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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공항의 어느 봄날! 본문

내이야기

공항의 어느 봄날!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6. 21:26

공항의 어느 봄날!

창 밖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개나리가 봄바람에 살랑거린다. 멀리 해맑게 웃으며 인사를 하는 처녀의 얼굴도 봄 빛에 빛나고, 입고 있는 웃옷의 파란색이 개나리들의 노란색과 어우러져 문득 몬드리안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열려있는 창문으로 쉼 없이 부드러운 봄바람이 들어와 함께 놀자며 속삭인다.

그동안 인천대공원을 비롯해 시내 이곳저곳에서 , 탐스러운 벚꽃 무리들이 교태를 부리며 눈을 즐겁게 하더니 이제는 꽃비 흩뿌리며 내년을 기약할 날만 남겨두고 있다. 섬 바람이 꽃이 피는 날을 며칠 늦추었는지 이곳 공항에는 이제야 벚꽃들이 활짝 피어, 시리도록 하얀 자태를 뽐내고 있다.

영종도에 공항이 들어선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가고, 그때 심은 벚나무들의 덜 여문 모습이라 아직 눈에 덜 차기는 해도 그대로 쓰다듬어주고 싶은 귀여운 모습들이다. 며칠 전부터 매일매일 조금조금 피어나는 꽃의 변화가 눈에 보인다. 수수 꺽다리의 보랏빛 꽃잎이 수줍게 피어나며 라일락의 봄 향기를 아낌없이 나누어 주더니, 화살나무의 아기 속살 같은 연녹색 잎술이 뿌루퉁하고, 이제 막 기지개 켜는 진달래의 분홍빛 수줍은 얼굴과 , 아쉬운 듯 세 송이 목련의 하얀 꽃살이 함께 어우러져 담장을 따라 지천으로 피어난 개나리와 함께 이 봄을 아우른다.

늘 푸른 해송은 초록색으로 꽃의 모자람을 채워주고, 새 순 돋는 느릅나무의 낭창낭창함이 꽃의 속삭임에 화답한다. 은행나무들의 심술궂은 어깻짓이 외려 개구져보인다. 삼목 선착창 입구에서부터 시작되는 오리 길 공항 북로변에서 지금은 사라진 인천 공설 운동장에서 보던 마스게임의 정돈된 응원 모습처럼 기나 긴 아스팔트 길 양 옆으로 소담스러운 벚꽃과 개나리가 군무를 보여 준다.

앞으로 수년이 지나 내가 이곳을 떠날 때쯤의 어느 해 봄날이면, 영종도를 뒤덮은 벚나무들과 수 천수 만의 개나리들이, 그 예쁜 하얀 손과 노란 손으로 박수를 치며, 이곳에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기뻐하리라.

2009 년 4 월 어느 봄날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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