은 도로 덕분에 '빅 모로' 주연의 전투를 보러 다니던 승렬이네 집터가 어딘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다. 당시 승렬이 어머니가 내주시던 시원한 파인주스의 맛이 기억되면서 내킨 김에 편의점에서 환타 한 병을 사 마시며 옛 추억을 음미하였다. 오른쪽으로 눈을 돌리니 과외하던 건물 자리에 부대찌개를 하는 건물이 지어져 있다. 중학교 무시험 입학 뉴스 발표를 듣자마자 상구와 민규, 정식이와 기덕이 그리고, 영순이와 은선이와 함께 환호성을 지르면서 책상을 겅중겅중 뛰어다니던 그때의 기쁜 마음을 헤아리다 보니 지금까지 가슴이 출렁인다.

 전매청 자리를 지나는데 '간데메공원' 주변에 유난스레 사람들의 왕래가 잦다. 교회 신자들과 장을 보러 나온 아주머니 그리고 학생들의 군상들이 때론 즐겁게 한편으로는 무심한 듯 다들 제 갈 길을 향해 가고 있다. 아주 오래전, 어느 날 이곳을 지나다 뜬금없이 정식이네 엘 들러 어머니를 뵙고 안부를 전하던 생각이 난다. 상고를 졸업하고 은행에 다닌다고 했는데 이후 부침 많은 세월 동안 잊고 지내다 연락이 끊겨 환갑이 지나 정년퇴직을 하였을 지금 무엇을 하는지 그저 궁금한 마음만 든다. 정식이와 함께 놀던 기덕이는 십여 년 전 이후 두어 번 찾을 때는 소식이 없더니 작년에야 안타까운 소식을 전하는데 그만 울컥하였다. 몹쓸 친구! 나중에 만나거든 무에 그리 바쁘게 갔는지 술 한잔하면서 따져 보리라!

귀로에 굴다리를 지나면서 즐거움보다는 어쭙잖고 불편하였던 그 옛날의 기억들을 골바람에 휘이 날려 보내는데, 어린 시절의 내가, 갑자를 휘돌아 살아온 내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면서 추억을 그러잡고 놓아 주질 않는다. '그래 이렇게 가끔 추억이 그리워지는데, 그리 쉽게 놓아 버릴 수는 없겠다.'

'그래! 시간의 순리를 거스름은 도리가 아니다' 

 '세월이 흘렀지만 어렵던 시절 궁핍함도 되새겨 즐거움으로 승화시켜 추억을 만들어 내야지!'

새삼스럽지만 깨우침을 준 내가 나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하늘색 창문을 보며 꿈을 키웠던 내가 이제는 제2의 삶을 챙기면서 살아야 할 지금의 나에게 꿈을 꾸며 추억을 만들어 보라는 부탁을 잘 새겨야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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