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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 본문

내생각들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0. 15:12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

 참으로 덥다고 말할 수밖에 없는 찜통더위가 연일 맹위를 떨치고 매미는 한낮에 시원하게 울어 댄다고 해야 하나 아님 노래한다고 해야 하나? 그저 그악스럽게 발광을 한다고 해야 열불 나는 속이 가라앉을 것 같은 염천이다

 속대발광욕대규(束帶發狂欲大叫)라!

 찌는 듯한 더위에 머리에는 관을 쓰고 허리에는 띠를 매고 젊잖게 예복을 갖추고 있노라니 더위를 참다못해 미칠 것 같아서 큰소리로 부르짖고 싶다는 뜻인데 당나라 시인 두보의 조추고열(早秋高熱)이라는 시에 나오는 말로 두보가 화주에 부임한 직후에 쓴 글이다. 의관 하나 내려놓지 못하고 더위를 온몸으로 부딪어야 하는 관리의 체모를 적나라하게 표현한 멋진 문장이다.

현대를 사는 우리야 저리 미련 떨 일은 없지마는 이 찌는듯한 더위에 8월 한 달을 어찌 보낼까! 피서라 해서 물과 바다, 산으로 피신한다 해도 돌아오면 그 자리에 더 심한 더위가 웅크리고 기다릴 뿐! 그나마 이미 피서지에 다녀온 사람은 그 즐거운 기억으로 오는 더위를 맞이해야 할 것이요. 가려고 작정한 이는 기대감으로 더위를 쫓을 것이지만, 아예 피서를 가지 못할 사람은 그저 집에서 더위를 피할 궁리를 할 것인데 그 궁상을 어이할까나!

다행히 내 몸 하나 건사할 총각이나 외톨 박일 양이면 이 방원의 하여가나 읊어대며, 선풍기 바람에 수박 한 통 끼고 앉아 넘실 넘실 달콤한 과육이나 넘기며 보내면 그것으로도 족할 테지만, 마누라와 아이들 있는 이는  그 등쌀을 어이 견딜까! 하지만 없는 살림이라 가고 싶어도 못 가는 형편이라면.. 에고 그 심사야말로 속대 발광 욕 대규를 제대로 부르짖고 싶을 것이다.

다행스럽게 8월이 시작되며 두 개의 태풍 덕분에 이 삼일 남짓 더위를 피하는 듯했지만 그도 잠시 외려 공기 중에 머금은 습한 기운과 어우러진 더위가 더욱 극성을 부리니 이것 참 야단이로다.

 

2013 05 22() 00:00

 단심가(丹心歌)

일제 강점기 역사학자 신채호(申采浩)가 지은 조선상고사(朝鮮上古史)’에는 유명인의 표절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있다. 주인공은 고려의 마지막 충신 정몽주, 표절 의혹 대상은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라는 단심가(丹心歌).

신채호는 지금은 전하지 않는 ‘해상 잡록(海上雜錄)’이라는 책을 인용, 이 노래의 원작자가 백제의 미녀이자 고구려 안장왕의 애인인 한주(韓珠)’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여기에 따르면, 안장왕은 태자 때 백제에 잠입해 정세를 염탐하다 한주라는 미녀를 만난다. 안장왕은 그녀와 마음이 통해 사랑을 한 뒤 나는 고구려 태자인데, 귀국하면 대군을 일으켜 이곳을 점령하고 그대를 아내로 맞이하겠다”라고 약속한다.

그런데 한 주가 살던 지역의 태수가 그녀를 사모하여 결혼을 강요하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죽기를 각오한 한 주가 끝내 결혼을 거부하자 태수는 옥에 가둔 뒤 죽이겠다며 위협한다.

이때 한주가 옥중에서 부른 노래가 바로 단심가라는 것이다. 사실이라면, 선죽교에서 만난 이방원이 하여가를 부르며 심중을 떠보자, 마땅한 답시를 궁리하던 정몽주가 평소 외워두었던 단심가를 기억해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최근 들어 사회 지도층에게 표절 의혹은 언젠가 한 번은 거쳐야 할 관문또는 피해가야 할 함정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시간을 되돌릴 수 없듯이 표절도 돌이킬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지위가 높아질수록 부정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당사자의 고민이 더 깊을 것이다.

정몽주는 한 편의 시 때문에 이방원의 칼날 아래 고혼이 되어 스러졌다. 하지만, 후세엔 단심가때문에 만고충신으로 기억됐으니 설령 표절이었다 해도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의 사소한 이익을 위해, 관행이라는 미명 아래 뻔뻔하게 저질러지는 요즘 표절과는 격이 다른 셈이다.

광주일보/홍행기 사회 1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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