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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Amapola 아마폴라 - Giampaolo Bandini - Cesare Chiacchiaretta - hombres de tango 앨범 중 본문

음악이야기/월드음악-샹송,칸초네,탱고,라틴등

Amapola 아마폴라 - Giampaolo Bandini - Cesare Chiacchiaretta - hombres de tango 앨범 중

김현관- 그루터기 2023. 3. 1. 09:03

https://youtu.be/c1aNpU-G7vY

 

신사의 탱고를 위한 우아한 격정의 이중주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따Duo Bandini & Chiacchiaretta의 신사의 탱고Hombres De Tango」(2008년)

탱고 이민자의 음악 그리고 몸짓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선 쓸쓸하고 고단한 방랑자들의 거리. 탱고가 처음 생겨난 그 부황한 거리를 거니는 꿈을 꾸며 이방인의 지도를 그립니다. 이민자의 허한 속을 달래 주던 옛날의 선율은 이제 여행자의 로망으로 포켓에 담깁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동남부에 위치한 항구 보카Boca의 검푸른 저녁. 뱃사람들과 여인들, 그리고 악사들 시작과 끝이 얽히고설키는 보헤미안의 풍류가 진홍색 노을에 섞여 휘날리는 가운데 시작된, 20세기의 가장 격정적인 춤곡 탱고는 인간사의 가장 어둡고도 찬란한 영역을 상징하는 민중의 음악으로 물처럼 흘러왔습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걱정 그리고 관능을 담은 탱고,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유럽의 정서를 공유하는 춤곡. 한 세기에 걸친 생성 발전 과정에 정점을 찍은 아스토르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누에보 탱고Nuevo Tango는 항구의 밤을 떠돌던 서러움과 외로움의 몸짓인 춤곡을 클래식에 가까운 정교함과 세련됨의 지평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프랑스에서 아르헨티나로 건너와 20세기 탱고를 개화시킨 까를로스 가르델Carlos Gardel이나 이탈리아 이민 세대인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같은 유럽인에 의해 유입-정착-진화하고, 아프리칸의 리듬과 서정이 혼합되어 변천된 탱고는 태생과 형성의 역사에서 알 수 있듯'이민자의 음악'입니다. 식민지 경영과 노예 사업이라는 기반에서 출발한 유럽 이민의 역사의 우울한 그림자가 화려하고 검붉은 탱고 안에 스민 셈입니다. '열정'과 '관능' 그리고 어두운 본성의 낭만적 파열음으로만 연상되던 탱고에, 흑과 백, 삶과 죽음의 콘트라스트가 점령해온 이 4분의 4박자의 용광로에, 나일론 기타와 반도네온 두 대의 악기는 '절제'와 '함축'의 미덕을 첨가합니다.

격정과 절제: 신사의 탱고

탱고라는 춤과 음악은 참을 수 없는 격정과 시련과 시험, 망각, 회한의 수레바퀴를 상징하는 극장입니다. 때로는 통속의 극치에 닿는 이것은 이방인의 외로움에서 시작하여 인간들의 부대낌의 시작과 끝, 그리고 달콤한 악순환의 반복과 부조리가 비극적이고도 관능적으로 전개되고 기록되며 사라집니다.

바람과 물의 흐름으로 상징되는 이 세계의 한복판과 변방을 통과하는 인간들의 검거나 하얀 메시지들. 망망한 바다를 앞에 둔 부두의 어둡고 쓸쓸한 저녁 풍경. 비루하고 외로운 뒷골목의 속삭임들. 짧으나 격한 호흡의 출발과 끝이 담긴 항구의 밤과 낮, 남과 여의 이야기.

탱고를 따라 흘러가고 잊힌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탈리아의 클래식 기타 연주자 지암파올로 반디니와 반도네온 연주자 체사레 끼아끼아레타의 이중주에 의해 새로운 색깔과 농도로 그려집니다. 채도가 낮은 정물화와 피카소의 「게르니카」를 두 걸음 물러서서 동시에 감상하는 듯한 절제된 감흥이라고 할까요.

클래식 연주자로 권위와 지평을 열어 가는 두 남자의 음악 언어가 탱고라는 장르를 어떻게 이해하고 그 핵심에 다가가고 있는지 음미하게 됩니다. 무표정한 듯 그러면서도 우아함을 잃지 않은 신사의 절도 있는 발걸음과 향수에 젖은 시선. 무엇보다 탱고와 모든 음악은 결국 인간의 내면과 행동에 관한, 말로 대신할 수 없는 고백에 다름 아니기에 이 음반 '신사의 탱고Hombre De Tango 」는 탱고 명곡과 더불어 인생의 뒷면을 반추하고 속 깊이 숨은 열정을 확인하는 즐거운 여행의 시작이 될 것입니다.

