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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클래식 & 크로스오버

음악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해야 음악회에 갈 수 있나요?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27. 00:52

음악에 대해 얼마만큼 이해해야 음악회에 갈 수 있나요?

음악은 본질적으로 독일어나 중국어처럼 하나의 언어입니다. 소통이 목적이라는 말이죠. 음악회를 방문한 청중은 연주되는 작품과 진지한 대화를 나눕니다. 그 대화는 다양한 양상을 띠며, 내용과 농도도 각기 다릅니다.

음악 작품은 치밀하게 짜인 음향의 직조물입니다. 극적이고 낭만적이고 역동적이며, 때로는 밝거나 어둡게, 혹은 부드럽거나 강하게 울리지요. 대부분의 청중은 음악을 들으며 무언가를 연상해내곤 합니다. 한편 더 나아가 이해력이 뛰어나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청중은 음악의 외적인 구조에도 주의를 기울입니다. 

하나의 음악 작품은 일정한 음악 양식을 따르는데, 그것은 교향곡이거나 협주곡일 수도 있고, 아니면 푸가나 아리아일 수도 있습니다. 간혹 이 전통 양식을 변화시키거나 심지어 파괴하기도 합니다. 청중이 성부의 흐름이나 모티브의 변형 같은 더 세부적인 구조로 파고들게 되면, 대화는 훨씬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세밀한 화성의 구조까지 제대로 이해하려면, 절대음감이나 완벽하게 훈련된 상대음감을 갖추고 있어야 하죠.

그렇다고 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하거나 가능한 한 더 많은 것을 습득하려고 스트레스에 시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음악은 우선 그저 청중과 대화를 즐기고 싶어 하니까요. 음악은 사람들에게 정서를 전달해주거나 혹은 듣는 과정에서 스스로 그 정서를 느끼게 합니다. 언어와 비교해보면 좀 더 이해하기 쉬울 겁니다. 낯선 언어로 쓴 시를 낭독하는 것을 들으면, 그 내용을 따라가기는 힘들지만 운율의 아름다움에 매료될 수는 있지요. 물론 시에 대한 인식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시의 매력은 더 커질 겁니다. 예술 작품에 대한 이해의 폭이 클수록 더 잘 즐길 수 있다는 말이지요. 훌륭한 연주자는 항상 작품 속에 담긴 내용을 청중에게 최대한 많이 전달하려고 애씁니다. 또 명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정확하고 분명한 연주를 하려고 노력하지요.

감수성이 예민한 청중은 본인이 알고자 하는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마추어라 할지라도 말이죠. 연주 수준이 높은 경우라면 더욱 그러하지요. 앞에서 언급한 낯선 언어로 된 시의 낭독자가 훌륭하다면 청중의 이해력도 그의 억양이나 제스처를 통해 훨씬 높아질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전문가는 아마추어든, 많은 경우에 예술 작품을 판단하는 중요한 근거  - 심지어 어떤 때는 결정적인 근거로 작용하기도 하죠 -  는 아주 단순한 문장입니다. 


“그 작품은 내 마음에 들어” 

           아니면 

“그 작품은 내 마음에 들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