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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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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들이야기

주소 없는 곳에 살고 있는 깡지니에게

김현관- 그루터기 2024. 3. 31. 23:57

시간은 흘렀지만, 친구 광진의 흔적은 여전히 내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오늘, 오랜만에 한국문학관 근처를 찾았다. 그곳에는 광진이와 함께 걷던 1930년대의 거리가 여전히 자리하고 있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우리를 비껴간 것처럼, 그 거리는 변함없이 우리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날 광진이와 함께 걷던 그 거리, 모던카페에 앉아 나눈 대화들이 문득 떠오른다. 당시 우리는 학창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웃기도 하고, 진지하게 서로의 인생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카페의 아늑한 분위기 속에서 나누던 말들이 아직도 내 귓가에 맴도는 듯하다. 그러나 오늘, 나는 혼자 그 자리에 앉아 있다. 광진이 없이 홀로 앉아 있자니, 마음이 괜스레 울적해진다.

문학관 근처에 볼일이 있어 온 길이었지만, 광진이와의 추억이  배어 있는 이 카페를 다시 찾게 될 줄은 몰랐다. 혼자 그 자리에 앉아 있자니, 문득 그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작년에 하늘로 떠난 광진이, 그가 가고 난 뒤로 나는 여전히 그리움 속에 머물러 있다. 시간이 흘러도 내 마음속 겨울은 끝나지 않았다. 그가 떠난 후의 겨울은 그 어떤 때보다도 길고 차가웠다.

문학관 이층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곳에 들러 주소 없는 곳에 사는 광진에게 편지를 썼다. 그리움을 담아, 아린 마음을 친구에게 전하고 싶었다. "너 가고 많은 시간이 흘러도 아직 그대로 겨울이다. 나 그리워 꿈에 올까, 너 그려야 예 다시 오려마." 그리운 마음이 방울이 되어 편지지에 담긴다.

광진이가 떠난 지 벌써 일년이 넘었다. 그가 남긴 자취는 아직도 내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있다. 함께했던 많은 순간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왜 하필 함께했던 이곳에 다시 와서, 아픈 그리움을 되새기는지. 그러나 어쩌면 나는 그리움을 잊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그를 기억하며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일 테니까.

오늘 이 곳에서, 광진이를 생각한다. 함께했던 순간들, 추억들, 그리고 그리움. 이 모든 것이 내 삶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한국문학관의  거리를 되새기며, 그를 기억하고, 그를 그리워한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날이 올 때까지, 그리움을 가슴에 안고 살아가리라.   

# 손글씨로 편지를 쓰는 곳에서 주소 없는 곳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그리움을 보냈다.

주소 없는 곳에 살고 있는 깡지니에게

어제도 춥고
오늘도 춥다

너 가고 많은 시간이 흘러도
아직 그대로 겨울이다

나 그리워 꿈에 올까,
너 그려야 예 다시 오려마..

# 함께왔던 이곳
   혼자 와 있다..

 

#광진이, 신포동,한국근대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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