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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 of Convenience / Cayman Island - Riot On An Empty Street 본문
파란 지중해가 담긴 유리잔 너머
https://youtu.be/YUy_fI5mD7E?si=Zl3y-M0iCvWCSPbC
킹즈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의 텅 빈 거리에서의 소요 Riot On An Empty Street (2004년)
해가 길어진 이 계절, 새벽은 보다 일찍 찾아와서 날을 꼬박 새버린 시간의 틈바구니에 나를 몰아넣습니다. 하루의 시작을 본의 아니게 일찌감치 하는 사람으로 만듭니다. 알고 보면 여름은 겨울의 다른 이름이고 동생이고 뒷모습입니다. 침잠하고 저장하여 얻은 묵은영양분의 섭취가 끝나자마자 모든 사물과 인간으로 하여금 밝고 투명해지도록 재촉하는 자연의 너털웃음일지 모릅니다.
그늘에게도 고단함이 있을 것이기에 칠월의 하얀 햇볕을 잠시 빌려줍니다. 볕은 또 새로운 그늘을 낳고, 괴로움의 위안을 꿈꾸는 여행자들은 오늘도 시간과 공간의 인위적 경계를 넘어서서 헌것과 새것 사이의 다리가 되고 싶어서 길을 나섭니다. 태양과 구름과 바람이 만든 하늘 아래 길들은 다시 무수한 산길과 물길로 갈라져 어디로 향해 가는가를 다시 밤하늘의 별과 달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북두칠성과 카시오페이아와 만나는 사막의 밤. 차가움과 뜨거움이 교차하는 그곳을 지나 대륙이 끝나고 하늘의 거울이 펼쳐지는 곳, 낯선 바닷가 어딘가에 이를 것이라고 별들의 지도는 노래합니다. 해지는 저녁 노을이 하늘의 창문을 닫아주면 여행자는 태양과의 밀고 당기기가 끝난 일몰의 향긋함에 나른히 쉴 수 있습니다.
여름 태양에 그을린 얼굴과 지친 심장을 적셔 줄 차가운 물 한 잔 아니면 태양의 그늘 맛과 향이 나는 스파클링 와인 한 잔이라면 적당하겠지요. 투명한 유리잔에 담겨 저녁 바람을 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멜로디.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의 무념무상 케이먼 제도Cayman Island」입니다.
노르웨이 출신의 포크 듀오, 킹스 오브 컨비니언스 Kings Of Convenience의 「케이먼 제도Cayman Island_」가 들어 있는 텅빈 거리에서의 소요 Riot On An Empty Street는 기름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신선 같은 두 청년의 청정 무구 어쿠스틱 사운드입니다. 먼 바닷가 노을 지는 그늘에서 오수를 즐기고 싶어집니다.
무거운 뚜껑에 짓눌렸던 시간은 끝났습니다. 다시 삶은 시작됩니다. 물빛, 하늘빛 노을빛을 심장에 담아 가볍고 맵시 있게. 수평선으로부터 하얀 모래밭을 향해 파도는 멈추지 않고 철썩입니다. 파란 바다. 하얀 포말이 가르치는 것은 무상과 희망 둘 다 혹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거울 속에서 서서히 사라지는 자신을 들여다보는 예술가가 있었습니다. 스스로를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그린 이 인상주의 화가는 생의 마지막 시간, 영광의 문턱에서 슬프고도 괴이한 웃음을 웃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늙고 지친 화가는 죽음에 임박해 그린 말년의 자화상에 고통으로 일그러진 웃음을 그렸습니다. 세상과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을 견디고 일어나야 했던 고독을 말하고 싶었으므로, 저깊고 투명한 바닷물, 노을의 마지막 진홍빛 조명은 일그러진 미소와 그 속의 고독을 고스란히 읽고 품어 냅니다. 지중해, 그 깊고 투명한 낙원이 여행자의 심장을 움켜쥐고 바람의 노래를 들려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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