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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차이나 타운에서 신포동으로의 산책 본문
차이나 타운에서 신포동으로의 산책
차이나 타운을 지나며
그날은 한 여름 더위를 품에 안고 사람들에게 홧홧한 콧바람을 내쉬게 만드는 소서의 오후였다. 그래도 인천역 대합실에 앉아 친구를 기다리는 마음은 잔잔하다. 조용한 정적을 깨며 깊게 파인 주름살을 드러낸 어르신들 몇몇이 원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왁자하니 들어선다. 전차가 도착했나 보다.
잠시 후 특유의 싱긋거리는 웃음을 짓는 친구가 반갑게 다가온다. 악수를 하며 힘을 꽉 쥔 손아귀에서는 정감이 묻어난다. “오늘은 스케줄은 어떻게 되는 거냐?” “차이나타운”입구에 본데없이 세워 놓은 화강암의 패루 밑을 지나며 친구가 묻는다. “응! 근대생활용품들을 수집해 만들어 놓은 개인 박물관이 있는데 거기부터 들렀다 저녁 먹을까? ”동의를 구하는 내게 “O.K"라며 시원스레 답을 한다. 이 친구에게서 "O.K"소리를 들을 때면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무시로 “O.K"라고 외치던 모습이 무지개처럼 그려지다 사라진다.
패루를 지나자 곧이어 울긋불긋한 북성동 사무소(주민자치센터) 건물이 눈앞에 다가온다. 주변의 중국 가게들과 어울림을 준 것이 묻어난다. 기왕이면 입구의 패루마저 당초의 화려한 색상으로 어울림을 줄 것이지. 동사무소 옆 골목으로 걸어가자 다가오는 옛 공화춘 자리에 조성한“짜장면박물관”이 어색하게 다가온다. 언덕길 저 위쪽에는 진짜 행세를 하는 공화춘이 있는데 남의 것도 상표등록을 하면 다 제 것이 되는 세상인가 보다.
삼십여 년 전 “공화춘” 주인의 잔치에 초대되어 처음으로 중국요리를 맛보던 그날이 기억난다. 다소 어둑한 실내에 조용하게 삐걱이는 탁자의 기분 좋은 울림이 공간을 퍼져 나가던 그 느낌은 스러져 간 곳 없고 이제는 그저 옛 영화만 가슴속에 담아 놓은 하나의 박물관으로 흔적만 남아 있을 뿐이다.
그나마 짜장면 박물관 뒤 그 당시 만두가게였던 “풍미”의 연립 건물이 아직 중국풍의 정취를 보이며 옛 건물에 대한 정서를 느낄 수 있음이 다행일밖에.. 갑자기 고소한 냄새가 동네에 퍼진다. “풍미”옆 조그만 가게의 화덕에 올려진 양꼬치구이에서 나는 냄새가 바람에 실려 확 하니 구미를 당긴다. 잠시 후 밥 먹을 것만 아니면 한 꼬치 먹어 봐도 좋을만한 고소한 냄새다.
“풍미”건너편의 “대창 반점”을 끼고 조그만 언덕길을 올라 꼭대기에 도착하였다. 한동안 삼품 안주로 고량주를 즐겨먹던 “상원”이 보이고 그 옆에 있는 “한국 근대사박물관”에 도착했는데 토요일인데도 문을 닫았다. 관장님께서 출타 중인 모양이다. 혼자 박물관을 꾸려 가려면 본의 아니게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도 생길 테지만 하필 친구에게 기대감을 갖게 한 날 문을 닫은 박물관을 보며 미안함에 친구를 바라보자 "무얼”하는 눈길이 겹쳐 흐른다. 이것은 절친한 친구와의 교감이라 생각해야지..
친구가 일전에 관우상을 샀던 중국 가게엘 가자는데. 이번에는 공자상을 하나 사고 싶단다. 이제는 내리막길이다. 중국 고유의 월병을 파는 빵집 “복래춘”을 지나려 하는데 "나비 카페"에서 “중사모”지기가 후다닥 뛰어나오며 손을 잡아 끈다. 얼결에 카페로 들어가 시원한 캔맥주 한잔씩 마시며 어린 시절의 옛 추억들을 더듬다 보니 어느새 서녘 하늘이 벌겋게 물들어 온다. 주섬주섬 일어나 작별을 하고 조계지 계단 옆의 화상(華商)엘 들어갔지만 공자상은 없고 전에 없는 일본 기녀들의 인형들만 요란스레 전시되어 진시황릉 속에서 발견된 토우 인형들에게 연신 낯간지러운 추파를 던지는 모습만 보인다. 이들에게는 청일 양국 사이의 경계선인 조계도 안중에 없나 보다.
"관동교회"옆에는- 이 교회 역시 50년대에 지어졌으니 만만한 연배는 아니다 - 지은 지 100년이 넘어 지방문화재 자료 지정 감이라는 일본 건물이, 특색 있는 일본거리를 만든다는 관청의 계획으로 주위 건물들과 똑같은 획일적인 고동색의 틀속에 갇혀 있다. 껍데기 문화를 살리기 위한 살아 있는 문화자료의 말살인 듯 보인다. 토요일이라 인적 없는 중구청이 나른하다. 등나무 등걸이 무성했던 자리에서 주민 서너 명이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하고 있다. 이들을 보며 언뜻 이곳에서 젊음을 보내던 한 시절이 주마등처럼 흐르며 잠시 상념에 잠긴다.
