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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동 / 멀리 있는 빛 -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며 본문
김영동 / 멀리 있는 빛 -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며
MUSIC/한국음악 2022-06-18 00:26:08
김영동 / 멀리 있는 빛,
/ 김수영 시인을 추모하며
6월 16일 그대 제일에
나는 번번이 이유를 달고 가지 못했지
무덤이 있는 언덕으로 가던
좁은 잡초 길엔 풀꽃들이 그대로 지천으로 피어 있겠지
금년에도 난 생시와 같이 그대를 만나러
풀꽃 위에 발자국을 남기지 못할 것 같아
대신에 산 아래 사는
아직도 정결하고 착한 누이에게
시집 한권을 등기로 붙였지.
객초라는 몹쓸 책이지
상소리가 더러 나오는 한심한 글들이지
첫 페이지를 열면
그대에게 보낸 저녁 미사곡이 나오지
표지를 보면 그대는 저절로 웃음이 날 거야
나 같은 똥통이 사람 돼 간다고
사뭇 반가워할 거야
물에 빠진 사람이 적삼을 입은 채
허우적 허우적거리지
말이 그렇지 적삼이랑 어깨는 잠기고
모가지만 달랑 물 위에 솟아나 있거든.
머리칼은 겁먹어 오그라붙고
콧잔등에 기름칠을 했는데
동공아래 파리똥만한 점도 찍었거든
국적 없는 도화사만그리다가
요즈음 상투머리 옷고름
댕기, 무명치마, 날 잡아 잡수
겹버선 신고 뛴다니까
유치한 단청 색깔로
붓의 힘을 뺀 제자를 보면
그대의 깊은 눈이 어떤 내색을 할지
나는 무덤에 못 가는 멀쩡한 사지를 나무래고
침을 뱉고 송곳으로 구멍을 낸다우
간밤에는 바람 소리를 듣고
이렇게 시든다우
꿈이 없어서
꿈조차 동이 나니까
냉수만 퍼마시니 촐랑대다 지레 눕지
머리맡에는 그대의 깊고 슬픈 시선이
나를 지켜 주고 있더라도 그렇지
싹수가 노랗다고 한 마디만 해 주면 어떠우.....….
이 곡에 대한 해설은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탁월한 대금 주자에 가수, 그리고 매우 창조적인 작곡가로서의 면모를 느끼게 해주는 김영동의 수작입니다. 신시사이저의 사용도 넘치지 않고 곡의 분위기를 잘 받쳐 주고 있습니다. 일상을 핑계로 역사를 등한시하고 세속의 흐름에 휩싸여 우리의 것을 쉽게 내팽개치고 마는 우리 천박한 세태를 자책의 소리로 들려 주고 있습니다 김수영 시인의 위대한 뿌리를 견주어 읽으며 감상하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먼 길>
이 곡이 들어 있는 <먼 길>이라는 음반은 수록된 음악의 내용이나 질에 비하여 앨범 자체는 상당히 부실하게 아니면 불친절하게 제작된 것 같습니다. 곡이나 작곡가 혹은 연주 악기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으며 단지 이 곡 <멀리 있는 빛> 가사만 달랑 수록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온 김영동의 초기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대표작들을 오롯이 담고 있습니다. 우리 음악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는 음반이 아닌가 합니다. <멀리 있는 빛>을 비롯하여 유명한 <하나>, 타이틀곡인 <먼 길> 등은 우리 전통음악의 확대 가능성을 보여 준 작품으로도 주목받을 만합니다.
글쓴이 이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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