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경로석#한국근대문학관#윤아트갤러리
- lost in love "잃어버린 사랑" - 에어서플라이 (air supply)#신포동#ai가사
-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 #진추하
- 추억의도시
-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fork. male vocal. 75 bpm.piano. cello. lyrical. lively.
- 시각장애인 #안드레아 보첼리
- 碑巖寺
- 감정의 깊이가 다른 말
- y.c.s.정모
- male base vocal
- 누가바#상윤네집#진열이#금복
- 1mm 치과
- 인천대공원#포레#파반느#단풍
- 양파즙#도리지배즙#배도라지청#의약용파스#완정역#호경형
- 익숙해질 때
- 석민이#경민이#도화동시절
- blues&jazz
- 사르코지 #카콜라 부르니 #불륜 #남성편력
- male vocal
- new trot. male vocal. 60bpm. piano. cello. orchestra. lyrical. languid.
- 60bpm
- 황우창
- 동인천역 가새표#남수#보코#친구들
- 빌보드 #노라 존스 #재즈
- 인천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 오블완
- 티스토리챌린지
- 인학사무실#참우럭#놀래미#도미#금문고량주#두열#제물포#마장동고깃집#마장동
- 인천시민과함께하는시화전
- Today
- Total
형과니의 삶
졸업 The Graduate - 1967 / 사이먼 앤 가펑클 본문
사이먼 앤 가펑클 뒤의 현실
졸업 | The Graduate | 1967
김동원 | 다큐멘터리 감독, 푸른영상 대표, 〈상계동 올림픽〉 〈송환)
영화 〈졸업〉을 본 것은 중3 때로 기억된다. 프랑코 네로가 폼 잡던 마카로니 웨스턴, 왕우의 외팔이 검객 시리즈가 판치던 그 시절, 난 닥치는 대로 영화를 보러 다니는 철없는 영화광이었다. 보고 싶은 영화는 개봉날 첫 회에 봐야 직성이 풀렸고, 연소자 관람불가도 학교 앞 만화방에 맡겨둔 사복,가발, 털모자, 선글라스를 사용해 변장하면 만사형통이었다.〈졸업〉 역시 '불가영화였지만 매표소를 통과할 때 긴장감이나 가책을 느꼈던 것 같진 않다.
난 〈졸업〉 개봉을 특히 기다렸는데, 유명한 감독이나 배우들 때문이 아니었고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 이라는 고상한(?) 이유 때문은 더욱 아니었다. 내가 며칠간이나 밤잠을 못 자면서 설렌 이유는 이 영화에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들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나는 미군 방송을 통해 발표되던 빌보드차트를 줄줄 외고 사전을 뒤적여 가사를 풀어 외우던 팝송광이기도 했다. 클리프 리처드, 앤 마거릿 등을 좋아하며 순진하게 출발한 나의 팝송 편력은 비틀스, 롤링 스톤스, 슈프림스를 거쳐 그 즈음에 피터 폴 앤 메리, 마마스 앤드 파파스 등 포크와 록으로 넘어가던 때였다.
특히 사이먼 앤 가펑클을 무척 좋아했는데, 그들의 원판을 구하기 위해 용돈을 쏟아 붓기도 하고 등하교 길에 언제나 그들 노래를 입 속에 넣고 다닐 정도로 푹 빠져 있었다(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열정이 스스로도 믿기지 않지만, 지금도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레 따라 읊조리게 되고 사춘기 시절의 기억들이 되살아온다). 고운 멜로디와 화음, 그리고 알듯 말듯 여운을 남기는 노랫말들은 내게 완벽하게 느껴졌고 영어, 미국 음악, 그리고 미국은 자연스레 나의 동경의 대상이 되었다(그때 누군가 나에게 반미를 역설하고 팝송을 못 듣게 했다면, 난 그에게 사이먼의 노래들을 들려주며 설득하거나 멱살을 잡고 싸웠을 것이다).
