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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선녀바위에서 하룻밤을.. 본문
선녀바위에서 하룻밤을..
늘 처가 모임을 주관하고 흥을 나누는 작은 동서의 제안으로 선녀바위 근처에서 하룻밤을 지내게 되었다. 설과 추석이면 의례 동서들 모두 처가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바 음식을 장만하여 외지에서 하룻밤 지내는 것도 장모의 일손을 덜어 주니 그것 참 좋은 궁리였다.
슈퍼 문이 둥실 떠 오른 선녀바위의 바닷가에서는 폭죽과 함께 젊음의 노랫소리가 넘친다. 오래전 이곳의 출장소에서 근무하던 때 낙도 오지의 정서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을왕리해수욕장과 왕산해수욕장 주변은 가히 상전벽해라 할 정도로 환경이 급변했다. 다만 변화의 양과 질이 저급하여 그다지 반길 수 없음이 문제이다. 늘어난 것은 그저 유흥과 잠자리밖에 없다. 그것도 참고 보아 줄 만은 하지만 체계 없이 우후죽순 격으로 늘어나다 보니 난개발의 폐해가 고스란히 해수욕장 전체에서 느껴진다.
새로 지어진 건물 하나하나는 깔끔하고 보기 좋을지 몰라도 주변과 동화되지 않은 몰개성으로 제각각의 자리매김하여 눈길을 거스르고, 텃세처럼 자리 잡은 낡은 건물들의 조악함과 해수욕장을 차지한 산지사방 늘어진 무허가 건물들, 현지인도 아니고 임대로 들어와 무법으로 장사를 하며 개판을 치는 행태들은 그저 외지인의 주머니 속을 털어 내려는 일념밖에 없어 제대로 된 서비스와 휴양지의 쾌적함은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이 곳의 장점이라야 딱 하나 고속도로가 코 앞에까지 연결되어 불과 한 시간이면 수도권 일대 어느 곳에서 든 지 바다를 볼 수 있음에 있어 때만 되면 해수욕장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 비단 상인들만 탓할 수도 없는 것이 행락객들의 수준도 상인들의 몰염치를 따라 가는지 먹다 남은 쓰레기들을 아무 곳에나 내 버려두고 휑하니 가버리는가 하면 집에 있는 쓰레기까지 들고 와 내버리고 도둑놈처럼 슬며시 사라지는 족속들까지 있으니 참 가관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몰상식한 것들이 판을 치는 곳에 와서 낭만을 찾고 여유를 찾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허나 어쩌랴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 그저 잠시 아이들의 성화와 마누라의 바가지를 모면하려면 가장 가깝고 생색을 낼 수 있는 이곳으로 올 밖에 또 다른 궁리를 할 수 없음이라 이래 저래 몰리고 찾아 드니 을왕리해수욕장도 왕산 해수욕장도 더불어 아무 볼거리도 없는 선녀바위까지 인파가 몰려드는 것을.
아마도 몇 년 뒤면 이 여세를 몰아 용유출장소 앞 해변으로 이어 마시란까지 그리고 잠진도까지 끝없는 무허가 천막 집들이 나래비 서서 갈 곳 없는 수도권 시민들의 등을 치는 무리들이 한정 없이 늘어날 것 같다. 개발 억제를 해 놓고 청사진만 남발하는 국회의원들에게는 기대할 것도 없고, 그 밑의 공무원들 역시 한 통속이니 바랄 것 없으며 땅 주인들은 매년 억억 하며 임대료 챙기면 그만일 것이니 어차피 대안 없는 서민들과 벤츠 타고 다니는 장사치들은 계속 늘어날 것이고 이 나라 꼴은 해수욕장의 소금물처럼 변하지도 않고 항상 지금과 같이 이제도 그렇고 내일도 그렇게 흐를 것이다.
재작년인가 왕산에서 하룻밤을 지냈을 때도 꼭 이런 글을 써내려 갔었는데 이번에도 이런 글을 써 내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 내가 이곳에 애정을 단단히 갖고 있던지 이곳이 정말 악취 속에 썩어 가고 있던지 둘 중의 하나는 확실할 게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정 붙일 곳도 붙일만한 사람도 없으니.. 참!
선녀바위 앞에서
선녀바위에 선녀는 어디 가고
분칠 한 천박함만 흩날리니,
만월 아래 훌쩍이는 파도 속엔
음험한 쾌락만이 질펀하다.
뭐라 해도 선녀바위는
호군과 선녀와 바위의 전설이 살아야,
恨 담은 파도에 그리움을 더해
금빛 햇살 한 줌 흩뿌려야
그 사랑 담아 하늘로 오를 텐데
전설의 애련함은 어디 가고
끝 모를 탐욕만 모래알만큼 넘치니,
파도에 젖고 해무에 가라앉는
선녀의 혼을 뉘라 보듬으랴.
2014.9.10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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