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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마지막 어금니마저.. 본문
마지막 어금니마저..
맛난 삼겹살로 점심을 먹는데 별안간 입안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오른쪽 아래 어금니에서 삼겹살을 씹을 때마다 이물감이 느껴지면서 기분나쁜 느낌이 차곡차곡 쟁여지는 느낌이다. 진작에 공중 걸려 흔들대는 왼쪽 우중간 어금니는 이미 씹기의 본분을 상실하여 보수공사를 앞두고 있어 할 수 없이 앞니 쪽으로 나머지 식사를 마쳤는데..
하필 토요일.. 치과병원들은 오전 진료가 일상이라 오늘은 병원가기 틀렸다. 거울로 봐도 어금니 안쪽 이사이에 끼어 기분 나쁜 이물감을 주는 삼겹살찌꺼기는 어디로 숨었는지 보이지를 않는다. 작은애에게 봐달라 입을 벌리고 앉은 모양새가 구차했지만 젊은 애의 눈에도 보이질 않는단다. 월요일에 필히 동네 치과엘 가 봐야겠다 자칫 잘못하면 이제 대대적인 공사가 시작되어야 할 판이다.
젊은 시절 허랑 허랑 지내던 뒤끝이 당뇨병으로 귀결되었고 사업실패로 인한 과한 음주로 한 개씩 빼낸 어금니들만 8개.. 그동안 작은 어금니로 음식을 먹고 지내던 사실을 자각해야 한다. 이제는 제대로 기능을 하던 마지막 어금니마저 부상을 당하여 앞날을 모르는 진퇴양난의 현실에 마주쳤다.
며칠 전 땅콩과 호두를 깨어먹던 중에도 어금니 속으로 무언가 꽉 채워가는 이런 불쾌감을 느끼고는 먹기를 중단한 적이 있었는데 오늘 입안의 전투적인 행태를 보고서는 앞으로 견과류 씹어먹기는 중단을 해야 할 판이다. 확실하게 패배를 인정할 수밖에 없을까?
와중에 철현이와 두열이가 강남시장에서 만나자하여 부천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만나자마자 어금니타령을 하였더니 철현이도 두열이도 월요일에 치과엘 가야 한단다. 두열이는 이목구비를 비롯해 목과 어깨 무릎과 발목등 자기는 한 달에 네댓 번 병원엘 가야 한다면서 젊은 날의 은성함을 추억하더니 이 나이에 신체의 모든 부분이 닳고 고장이 나는 것이 정상이라 이상이 생기면 고쳐 써야 하는 게 맞다면서 걱정하지 말고 월요일에 병원엘 가보라면서 순대와 족발을 안긴다. 따끈한 우정이다.
그래 아직 작은 어금니에게 백기던지며 투항한 게 아니니 전열을 가다듬어 패색이 짙은 이 전투를 현명하게 치를 시간을 가져야 하겠다. 그나저나 노인들에게 두 개는 할인을 해 준다는 임플란트를 해야 하나? 노랑노랑한 로진을 해야 하나? 아님 전체적으로 틀니를 해야 하나? 무엇이 되었건 전투를 하려면 큰돈이 들어갈 일만 남았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이다.
2024.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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