그런데 영화 <졸업>에서 그 아름다운 노래들과 내가 동경해 마지않던 미국이 거칠고 기분 나쁜 화면들에 담긴 것을 발견했을 때 난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첫 장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왼쪽에서 오른쪽이 아니라) 공항 복도를 지나오는 멍한 표정의 벤(더스틴 호프만)의 옆 얼굴에 '사운드오브 사일런스 Sound of Silence' 가 깔릴 때부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벤이 되돌아온 집은 (내가 다른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미국의 안온한 가정이 아니라 낯설고 기분 나쁜 공간이었고, 그를 맞는 부모나 이웃들은 한결같이 속물스러웠으며, 급기야 벤이 늙은 여자(그것도부모들의 친구이며 여자 친구의 엄마)와 '그 짓을 할 땐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로빈슨 부인 (앤 밴크로프트)의 그 섬뜩한 무표정, 지저분한 거래에 말려든 벤의 초점 없는 시선, 그리고 수영장과 호텔을 넘나드는 불친절한 점프 컷들…….
무엇보다 황당했던 건 그 장면에 내가 아는 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인 '스카보로 페어 Scarborough Fair' 가 깔려 있다는사실이었다. 노랫말에서 연상했던 평화로운 시골 풍경, 순박하고 아름다운 처녀와의 애달픈 사랑의 장면이 아니라 은밀하고 뻔뻔하고 칙칙한 베드신에 그 노래가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던 것이다. 영화 중반쯤 엘레인(캐서린 로스)이 등장하고 벤이 열정적인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으로 돌변하면서 그런 혼란스러운 느낌은 많이 엷어졌지만.
〈졸업〉이 내게 남긴 충격과 여운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물론 꼭 그 영화 때문이라곤 할 수 없지만 벤보다 어리고 순진했던(?) 내게 세상은 점점 더 삐딱하고 답답해 보이기 시작했다. 난 비스듬히 눌러쓴 교모 밑에 냉소적인 시선을 감추고 기성세대와 긴급조치 시대를 째려보며 고교 시절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 〈미드나잇 카우보이〉 같은 영화들, 도어즈나 제니스 조플린의 하드록과 재즈들, 김민기와 한대수의 음악 등은 나의 그런 반골적 자유주의 경향을 더욱 부추겼다. 아니, 부추겼다기보다는 그런 영화나 음악 외에는 몸서리치게 지겹던 70년대 초반 시절을 풀 방법이 없었던 것 같다.
그로부터 거의 30년이 지나고 로빈슨 부인과 비슷한 연배가 되어 버린 나는 그때완 전혀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미국에 대한 환상은 깨진 지 오래고 팝송도 더 이상 듣지 않는다. 내가 몸담고 사는 세상이 졸업에서 엿본 것보다 훨씬 지저분하고 험한 곳이며, 어줍게 반항만으로는 인생을 올바르게 살아낼 수 없다는 것도 안다. 80년대가 지나고 국민 정부가 들어섰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미국의 60년대보다 자유롭지 못하다. 아직껏 우리에게 자유주의는 논해본 바가 없을 정도로 사치스럽거나 위험한 개념에 머물러 있다.
지금의 내 가치관이나 영화 상식으로 본다면 (졸업)은 그다지 뛰어나거나 건강한 영화가 아니다. 베스트 텐에서도 밀려난 지 오래다. 그럼에도 내게는 잊혀지지 않는 특별한 영화다. 나도 졸업을 본 후 영화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지금 여기에 글을 쓰고 있는 것도 그 인연 때문인 것 같다.
감독 마이크 니콜스 | 출연 앤 밴크로프트, 더스틴 호프만, 캐서린 로스
'음악이야기 > 영화음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열혈남아 / As Tears Go By / 1988 (0) | 2023.02.28 |
---|---|
Bagdad Cafe / Calling you - Jevetta Steele / 1988 (0) | 2023.02.27 |
A Hard Rain's A Gonna Fall <세찬 비가 오려 하네〉/ Bob Dylan (1) | 2023.02.27 |
Doctor Zhivago 닥터 지바고 - 1965 / Somewhere, My Love (1) | 2023.02.27 |
레메디오스 / 영화 「러브레터' O.S.T. Remedios / Love Letter O.S.T. (King Records Japan) (0) | 2023.02.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