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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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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개 꿈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5. 22:21

개 꿈


아주 평범한 날이다. T.V 를 보다 그냥 잠이 들었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게 언제인지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자면서 꿈을 꾸었다. 공간과 시간을 알 수 없는 곳에서 반갑게 나를 알아보는 Y 선생! 나는 그가 누군지 모른다. 무엇을 하는 사람이고 나이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다만 그가 모 대학에서 교수로 계신 L 화백과 의형제라고 들었다. 그는 내가 자신의 어려운 문제를 풀어 준 은인으로 기억하며 너무나도 반갑게 맞아준다.

소심한 나는 그런 적 없다 라는 부정의 표현도 못한 채 비굴한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의 손이 이끄는 대로 엉거주춤 자리에 앉는다. 잠시 후! L 화백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가고, Y 선생이 L화백의 손을 잡아끌며 나를 소개하는 순간 그곳의 전체 주변 풍경이 클로즈-업 되며 눈앞으로 서서히 떠 오른다.

아늑한 도시 외곽의 한적한 골목길! 그 골목 안의 어느 한 곳에 자리한 이곳은 널찍한 정원에 꽤 많은 손님들의 조용한 웅성거림이 있고, 한 편으로 길게 늘어선 하얀색을 칠해놓은 단층 건물이 품위 있게 자리 잡고 있다. 이 건물에서 부지불식간에 꽤 오래전 일본 출장 중에 가 본 나리타시의 장례식장을 떠 올렸다. - 화장시설과 함께 있는 장례식장 (⼋富成⽥⿑場)은 특급호텔의 회의실과 같은 깔끔함과 정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독특한 나무향에 약간의 역겨움이 있었지만 정돈된 공터 한가운데 자리 잡은 작은 무대에서는 , 낯 선 여자 가수가 허스키한 음색으로 애조 띤 노래를 부르는데, 가수의 녹색 스커트 언저리에 영화 " 대부 " 에서 " 돈 콜 로오네" 역의 " 마론 브란도 " 가 가든파티 중 심장마비로 서서히 스러지는 장면에서의 햇살과 같은 밝은 빛이 비치고 있다. 전체적인 풍경은 매우 밝고 싱그러워 보이는 반면, 환한 햇살 속에 무언가 불만스럽게 찡그리고 있는 나는 그곳의 이방인이다.

자연스레 이어지는 또 하나의 꿈 장면! 장면이 바뀌며, 30여 년 전 근무하던 사무실에 공중에 떠 있는 내가 느껴진다. 외진 곳에 자리하던 사무실은 이미 폐허가 된 지 오래이고 , 그 한 구석에 낡은 회전의자가 다리만 내놓고 먼지를 뒤집어쓴 채 자빠져 있다. 바로 옆의 공간에는 낡았지만 정돈된 책상 4개가 창문 틈으로 늘어진 사선의 햇빛 먼지를 받고 나른하게 졸고 있다. 꽤 오래전 또 다른 꿈속에서 본 사무실 모습이다.

그때의 사무실 형태도 꿈에서는 현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지만 이곳은 아주 낯 선 또 다른 모습으로 보이고 있다. 장소는 영종 구읍배터인데 사무실 안의 구조는 자유공원 올라가는 언덕배기 아래에 있던 70년대 " 혜성 탁구장" 안의 허름한 형상이다. 게다가 그 안의 깊숙한 또 다른 공간에는 쓰레기를 위로 켜켜이 무섭게 높이 쌓아 놓은 한가운데에 또 하나의 의 뽀얗게 먼지앉은 책상이 보인다. 사람은 안 보이고 달그락 거리는 구슬 부딪치는 소리와 웅얼거리는 낯 선 사람들의 목소리들만 들린다. 꿈속에서도 선뜻함을 느끼는 괴괴한 장면이다.

꿈속의 꿈! 아버지가 살아계신다. 아버지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 어두운 공간에서 한 번 쓰지도 않던 다갈색의 베레모가 아버지 머리위 허공에 떠 있고 그 주변에는 한 줄기 파르스름한 담배연기가 어우러져 녹작지근함을 느끼게 해 준다. 평소 책과는 담을 쌓고 사시던 분이 뜬금없이 책 한 면을 눈앞에 펼쳐 보인다. 집 사람이 딸로 등장하는 등 다소 억지스럽지만 재미는 있다. 아버지께 뭐라 말하려는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아내가 피식거리면서 한마디 한다.

"중이 선잠 자나! 왜 그리 중얼거리누? "

잠에서 깨니 이런 생각이 든다. 듣도 보도 못한 Y선생과 L 화백의 이름이 너무도 또렷하니 기억나는 건 무슨 일이며, 돌아가시고 나서 한 번도 꿈에 안 보이시던 형체도 없는 아버지의 등장과 어설픈 글의 줄거리는 무엇이고, 대체 나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장면과, 녹색 스커트와 노랫소리만 인식되는 얼굴 없는 여가수,그리고 구슬의 달그락 거림과,  사람들의 웅얼거림만 들리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많은 사람들이 깨고 나면 꿈꾸었던 기억조차 없다고 하는데 , 나도 대부분 잊고 지나치는데, 오늘 꿈은 왜 방금 전의 일처럼 모든 장면이 기억났을까! 꿈은 현실 생활 에서의 강렬한 체험이나, 이루지 못했던 사실에 의한 마음속의 갈등들이 표현된다고 하던데, 두서없이 등장하는 사물과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의 면면이 내 실제 생활에서 어떤 연결고리가 작용되어 이렇듯 다가왔는지 전혀 모르겠다.

깨어나 아무 기억도 없다면 모르되 계속 또렷이 생각나는 것에 대해 꿈풀이를 해볼까도 생각해 보지만 그도 내키지 않고, 그냥 무시해 버리기 또한 그렇다. 현실에 일어난 것도 아닌 보잘것 없는 꿈을 꾸고, 이렇듯 집착하며, 생각해 보는 사람은 없을 터인데, 해결책도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잔머리만 굴리고 있는 내가 한심스럽다.

별 볼일 없는 꿈으로 주저리주저리 생각을 정리하고 있는 지금의 나 자신은 더욱 우스워 보이며, 게다가  내 머리에서 나온 思考인데도 스스로 어쩌질 못하는 원인은, 살아오며 처음 느끼는 내 꿈에 대한 더럽게 꿀꿀한 기분 때문이다. 그러나 어찌할까! 꿈도 내 삶의 일부분일테니 그대로 수긍할 수밖에, 그저 착하게 , 다른 사람들에게 손해 안 끼치고, 조금씩 남을 위해 가며 지금과 같은 소시민의 삶을 꾸려 가다 보면, 언젠가는 신령께서 떡하니 나타나 이러한 소심한 중생의 꿈풀이를 시원하게 해 주실지. 그래! 이제 찜찜한 꿈 생각은 잊어버리고 하하 웃으며 편하게 살자. 어차피 한 세상 살아가는 인생사 이러구러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싫은 일도 다 지나가는 것을 어차피 개 꿈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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