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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메시지에 대한 辨 본문

내생각들

메시지에 대한 辨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7. 22:54

메시지에 대한 辨

한 해가 바뀌는 때가 되면 연신 전화기에서 딩동 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친구, 동료, 선, 후배와 가족 등 너나없이 성탄을 축하하며,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흐뭇한 정이 담긴 메시지 알림음들이다 모두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며 마음과 정을 나누는 고마운 분들이기에 메시지를 찾아보는 마음도 새삼스럽다. 하지만 개중에는 그다지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고마움을 느끼기 힘든 메시지들도 있다.

연말 즈음에 보내는 메시지라 하면 서로의 인연에 감사하면서 보다 뜻깊은 한 해의 마무리를 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서로의 신뢰와 우정을 도탑게 하고자 하는 인사를 대신하는 글인데, 천편일률적이고 도식적인 데다가 흐뭇함은커녕 도가 지나친 장난스러운 글을 접하면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나는 것 같아 불쾌함마저 느끼게 된다.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의 의식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일 수 있지만, 좋은 관계를 이어가려면 조금 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이-메일 등 각종 SNS에서도 무차별로 메시지가 날아든다. 내 개인 공간에 턱 하니 날아와 무뚝뚝하게 한 줄을 차지하고 앉아 "김 모씨! 성탄절을 축하합니다.!" "계사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런다고 내가 기분이 좋을 것이며, 그 복을 받을 수 있을까! 마음에도 없는 축하와 복이 온 천지 공간에 그득하니, 좋은 게 좋다고 치부하고 살아야 온전한 사람일까? 참으로 무분별한 사회가 되어 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스마트-폰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지 불과 2-3년인데 이제 적어도 대한민국 안에서 스마트 폰을 쓰지 않는 분들은 별로 없다.(나는 스마트폰을 장만한 지 열흘도 채 안 되었다. 그래서 기기를 사용하는데 아직 많이 미숙한데 이게 내 의지대로 작동하려니 컴퓨터보다 더 다루기 힘든 것 같다) 스마트-폰에서는 무료 메시지를 보내는 기능이 있어 통화 대신 손가락으로 대화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예쁘고 자극적인 글과 동영상들이 무수히 퍼져 나가 이번 연말에는 똑같은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받는 황당한 일까지 겪게 되었다.

가만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현상을 너그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스마트한 세대에 스마트한 사람이 못되어서인가를.. 일상적인 경우에 쓰고 답하는 메시지야 장난스럽고 우스꽝스러워도 별 문제야 없겠지만 적어도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새해를 맞이하는 경우에는 남의 것을 뭉텅 베껴와 소중한 사람에게 무작정 보내며 할 도리를 했다고 하는 나태를 보여서는 안 될 것이다.

결국 그들의 편리한 손가락 장난은 이미 관계의 돈독함의 유지보다는 불성실한 사람으로 보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유려하고 멋진 글과 영상으로 받는 이의 눈과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면 더 할 수 없이 좋으련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세련되지 못해도, 서툰 문장이라도 성의와 진심이 배어 있다면 그것으로 예의 있는 인사가 될 터이다.

새삼 몇몇 분들이 생각난다. 철에 맞는 유려한 감각으로 메시지를 보내며, 훈훈한 감동을 전하는 후배와, 뜬금없지만 간간이 촌철살인의 재치 있는 표현으로 친구들을 미소 짓게 하는 윤석이. 정감 가득한 말로 사랑을 담뿍 안겨 주는 남수, 동생을 향한 애틋한 표현으로 늘 고마움을 느끼게 해 주는 누나, 형님들.. 서로를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이 깊으면 세시를 맞는 사람들의 마음도 차분하고, 사랑스럽게 표현할 것이라.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바가 바로 그렇다.

새삼 편지 쓰던 시절이 그리워진다. 상대를 마음에 두고 정을 담아 쓰고서 우표를 붙이고 우체통에 넣는 그 일련의 과정들.. 슬프거나 기쁘거나, 가슴이 뛰거나.. 그렇게 편지를 보내고 난 뒤 답장을 기다리며 슬며시 떨리는 가슴의 울림들. 그러던 어느 날 우편함에 꽂혀 있는 편지를 보는 설렘을 느끼고 싶고, 발신인을 확인하고 단정히 가위나 칼로 개봉하거나 반가운 마음에 휙하니 잡아채다 편지가 함께 찢어져 망연해하는 그런 풍경들도 다시 겪고 싶다.

나는 긴 글은 이 메일로 짧은 내용은 전화통화나 메시지를 활용하는데 요즘 친구들은 길고 짧음에 상관없이 그 조그만 전화기로 컴퓨터 자판 치듯 엄청 난 속도로 메시지를 전하니 그 모습이 대단히 부럽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편지가 주는 그런 설렘을 맛보기는 어려울 성싶다. 예 시절에 느끼던 그 설렘의 흥분을 조금이라도 되새길 양이면 올해는 정말 몇몇 친구와 편지 쓰기부터 한 번 시도해 봐야겠다.

그런데 내게 쓸데없는 동영상을 보내 한 해 인사를 가름하려던 친구들은 어찌할까? 이번은 그런대로 넘겨 두고. 넌지시 한 마디 던져둔 연후에 얼마 안 남은 설에도 그런 식으로 보내는 이가 있다면 한 소리 해야 할까? 괜한 오지랖일 텐데..

2013. 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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