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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올 장마 시작기념으로 내일 점심 어때?" 본문
"올 장마 시작기념으로 내일 점심 어때?"
친구 중에 이렇듯 만남의 꼬투리를 편안하게 풀어내는 윤석이의 제안에 모두 흔쾌히 찬성을 하였더니 저기 광명의 구석쟁이 한 곳에서 흑염소탕을 먹잖다. 그래 몸보신을 할 때가 되긴 했네. 그래도 평소 먹기 어려운 흑염소탕이라니 확실히 평범한 친구는 아닌 게 틀림없다. 해서 인천에서 부천에서 서울에서 광명사거리로 모여 기분 좋은 염소탕 한 그릇씩 먹으면서 담소를 나누었는데..
이 친구들 모두 아들과 딸들이 있고 손주들이 커 가고 있어 오늘의 주된 이야깃거리가 자연스레 손주들의 양육에 대한 이야기 중심으로 돌아가니 손주 없는 나로서는 대화의 언저리에서 노닐며 새삼스레 석민이와 경민이의 위치에 대해 되돌아봐야하는 처지를 선연하니 느낄 밖에 없다. '짜식들 아비의 이런 위치와 심정을 알고나 있을는지.'
흑염소집에서도 정신없이 소리치는 몰상식한 손님들로 인해 눈살을 찌푸리고 주섬주섬 나왔지만, 헤어지기 섭섭하여
석이의 단골집에서 생맥주 한 잔을 더 마시러 들어왔는데, 짜증 나는 카랑한 목소리로 악을 쓰듯 대화를 풀어가는 녀석들로 인해 이야기를 풀어내기가 힘들 정도이다. 정말 주둥이를 한 대씩 쥐어박고 싶은 생각이 울뚝불뚝하지마는 꾹 참고 있었더니 녀석들이 나가네. 잘 참았다. 체신머리 없이 나잇살 먹은 저런 것들 때문에 더불어 욕을 먹는 우리네들이 함께 반성해야 하는 처지가 안쓰럽다.
그래도 근자에 만났던 친구들 중에 웃으며 이야기하던 친구들이 별로 없는데, 오늘 만난 이 친구들 시원스레 미소 지으며 대화하는 모습들이 정말 정답다, 이렇게 살아가는 게 참 좋다. 다음에는 안사람들까지 모두 모인 완전체로 주안의 맛나다는 참치집에서 입맛을 돋우던지, 태안이건 연안부두건 흐름에 따라 뱃전에서 낚싯대 드리우며 콧바람을 쐬면서 흥을 나누던지 이러구러 어우렁더우렁 모이는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
돌아오는 길. 장마 시작기념으로 점심을 먹자는 이야기가 씨가 되었나 보다. 제물포역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니 주룩주룩 저녁비가 내리고 있다. 시원스레 비를 맞고 귀가하여 샤워를 하고 나니 온몸이 노곤 하다. 2024.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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