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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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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아침산책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13. 11:40

아침산책

햇살이 좋고 날이 맑다. 한로가 지나 낼모레면 가을이 고비를 넘긴다는 상강인데 햇살은 아직도 따갑다. 환갑날 정년퇴직을 한 덕분에 꼬리를 물고 퇴직 위로 술자리를 갖고, 환갑잔치 대신 식구들과 올해 환갑을 맞이한 친구들과의 모임도 유쾌하게 지내면서 때마침 겹친 추석 명절을 보내고 이런저런 여행 등으로 제대로 쉴 틈 없이 한 달이 지나가는데, 몸에서 서서히 신호를 보내고 있는 본세가 수상찮다.더 이상 계속하다가는 그예 사달이 나고 말 것이라는 자각까지 드는 것이 우선 눈앞의 수봉산에라도 오르내리며 건강을 챙겨 봐야겠다는 생각에 아침녘 황황하게 수봉산엘 올랐다.

근래 주위의 친구 녀석들이 눈이 안 좋네, 치아가 안 좋네라면서 여기저기 병원엘 다닌다고 알리고서는 술좌석에서도 물만 마시며 취흥을 참느라 애쓰는 모습들이 안타까운데 정작 당뇨와 심근경색으로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내가 허랑 허랑 지내는 형세가 영 마뜩잖은 지 근자에 아내의 말꼬리가 높아지고 있다. 내 건강 때문일 것이라며 애써 위안 삼지만 잔소리 듣는 입장이 영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나마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이제 마누라 잔소리마저 복음으로 듣자 하는 말들이 나오는 것을 보면 지천명 이래 이순에 들어선 지금에서야 철들이 들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난 모임에서 만난 명수 형님께서 " 인명은 재천이라 부부가 함께 살다 어느 순간에 헤어질 때가 오는데 그때 아내보다는 남편이 먼저 가야 서로에게 편하다.!" 하셨는데 형수님을 먼저 보내신 꼬장한 형님께서 얼마나 힘들길래 저런 말씀을 하실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만 아직 내가 그 처지를 겪지 않았어도 정도의 차이일 뿐 그 불편함을 잘 알고 있으니 앞으로 평안히 잘 살아가려면 잔소리도 구순하게 들어가며 아내를 잘 챙겨야 할 터이다.

수봉공원은 주로 나이 드신 분들의 소일처인데 근래 들어 점점 연령대가 낮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무채색 일변도의 입성 거지들이 알록달록한 유채색의 등산복 차림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이 눈에 띈다. 젊은이들의 건강에 대한 자각이던지, 경제적인 문제라든지, 아니면 실업자가 늘어서인지는 몰라도 공원을 찾는 이들이 차츰 늘면서 건강한 생활을 하는 좋은 변화이길 바란다.

문화회관에서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가 느긋하게 들리는데 회관 앞에서 장사 채비를 하고 커피를 파는 아줌마의 표정이 매우 밝다. 무덕점에서 들려 나오는 화살 박히는 소리가 시원하고, 여유롭게 발앞으로 지나던 길고양이의 쳐다보는 눈빛도 따스하다, 영제한의원 우강 선생이 지어 기증한 '우강정' 에 올라 서자 까치와 참새 지바퀴들의 낭랑한 지저귐에 화답하는 듯 숲이 춤추며 부딪는 나뭇잎 소리가 그리그의 페르귄트 조곡 중 아침의 기분이라는 노래를 그리게 하였다. 놀이동산에는 아이들의 위한 기구들과 어르신들의 운동기구가 설치되어 있는데 바닥이 매우 풍신하여 걷는데 감촉이 매우 좋다. 이곳은 예전의 놀이공원 자리였는데, 한 편에서 움직이는 동물장난감 몇 마리를 놓고 운영을 하던 친구의 환하게 웃던 얼굴이 불현듯 떠오른다.

공원을 한 바퀴 돌다 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다가오고 있다. 산책길이 너무 길었나 보다. 설렁설렁 걸었어도 노니는 자연들과 함께 어우러지고, 이런저런 생각이 합쳐지면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내게 되었나 보다. 늘 종종거리며 시간에 치었던 지난날들까지 되돌아보면서 자기가 쳐 놓은 그물에 걸린 먹이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 부자 거미의 기다리는 마음을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2017.10.21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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