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삼십년 전 사진 한 장 본문

도화동이야기

삼십년 전 사진 한 장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6. 00:07

고등학교 시절! 할머니의 유지를 받들고자 다니던 "도화동 천주교회" 성가대에서 발표회를 마치고 지하실에서 뒤풀이가 있었다. 그날 찍은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넥타이를 깡충 매고 환하게 웃고 있는 내 모습에서도 세월의 흐름을 감지할 수 있고, 옆에서 의젓하게 포즈를 취하고 있는 멋진 남수의 모습에서도 시간의 이동을 알 수 있다. 젊었던 저 날에 남수에게서 예술가의 풍모를 한껏 엿볼 수 있다....

긴 시간이 지난 지금.. 사진 속에서 함께 즐거움을 나누던 분 중에 세분은 이미 이 세상분이 아니다. 수십 년간 나의 정신적인 지주로서의 역할을 하시다 십여 년 전 돌아가신 제일 뒤쪽에 홀로 서 계시던 동석 형님과 성가 연습 중 단원들의 실수에 화 내시는 모습을 한 번도 안 보여 주시며 늘 잔잔한 웃음을 지으시던 앞 줄 왼쪽 두 번째 강 선생님의 자취가 그리워진다..

비록 한 장이지만 그로 인하여 시간의 흐름을 되돌려 볼 수도, 추억마저 가슴속에 담아 볼 수 있는 소중한 사진이다..새삼 경인년을 보내며 올 한 해 나를 가장 기쁘게 했던 남수와의 만남과 만나기 전 늘 이 사진을 보며 그리움만 간직하던 시간을 되새겨 본다.

2010-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