지암파올로 반디니 & 체사레 끼아끼아레타

클래식 기타리스트 지암파올로 반디니와 반도네온 연주자 체사레끼아끼아레타가 만나 결성한 '듀오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는 이탈리아를 넘어 유럽 전역 각종 무대에서 탁월한 음악성과 연주력을 갖춘 탱고 듀오로 명성을 얻고 있습니다.

지암파올로 반디니 Giampaolo Bandini는 현재 이탈리아 최고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의 한 명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그가 결성한 기타 듀오는 '칼타니세타 시Citta Di Caltanissetta' 콩쿠르에서 유일하게 이년 연속 우승하기도 했습니다. 2003년에는 유명 기타 매거진인 기타 Guitart」에서 그해 최고의 이탈리안 기타리스트로 선정되었습니다.

체사레 끼아끼아레타Cesare Chiacchiaretta는 '페스카라 국립음악원 Accademia Musicale Pescarese'에서 클라우디오 칼리스타Claudio Calista를 사사 했고, 피치니 음악원Conservatorio N. Piccinni 1995년 수석으로 졸업했습니다. 현재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반도네온 및 아코디언 연주자로서 유럽의 여러 국제 콩쿠르를 통해 수상하면서 그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2002년 이들은 듀오를 결성한 후, 거장 리오 브라워 Leo Brower의 지휘로 파르마의 파가니니 대극장에서 피아졸라의 협주곡 리에쥬를 위한 오마주Hommage A Liege 를 연주하게 되면서, 곧장 세계의 주요 극장에서 국제적인 공연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았으며, 평단과 대중 모두에게 탱고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주옥같은 탱고의 명곡들

1910 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발표된 탱고의 대표곡이 엄선된 이 앨범에서 총 열세 곡 중 역시 이탈리아 혈통의 탱고 거장 피아졸라의 것이 일곱 곡이나 됩니다.

우선 첫 트랙인 반도네온Bandoneon과 더불어, 연주 중에 임종 소식을 들었던 피아졸라 자신의 아버지를 향한 애틋한 정을 담은 망부가 「안녕 노니노Adios Nonino」의 클래식하고 비의적인 선율에서 듀오의 음악적 캐릭터가 드러납니다. 아련하게 멀어져 가는 아버지의 기억이 잘 표현된 연주입니다. 와야 할 것Lo que Vendra」은 숨을 멈추며 폭포가쏟아지듯 훑어 내리는 인트로의 강렬함과 대비되는 변화무쌍한 템포, 그리고 밀고 당기며 섬세한 감정의 선을 이어나가는 긴장감이 백미입니다.

카페 Cafe 1930과 나이트클럽Night Club 1960은 피아졸라가 1980년에 플루트와 기타를 위해 네 개의 악장으로 만든 『탱고의 역사Histoire Du Tango 가운데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악장에 해당하는 곡으로 선술집-카페-나이트클럽-콘서트의 공간과 20세기를 30년 단위로 나눈 시간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비탄과 우울 속에서 나른한 소망을 꿈꾸는 듯한 2악장과 현대적으로 탈바꿈한 나이트클럽의 화려함이 표현된 3악장의 경쾌함이 대비되는 이 곡들에서, 플루트 대신 멜로디 악기로 쓰인 반도네온이 더욱 남성적인 맛을 보여 줍니다.

피아졸라를 제외한 탱고의 거인들이 남긴 곡들도 훌륭한 연주와 함께 빛나고 있습니다. 조셉 라칼레 작곡의 아마폴라Amapola는 영화『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 소녀 데보라의 아름다운 춤과 함께 등장하여 더욱 사랑받은 곡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예쁜 멜로디의 원곡을 반디니 & 끼아끼아레타 듀오는 조금 더 복합적인 감정이 깃든 해석으로 애잔함의 깊이를 더합니다.

그 밖에 가장 널리 알려진 탱고의 명곡으로 1917년 우루과이의 G.H.M. 로드리게스가 작곡한 「가장행렬 La Cumparsita」은 그 익숙한 선율과 리듬이 낡은 로망스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20세기 탱고의 산파역을 한 카를로스 가르델 작곡의 머리 하나 차이로 Por Una Cabeza 와 당신이 나를 사랑하게 될 그날l Dia Que Quieras」 역시 여인의 향기』를 비롯한 수많은 영화에 삽입되거나 여러 음악가에 의해 연주된 탱고의 고전으로, 유럽인의 취향이 다분히 깃든 1920년대 탱고의 소박한 낭만성을 담고 있는 곡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