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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노선생과 함께 동인천에서 신포동으로 걸었다. 본문
https://youtu.be/SnRCL0t85oM?si=bF15rs5-sAoluhsV .
동인천에서 신포동으로 친구와 함께 걸었다.
매년 이 맘때쯤이면 온 거리에 캐롤이 흐르고 가게마다 트리의 불빛이 깜빡이며 괜시리 마음 가득 들뜬 기분이 들었었는데언제부터인가 세밑녁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 앉았다. 노선생과 함께 삼치골목에서 소주 한잔 마시고 홍예문을 지나 신포동으로 걷는 길은 무거운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마저 괴괴하고 하늘에 떠 있는 둥근달빛이 외려 환하다.도심에서 달빛이 더 환하게 느껴지는게 어색하고 쓸쓸하다.
첢은 처자들 셋이 깔깔대며 홍에문을 지나는 모습들이 정겹다. 이따끔 지나는 택시의 불빛이 아스라하다 이 곳이 이렇게 조용하다는 것은 삶의 궤적들이 팍팍하다는 것이리라. 옛 금강제화앞에 가서야 밝은 크리스마스 트리의 불빛이 환하게 동네를 비치고 있다. 하지만 그것 뿐, 공중 걸린 크리스마스 장식 조명의 불빛마저 띄엄띄엄 보이는 것이 나만의 느낌일까!
이 곳에서 보내던 시절에는 연말무렵이면 내동사거리에서부터 금강제화앞으로 끊임없이 택시들이 꼬리를 물고 들어 오고 객들도 거리에 차고 넘쳤었는데 지금은 대충 멀리 선광미술관쪽으로 봐도, 키클럽쪽으로 살펴 보아도 채 열 명이 보이지 않는다.행인이 귀하다는 기분이다. 이윽고 도착한 록 앤 재즈바 K.G.M.C에도 손님들이 거의 없다. 무엇이 이렇게 신포동의 기운을 스러지게 했을까? 노선생과 헤어져 돌아 오는 길, 뿌연 가로등 불빛을 바라 보다 낙망의 시에 차운하다라는 고산의 시 한 구절이 떠 오른다.
인간세상 모든 일을 이미 잊어 버렸지만
세상에 대한 생각만은 더욱 분명해졌네
시름걱정은 술 깬뒤부터 더욱 또렸해지고
아름다운 생각은 이따끔 꿈속에서나 이뤄지네
하늘은 뚝 떨어진 사막으로 산은 바다로 이어지고
바람은 긴 들판에 달빛은 성안에 가득해라
서생이 강하고 굳센 뜻에 힘입으니
이 사이에서도 심지가 또한 맑을 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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