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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낙산해수욕장의 일출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24. 10:12

낙산에서의 휴식, 세월이 내려준 선물

낙산해수욕장의 새벽은 특별했습니다. 아직 어둠이 남아있는 하늘이 서서히 보랏빛으로 물들어 갈 때, 수평선 너머에서 태양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찰나의 순간, 하늘은 붉은 빛으로 물결치고, 동해바다를 수놓는 일출의 장관은 숨을 멎게 합니다. 젊은 시절, 동해바다를 보며 느꼈던 설렘과 치기가 떠오릅니다. 그 시절,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이곳에 서 있었을까요?

그때의 우리는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 아직 정해지지 않은 길을 바라보며 가슴을 설레던 청춘이었습니다. 그 시절 동해바다는 우리에게 무한한 꿈의 상징이었고, 떠오르는 태양은 그 꿈의 실현을 약속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그때와 같은 설렘이 느껴지지 않는 걸 보니, 이제는 그 시절의 치기를 벗어던지고 현실 속에 발을 딛고 있음을 실감하게 됩니다.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알게 되었고, 그 무게는 젊은 시절의 가벼움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쉬운 일만은 아닙니다.

새벽의 바닷가에서 태양을 기다리며 문득 깨닫게 됩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가족, 그리고 나와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야말로 세월이 나에게 안겨준 가장 귀한 선물이란 사실을. 그 시절의 내가 꿈꾸던 것들과는 다르게, 지금의 나는 그 꿈을 현실로 이루어낸 사람들과 함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들과 함께 나눈 시간들, 함께한 순간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삶의 보물입니다. 청춘의 가벼운 설렘 대신, 깊고 단단한 사랑과 신뢰가 자리 잡고 있음을 느끼며, 나는 그 시절의 나보다 훨씬 부자임을 깨닫게 됩니다.

낙산사로 향하는 길에 마음은 한층 더 가볍고 평온해집니다. 홍련사에서 의상대를 바라보며 걷던 아슬아슬한 절벽길, 연하당의 고요함 속에서 나는 세월의 무게를 다시금 느낍니다. 그 길 위에서 세 번째로 마주친 외국인과의 우연한 만남조차도 이곳의 특별함을 더해주었습니다.

귀로길 한계령을 지나, 용대리에 도착했을 때, 아내의 친구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따스한 식사를 하며 나는 우리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조랑말과 꽃마차를 타고 석양이 지는 암벽폭포를 바라보면서 느긋하게 귀로에 오르며, 하루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이 모든 것이 세월이 나에게 준 선물임을 감사하게 됩니다.

이제 바다에 몸을 담그고, 피곤한 몸과 마음을 씻어내었던, 소중한 순간들을 가슴 깊이 새깁니다. 낙산의 태양이 떠오를 때, 그리고 하루가 저물어갈 때, 나는 청춘 시절의 꿈과는 또 다른, 지금의 나만이 가질 수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만끽합니다. 그리고 낙산에서 맞이한 시간들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아, 앞으로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줄 것임을 믿으며, 이 모든 순간들을 소중히 간직합니다.

 2013 . 8 24 낙산에서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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