구청 앞 한 블록 아래쪽에 "근대건축박물관"의 문이 빠끔 열려 있어 부리나케 찾아 들어갔으나 6시가 넘어 못 들여보내 준단다. 오늘은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날이다. 할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인천 요식업조합"의 간판을 떼어 낸 "58 은행"을 지나 얼마 전까지도 영업을 하던 “삼화 다방”을 넌지시 들여다 보기도 하고 “인천 보이스카우트연맹”의 아직도 건재한 모습에 반가움을 느끼면서 지나다 보니 낯익은 고동색 건물이 보인다.
지금은 사법교육원으로 바뀐 “후생병원”이다.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던 시절에 내게 눈치를 주던 노처녀 김 간호사의 홍조 띤 얼굴을 그려보며 친구 몰래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았다. 자유공원 방향의 계단 밑에는 이제는 빌라로 변한 고급 음식점 "인천 원"이 있었다. 딱 한 번 가 보았던 그곳에서의 취흥에 겨운 옛날을 짚어보니 벌써 꽤 오래된 공간과 시간적인 흐름이 느껴진다..
병뚜껑 카페 "뽀야"
신포동에서
이른 저녁 겸 술 한잔을 하기 위해 찾아간 식당은 넓은 홀이 예약석으로 가득 차 귀퉁이로 밀려나는 불편을 겪었으나, 그나마 앉을자리라도 있어 다행이었다. 한동안 신포동을 찾는 발길이 뜸해지는 바람에 신포동의 시대는 지는가 했는데 이즈음에 서서히 신포동의 활기차던 옛 모습을 여기저기에서 느낄 수 있어 괜스레 흐뭇한 느낌이 든다.
식사를 하고 마침 오늘 공연하는 "첼리스트 김규식&무누스 앙상블" 공연을 관람하러 들어간 “버텀라인”에서는 빈자리가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 예약을 안 했지만 공연 시작 한 시간 전이라 현장 입장을 하려 했는데, 이미 인터넷만으로 예약이 끝났다는 허무한 말을 들으며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허 사장의 알찬 공연 기획력이 돋보이긴 했으나 현장 입장객에 대한 배려 없음이 다소 아쉬웠다. 그래도 인천의 독보적인 재즈카페의 명성에 걸맞은 예약 모습에 박수를 보내면서 아쉬움을 달래며 바로 앞에 있는 "뽀야 카페"로 향했다.. 언제부터인가 병뚜껑 카페로 유명해진 “뽀야”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2층 건물 안팎으로 병뚜껑을 잔뜩 붙여 놓은 주인장의 사연을 들었다. 방송에 나가면 헤어진 엄마를 찾을 수 있을까 하는 희망으로 시작했다는데 그 많은 방송 출연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소식이 없어 이제는 포기하며 그동안 작업으로 손에 익은 병뚜껑 공예로 작품 활동을 한다며 그간의 작품들을 담아 놓은 스마트 폰을 열심히 보여 주었다..
얘기 중에 작년에 어느 분께서 동석 형님과 통화를 했다는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대체 이미 4년 전에 돌아가신 분과 통화를 하신 분은 어떤 분일까? 화제가 근처 카페 얘기로 들어서자 여주인은 카페들의 근황까지 술술 풀어놓는다. 대성 옆에 있던 "스테이션"과 신한은행 앞의 "카무스" 그리고" 조이너스"까지.."스테이션"의 정아도 이제는 사십 대가 되어 있을 텐데 아름다운 모습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단다. 한 평짜리 카페" 카무스"의 인숙이는 일본으로 가서 산다는데 쪼그마한 체격에 당찬 성격으로 어디에서든 멋진 삶을 살아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조이너스"의 진숙이는 올 초에 한 번 보았으니 멀리 떠나 있는 인숙이만 그려보게 된다.
카페를 나서니 저 멀리 홍예문이 보인다. 한 여름이면 시원스러운 초록빛의 담쟁이덩굴로 흥겨운 노랫가락을 읊조리던 홍예문이었고, 나지막한 언덕길로 오르는 사람들에게 시원한 골바람을 선사하던 홍예문이었는데, 지금은 발가벗긴 제 모습이 부끄러워 한쪽 눈을 감았나 보다.
동인천역으로 친구를 배웅하는 길에 들른 신포시장에는 러시아 선원들이 자주 찾던 통닭집과 공갈빵으로 유명한 중국 빵가게와 신포 닭강정집들 앞에 꼬불꼬불 장사진을 친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지하상가에도 시민들의 바쁜 걸음걸이가 인상적이다. 이렇게 활기찬 모습을 보이며 신포시장과 지하상가의 경기가 활활 타오르듯 모든 사람들의 얼굴에 희망의 기운이 함께 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동인천역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서서히 올라가는 친구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스치는 생각이 하나 있었으니, 오늘 "근대문화박물관"의 문 닫음을 시작으로, 10분 늦었다고 "근대건축 전시관"에서 쫓겨나는가 하면 예약을 안 한 탓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던 "버텀라인"까지 오늘의 일정이 흐트러진 이유가 모두 시간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었다...
최소한 "차이나 타운"과 "신포동"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돌아다니려면 시간관념과 예약문화에 익숙해야 나와 같은 낭패는 보지 않을 터이고, 넉넉하면서도 상쾌한 마음으로 이곳을 즐길 수 있겠지만 꼭 예약을 하고 꼬박꼬박 시간을 지키지 않아도 좋은 친구와 느긋한 마음으로 여유로움을 갖고 재미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많으니 이래저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 나는 이곳 자유공원 아랫동네가 좋다..
2012.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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