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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발톱 빠진 날 본문
발톱 빠진 날
칠십 고지 빼꼼히 보인다
뒤통수가 훤하다
꿈속 끓는 피 철부지 하이킥 거침없이 허공을 질러가
주저 없이 콘크리트벽 들이받더니
창백한 아픔이 악소리도 삼켜버렸다
반쯤 빠져 덜렁거리는 왼발 엄지발톱
더럽게 아픈 마취주사 묵직한 바늘
아귀힘 죽이는 하얀 고무장갑 정닥터는
마취액 채 스미기도 전에
순식간에 반쯤 붙은 발톱마저 떼어내
피떡 된 발톱 등에 찍어 붙였다
발등 위로 쏙 빠지는 눈물
앙문 어금니 사이로 질질 흐르는 통증
어차피 인생은 이미 빠진 발톱이다
발포 고무 슬리퍼 쩔뚝 질질 끌어대면서
52시간 지구 반바퀴 대장정 오르다
비즈니스 칸은 빈 지갑 조롱하고
발톱 빠진 늙은이는 비상구도 절대사절이다
헐떡이는 시차 꽁무니 허겁지겁 쫓아 뛰다가
투덜투덜 후끈거리는 발가락 열기가
성긴 눈썹 사이를 쿡쿡 누른다.
그래도 가야 할 길이면 기어이 가야 하리
삐져나오는 발톱 조금씩 깎아내면서
2024. 3. 22 이남수
나이지리아에 현장책임자로 나가있는 내 친구 남수..
월초 휴가 나와 잠시 얼굴 보고 헤어졌는데 출국하기 얼마 전 잠결에 꿈속에서 발길질을 하다 얼마나 세게 벽을 걷어찼는지 발톱을 빠트리는 황당한 사고를 당했다며 사진을 보내왔다..
당사자도 어이없던지 "난 아직 이렇게 피가 펄펄 끓는 소년이라" 넋두리를 하더라.. 그렇게 당분간 슬리퍼 끌며 다니는 신세가 된 바, 우리의 여걸 승희 왈 武道場에서 발톱이 다반사로 빠지는 경험이 있다며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며 웃네.
그리고 오늘
이렇게 출국하며 힘든 사정을 토로하는 것을 보니 참 많이 아픈가 보네. 내 몸뚱이가 아니라 대신 아파할 수도 없고 그저 더운 아프리카에서 덧나지 말고 조용히 새로운 발톱이 자라나기만을 간절한 우정으로 빌어 줄밖에.. 더 이상 해 줄 정성이 없음이 안타깝다.
친구여.
부디 편안하렴..
아프지 말고..
침대는 벽에서 한 마장 떼어 놓는 것 잊지 말거라..
2024.3.23 현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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