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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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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늦가을의 경인 미술관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3. 11:03

늦가을의 경인 미술관에서

늦가을 어느 날 도심 한가운데 한옥과 정원이 아우러진 이곳을 찾았다. 인사동 한 귀퉁이 한옥 미술관이 비껴 서 있다 이름하여 경인 미술관! 개관한지 벌써 30년이 훌쩍 넘은 곳! 작가 전시회의 뉴스와 예술계 소식지에 종종 등장하는 이곳의 명칭이 낯설지는 않은데 기억에 없다. 예술인들의 전시공간! 그들과 그들의 주변 사람들에 익숙하고 나 같은 아웃사이더에게는 생경한 곳이다. 

사진 전시회를 하고 있는 아내 선배님이 아니었다면 이곳을 찾을 일이 없겠다. 와글거리는 인사동 길의 익숙함이 좋아 아내를 따라나섰지만 외려 미술관 한가운데 커다란 느티나무 이파리의 살랑거림과 그 잎에 물든 노란 단풍과 익지 않은 녹색의 조화로운 빛깔에 마음이 동한다. 

너른 정원이 매혹이다. 틈새마다 들어찬 나뭇빛이 곱다. 사이사이 잠깐씩 앉아서 쉴 수 있는 자리도 많다. 바로 그곳에서 차를 마시는 객들의 여유로움까지 한 폭의 풍경이다. 고즈넉한 미술관의 이런 분위기가 마음에 든다. 눈길 끄는 조각품이나 옛 소품도 적잖다. 어느 한옥 갤러리가 이리 너른 정원을 가질까. 30년 훌쩍 지났어도 철마다 달리 보여줄 수 있는 경인미술관만의 멋일 게다. 오늘 날렵한 추녀마루에 단풍을 덮어 늦가을의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물해 준 아내에게 사랑 한 닢 얹어 슬몃 고마움을 전한다. 

2019.11.12 그루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