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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원고료를 대하던 부끄러운 마음 본문
원고료를 대하던 부끄러운 마음
달포 전! 원고료와 내 글이 실린 책을 보내주겠다며 주소와 통장 계좌 번호를 작성해 보내 달라는 잡지사에서 보낸 메일을 보고, 깜짝 놀라 큰 소리로 아내에게 이것 좀 보라며 소릴쳤다. 부엌에서 저녁 준비를 하던 아내도 메일을 확인해 보고는 "어머! 어머! " 하며, 놀라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도 그럴 것이 블로그와 가족 카페를 운영하느라 구색 맞추기로 쓰는 그런 잡문들이라 잡지에 내 글이 실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것을 서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태 전부터 주변의 일들과 해가 갈수록 잊기 쉬운 옛날 추억들을 써 온 글 둘 중에서 잡지사에서 원하는 주제와 분량이 맞아떨어지는 글들을 골라 혹시 하는 맘으로 몇 편 보내 본 것이 어떻게 편집자의 눈에 들었는지 덜컥 실리게 된 것이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던 우리 부부는 곧, 글이 실릴 책보다는 원고료가 얼마이며 그것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아주 소시민적인 궁리를 하다 우선 가족들과 함께 외식을 하고 혹시라도 돈이 남으면 여행도 가기로 하고 모처럼 맞는 행복한 기분을 느긋하게 즐겼다.
얼마 뒤! 우체부로부터 글쓴이의 몫으로 보내 준 잡지 5권과 정기구독분 1권을 전해 받는 들뜬 기분에, 그만 해망쩍은 짓을 하고 말았다. "내 글이 잡지에 실렸으니 다들 알아서 봐주시오" 하듯 책 표지와 내용을 가족 카페와 블로그에 자랑스럽게 올려놓고, 친구와 동료들에게는 슬쩍 책을 주면서 우쭐한 마음에 대화하는 도중 원고료 운운하는 등 객쩍은 내 모습을 보고 화들짝 놀라고 만다.
게다가 하루가 멀다 하고 통장 잔액을 맞추어 보며 원고료가 들어왔나를 확인하는 습관까지 생겼으니, 스스로 자숙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다른 잡지사로부터 온 우편물을 건네받았다 내용물을 확인해 보니, 지면 관계상 글을 싣지 못한다는 정중한 인사장으로, 나의 실체를 알려 주고 있었으나 , 기어코 " 아니 왜 이 잡지는 내 글을 안 실었을까!" 하는 속엣말을 하고 있는 나를 보고야 만다.
다행스럽게도 우쭐대던 속 좁은 됨됨이를 더 이상 노출시키지 않을 깨달음을 얻었으니, 마침 배달된 6월호의 책장을 넘기던 끄트머리에 평소에 보지 않던 기증자와 기증받는 시설들의 연명들을 보다, 마지막 하단 줄에서 진실로 나를 부끄럽게 한, 한 분의 성함을 보고 나서다. 바로 時事 와 종교지의 발행인이자, 예술인들의 영혼의 숨결을 오롯이 담아 나누는 공연장의 운영자인 윤 선생님이다.
기꺼이 사회의 소금 역할을 하시는 분이,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글을 다듬어 정성껏 수 만부의 책을 이웃들과 복지시설에 기증하고 있던 것이다. 누차 그분의 글을 읽으며 참으로 존경할 받을 분인 줄 진즉 알고 있었으나, 이윤도 별로 내지 못할 것 같은 잡지사의 발행인으로서 하기 힘든 큰 일을 매월 실천하고 계시던 것이다.
마치 옛날 국어 교과서에 나오는 "큰 바위 얼굴"의 주인공처럼 조용히 자신을 태워 세상에 아름다운 글과 음악을 전해주는 분이 계셔서, 나처럼 알량한 재주를 자랑하고 우쭐대는 나잇값 못하는 한심한 위인들을 깨우치게 하나보다. 이제 내일부터는 통장 확인하는 일을 그만두어야겠다. 마음의 깨우침을 주신 그분의 따뜻한 뜻을 이제라도 알았으니, 비록 얼마 안 되는 용돈일지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요긴하게 나누어 쓰는 게 부끄러운 내 마음을 보듬는 한 방편이 되겠기에...
2009,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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