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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친구에게 본문
친구에게
친구야! 촉촉하니 대지를 적시는 빗길을 걸으며, 계절의 울림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았다.. 재작년에는 새해 벽두부터 쏟아져 내린 폭설이 온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작년에는 사월이 지나도록 오지게 추운 날들이 계숙 되어 심신을 피폐시키더니 올해는 매서운 추위를 예보한 기상청을 무색하게 하는 따뜻한 날이 계속되며, 때 잃은 겨울비로 농부들로 하여금 보리농사를 걱정케 하는구나!
이런 비정상적인 계절의 흐름 속에서 마음이라도 훈훈하고 넉넉해진다면 그나마 견딜만하겠지! 에일듯한 추위는 없었지만 활동이 적은 겨울철은 아무래도 생각에 젖는 날들이 많을 듯할 터인데 오늘 그런 마음을 풀어 줄 "접기로 한다"라는 시 한 줄 베껴 보낸다.
접기로 한다 / 박 영희
요즘 아내가 하는 걸 보면 섭섭하기도 하고 조금 서운하기도 하지만 접기로 한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야 호주머니에 넣기 편하고 다 쓴 편지도 접어야 봉투 속에 들어가 전해지 듯 사소한 감정 따윈 접어 두기로 한다. 하찮은 종이 한 장일지라도 접어야 냇물에 띄울 수 있고 두 번을 접고 또 두 번을 더 접어야 종이비행기는 날지 않던가. 나는 새도 날개를 접어야 둥지에 들지 않던가. 그렇게 반만 접기로 한다. 반에 반만 접어보기로 한다.
"그렇지?"
박 영희라는 시인도 이렇게 접고 살 줄 알아야 한다는데, 머리 치켜들고 겨루기만 한다면 삶은 늘 버겁기만 할 뿐이야. 한 수 접지 못하고 대쪽같이 곧기만 하다면 삶은 춥고, 멋없고 뻣뻣하기만 할 테지. 하물며 인생을 함께 꾸려가는 소중한 아내와 남편끼리 자존심은 무슨...
이 겨울에 좀 더 따뜻하고 멋과 여유를 가지려면 접기의 달인(?)이 되어 보자. 접기에 인색한 사람이 관용, 용서와 같이 거한 일을 이루었다는 말을 여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옹졸한 생각이 우릴 조여 올 때면 마음 한번 접어 보자꾸나! 딱 내게 필요하지만 우리의 마음에도 필요한 말 같구나...
친구야! 그렇게 마음을 한 수 접어 둔 다음 평안히 만나 술 한 잔 하자.
이런 게 다 인생 아니겠나!
20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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