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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추석 노을 본문
추석노을
추석, 언제나처럼 찾아오는 명절이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동서들과 마주 앉아 잔을 기울이는 자리에서 문득 창밖을 바라보니, 서쪽 하늘이 붉게 물들고 있다. 마치 누군가의 마음속 깊은 울음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은 그 붉은 노을을 보며, 나는 아버님을 떠올린다.
아버님이 계신 마전리는 언제나 평온하다. 인천의 끄트머리 바람 소리, 새 소리만이 들리는 그곳에서 아버님은 조용히 쉬고 계신다. 돌아가신지 오래되어 이제는 그리움조차 희미해질 법도 한데, 오늘따라 아버님의 존재가 찬찬히 마음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그리움은 이제 평온함 속에서 안식하고 있다. 아버님께서는 이 땅에서의 모든 번잡함을 내려놓고, 마전리의 고요 속에서 평안을 누리고 계시리라.
그러나 서쪽 하늘이 붉은 이유는, 아버님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나는 안다. 오늘의 붉은 노을은 큰 처남이 쉬고 있는 저 별빛마을을 향한 장모님의 마음이다. 생때같은 아들을 먼저 보낸 그 마음이 어떻게 평안할 수 있을까? 그리움과 애통함이 가슴속에 깊이 새겨진 채, 장모님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계신다.
재작년 이맘때만 해도 큰 처남은 우리와 함께 추석을 맞이했는데 그때의 추석은 따스하고 환한 기운이 가득했었는데. 이제 세상에 없어, 남은 가족들은 그의 빈자리를 실감하며 추석을 보내고 있다. 나의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 느꼈던 그 텅 빈 공허함과는 또 다른, 장모님만의 깊은 슬픔이 느껴진다.
잔을 기울이던 동서들도 창밖의 붉은 노을을 보고는 잠시 말이 없다. 각자의 마음속에서 누군가를 떠올리며, 서로의 슬픔을 나누는 듯하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잔을 들어 입에 댄다. 술맛이 오늘따라 더욱 쓰게 느껴진다.
장모님은 지금도 큰 처남이 쉬고 있는 별빛마을을 그리워하고 계실 것이다. 그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아무리 말을 꺼내 보아도, 그 슬픔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는 말은 없다. 그래서 나는 이 순간, 그저 조용히 그 마음을 느낄 뿐이다.
추석은 본래 가족들이 모여 웃음소리를 나누는 명절이지만, 오늘은 그 웃음소리 뒤에 감춰진 슬픔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붉게 물든 하늘은 그 슬픔을 한층 더 강조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슬픔 속에서도 서로를 어루만지는 따뜻한 마음이 있다. 비록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지만,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위로하며 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창밖의 노을은 이제 점점 어둠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하지만 장모님의 마음속 노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그 슬픔이 언젠가는 희미해질지 모르지만, 지금 이 순간, 그 마음을 느끼며 우리는 함께 하고 있다. 그것이 가족의 의미가 아닐까 싶다.
이 노을이 지나가고 나면, 또 다른 하루가 찾아올 것이다. 그때는 오늘보다 조금 더 나아진 마음으로, 서로를 위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리라. 하지만 오늘은, 이 붉은 노을을 보며, 장모님의 마음을 가만히 느끼고 싶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 순간을 조용히 마주한다.
2022.추석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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