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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하고 건방진 밥 딜런 / 왜 지금 저를 바꾸려 하나요 본문
무례하고 건방진 밥 딜런
스웨덴 작가이자 한림원 회원인 페르 베스트베리는 스웨덴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작가로 선정된 이후에도 침묵으로 일관한다"면서 밥 딜런을 강하게 나무랐다. 물론 공식적인 차원은 아니었으나 스웨덴 한림원의 자존심이 상했을 거라고 추측되는 상황에서, 회원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는 해석도 나왔다.
페르 베스트베리는 "밥 딜런은 무례하고 오만하다"했고,“밥 딜런은 노벨상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더 거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혹은 반항적인 이미지 그대로 있고 싶은지도 모른다"고 추측한 것이다.
일부 외신들은 이 발언에 대해 노벨상의 권위를 손상당한 주최 측의 초조감이 분출된 것이라는 시각을 전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수상 발표 직후 딜런에게 연락을 시도했으나 2시간여 만에야 겨우 딜런의 매니저와 통화할 수 있었고, 매니저는 지금 딜런이 자고 있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수상 발표 후 딜런과 그의 밴드는 미국 라스베가스 공연장에서 콘서트를 했다. 당시 관객들이 그에게 노벨문학상 수상자라고 외쳤지만 딜런은 노벨문학상 수상에 대해서 그리고 청중들의 연호에 대해서도 그 어떤 언급이나 일체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다음날 딜런은 캘리포니아 주에서 열린 락 페스티벌 ‘데저트 트립’에도 나타났었다. 하지만 역시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딜런이 노래하고 난 이후, 그 다음 차례로 무대에 올랐던 롤링스톤즈가 "노벨상 수상자와 같은 콘서트 무대에 서본 적이 없었다"며 딜런의 수상을 축하했다. 그날 밥 딜런은 무대에서의 앙코르곡으로 <왜 지금 저를 바꾸려 하나요(Why Try To Change Me Now)>를 불렀고 그로 인해, 그 노래 제목이 딜런의 현재 마음이다.라는 얘기도 나왔다.
딜런은 무례하지도 않았고 건방지지도 않았다. 딜런은 우리가 편의점에 가서 막걸리 한통 사듯이 혹은 생수 한 병 사듯이, 담배 한 갑 사듯이 그렇게 한림원에 가서 돈을 주고 노벨문학상을 산 게 아니었다. 딜런은 "텔레비전에 내가 나갔으면 좋겠네"라고 아이들이 부르던 그 노래처럼, “2016 노벨문학상을 딜런이 받았으면 좋겠네"라고 노래 부른 적도 없었다. 오래전부터 수상후보로 거론됐을 뿐이었고, 마침내 무라카미 하루키가 받을 것이란 예상을 뒤엎고, 딜런에게 노벨문학상이 주어졌을 뿐이다. 그렇다고 딜런이 시차로 인해 잠자는 시간에 걸려온 스웨덴 한림원에서 걸려온 수상 통보 및 시상식 관련 안내 전화에 자다 말고 깨어나 "아, 고맙소 12월 10일 노벨상 받으러 가겠소." 이래야 할 의무가 있을까?
그리고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수상소감을 발표하고, 자신의 콘서트에서도 자랑 삼아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까? 그러면서 오늘이 있기까지 고마웠던 사람들의 이름과 직업을 일일이 호명하며, 눈물을 보일 필요가 있었을까? 그렇다. 딜런이 상을 받든 안 받든, 시상식에 참여하는 안 하든 그것은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노벨문학상의 본질은 결국 딜런이 말해온 대로 '신의 작업을 해나가기 위해 시를 쓰고, 그 시에 곡을 붙이고, 그런 다음 녹음을 해서, 앨범을 발표하고, 다시 그 노래들로 채워진 콘서트를 갖고 등의 시와 음악 관련 일에 있는 것이고, 특히 그 시어에 있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이것은 하나의 데이트 신청인 것이다. “우리가 당신의 '귀를 위한 시’를 위해 노벨문학상을 드립니다. 그리고 12월 10일 만나요. 상 받으러 오세요." 이랬던 하나의 데이트 신청이었다.
데이트에 응할지 안 할지는 딜런이 선택할 자유에 속한다. 밥 딜런을 비판한 이는 노벨문학상이 인류의 자유, 딜런의 자유, 딜런의 시보다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대단한 상황 속에서 딜런 또한 숙고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것은 노벨문학상이라는 권위에 함몰되지 않으려고 하는 그의 노력일 수도 있다. 그는 뉴욕에도, 기타에도, 노래에도, 콘서트에도, 대화가 통하지 않아 이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한 바 있는 결혼에도, 함몰되지 않았다. 그는 심지어 자유에도 함몰되지 않을 것 같다. 그랬다가는 자유가 자칫 자유라는 감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노벨문학상 역시 그의 삶에 대한 태도를 바꿀 수 없을 것이다. 딜런은 무례하고 건방진 게 아니라 오히려 여전히 늘 그래왔듯이 '무례가 아닌 자유로운 삶을, 그리고 노벨문학상과 스웨덴과 한림원이 존재하는 세계를 '건방지게'가 아니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대할 뿐이다. 그래서 그는 기타를 들고 그의 밴드와 함께 오늘 밤도 지상의 어느 한 공간에서 두세 시간 정도의 혼신을 다한 콘서트를 해나갈 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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