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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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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야기

방아깨비

김현관- 그루터기 2023. 8. 20. 23:12

 

엄마인가? 아내인가?
사무실로 튀어 들어 온 한 쌍의 방아깨비!

" 저게 뭐야? 한마리가 업혀 있네 !"

제천 양반의 단호한 한 마디..
"연애중이네요! "

이어서..
"수컷을 때때라고 불렀어요"

그 ~~~ 래..?
"당신말이 맞다 해도 비율이 안 맞아.." !


내게는 사실보다 생물학적 설명이 필요할 뿐이다. 

 

방아깨비

어린 시절에 흔히 보았던 곤충 중에서 좀처럼 볼 수 없게 된 것이 많다. 우선 달팽이나 풍뎅이가 그러하다. 초등학교 시절 운동장 청소를 하다 보면 천천히 기어가는 달팽이가 눈에 띄곤 했다. 또 소방용으로 마련된 조그만 못에서는 방개를 흔히 볼 수 있었다. 뒷다리를 잡으면 방아 찧듯이 몸을 놀려 꼬마들이 가지고 놀았던 방아깨비도 흔했다. 이제 모두 사라져버렸다. 하기야 종달새나 제비도 보지 못하니 그만 못한 미물이야 말해 무엇 하랴

곤충 중에서 참 이름이 잘 지어졌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고추잠자리다. 일어에서는 그냥 붉은잠자리라 하는데 우리는 고추잠자리라 부르니 얼마나 그럴듯한가! 장수잠자리도 그럴듯하다. 실물이 별 볼 일 없고 흉측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잘 지어진 이름을 가진 것이 송장메뚜기다.

생긴 것은 메뚜기와 똑같은데 음산한 회갈색이어서 호감이 가지 않았고 그래서 송장메뚜기라 한 것 이리라. 메뚜기를 잡아 볶아 먹던 시절에도 송장메뚜기는 잡아먹지 않았다. 꼬마들이 풀숲을 지나다 송장메뚜기를 보면 재수 없다고 침을 퉤퉤 뱉기도 하였다. 송장개구리, 송장풀, 송장벌레 등 '송장'이 들어가는 이름이 많은데 이들의 실물은 별로 음산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동식물에 대한 공연한 정신적 학대 사례다. 이용악의 대표작 오랑캐꽃은 이러한 편견이란 이름의 억압에 대한 항의이고 따라서 소외를 노래한 시편이다.

 

- 이용악, 「오랑캐꽃」

아낙도 우두머리도 돌볼 새 없이 갔단다
도래샘도 띳집도 버리고 강 건너로 쫓겨갔단다
고려 장군님 무지 무지 쳐들어와
오랑캐는 가랑잎처럼 굴러갔단다

구름이 모여 골짝 골짝을 구름이 흘러
백 년이 몇백 년이 뒤를 이어 흘러갔나

너는 오랑캐의 피 한 방울 받지 않았건만
오랑캐꽃
너는 돌가마도 털메투리도 모르는 오랑캐꽃
두 팔로 햇빛을 막아 줄게
울어 보렴 목 놓아 울어나 보렴 오랑캐꽃

긴 세월을 오랑캐와의 싸흠에 살았다는 우리의 머언 조상들이 너를 불러 오랑캐꽃이라 했으니 어찌 보면 너의 뒷모양이 머리태를 드리인 오랑캐의 뒷머리와도 같은 까닭이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