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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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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아내와 나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3. 20:21

아내와 나

아내는 성격이 매우 활달하다. 웃음소리도 경쾌하여 곧잘 시원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는다. 대인관계가 원만하여 사람들을 아주 쉽게 사귀면서 대저 한 번 연을 맺은 사람이면 누구라도 아내를 찾아 자신의 집안 얘기며 신상의 소소한 문제를 상의하여 주기를 바라는지라 늘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 사는 게 세상 이치인데 아내와 같은 이는 살아가는 게 매우 수월할 것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먼저 내주고 얘기를 시작하니 어지간한 사람이면 모두 가슴을 열고 대화에 동참할 밖에 없을 테고 자연히 진중한 속마음까지 털어 내 보이는 게 당연할 테니..

나는 매우 소심하고 꼼꼼한 편이며 어지간히 우스운 일이 아니면 그저 빙그레 웃고 마는지라 간혹 아내에게 핀잔 아닌 핀잔을 듣고 있다 한 번 친구를 사귀기도 힘들거니와 처음에는 상대를 요모조모 재면서 교우하여 나란 사람을 단 번에 사귀기가 수월치 않아 친하게 지내는 이도 별로 없지만, 친해진 연후에는 떨치기도 쉽지 않다. 나는 아내와 같은 친화력이 없음이 불만이다. 성격도 안 좋으면서 아내에 대한 부러움까지 갖고 있으니 얼마나 용렬한가! 다 살며 얻은 자업자득이라 남우세스러워 남들에게 말하기도 어렵다.

아내에게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묘한 매력이 잠재되어 있다. 오래전 석바위에 살 때 단골 비디오 가게의 여주인이 뜬금없이 아내에게 전화를 하여 비디오를 공짜로 빌려 줄 테니 빨리 가게로 나오라는 때가 있었다. 거저 빌려준다는데 마다할 입장이 아니라서 가서 빌려 오곤 했는데 여주인 말인즉, 아내만 오면 장사가 잘 되더란다. 아닌 게 아니라 업종을 불문하고 아내가 기웃대는 곳에는 여지없이 손님들이 꼬이는 게 다 아내에게 사람을 끄는 마성이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고, 간혹 아내처럼 자석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보면 허황된 말도 아니다. 혹자는 그럼 아내에게 장사를 시켜보라는 얘기를 하는데 아내 역시 그런 욕심으로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하였지마는 그때마다 장사할 연이 안 되느라 그랬는지 아예 시작할 엄두조차 내지를 못 하였다.

아내는 화려함을 좋아한다. 의류의 화려한 색상과, 자개 가구의 멋스러움도 좋아하며, 중국 요리의 현란한 아름다움도 좋아한다. 단지 형편 때문에 화려함보다는 무채색의 농담을 선택할 수밖에 없어 스스로 자제하고 있을 뿐이다. 나는 아내와는 달리 단순함이 주는 소박함을 좋아한 다. 익숙지 않은 화려함과 현란함 그리고 웅장함을 보면 우선 기가 질려 버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ZEN 스타일과 같은 절제된 여백에서 보여주는 내면의 아름다움은 함께 좋아하기도 한다.

요즘 거의 모든 남성들은 마른 체형의 여자를 좋아하고 또 그런 성향이 당연하지만, 나는 마른 사람보다는 넉넉한 사람을 좋아한다. 특히 내 아내는 살집이 조금 있어야 한다는 게 주관이다. 일단 첫인상부터 여유로움을 줄 수 있는 분위기의 도드라짐과, 다음으로는 야들야들 탄력 있게 잡히는 살들이 주는 따뜻한 부드러움을 좋아한다. 실제 아내는 사람들을 대하는 매우 넉넉한 성품을 지니고 있고, 50이 넘어서도 보드란 살결을 유지하면서 푸근한 몸집에 나만이 알 수 있는 애교스러움을 겸비하고 있어 내게는 천상 베필이다. 다만 다소 불편함이 있다면 아내가 입을 수 있는 멋진 기성복이 별로 없음이라 이 부분만 해결되면 좋겠다는 조그만 바람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 묘하게 통하는 게 있다. 나나 아내나 밖에 일을 보다 할 말이 있어 전화를 걸면 간혹 상대가 화장실에 앉아 있거나, 샤워를 하고 있는 뻘쭘한 상황에 놓일 때가 있어 나중에 확인하며 서로 피식거리곤 한다. 하필 같은 시간에 서로에게 전화를 하느라 연실 통화 중 일 때도 있는데 아무리 부부는 일심동체 라지만 통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순간적인 텔레파시가 통하는 이럴 때가 그저 난감할 따름이다.

우리 부부는 지금도 영화보기를 매우 좋아하는데 젊은 시절에는 영화관에 꽤 많이 다녔고 기억력도 비상하여 그 많은 영화의 주인공들과 영화의 내용을 꿰고 서로 대화하기 를 즐겨하였다. 합창을 좋아하는 취향도 비슷한 아내는 구립 합창단에서 알토 파트를 맡았었는데. 기획 음악제 때 영화 모정의 주제곡 "사랑은 아름다워라"를 선택하고, 지휘자가 아내에게 영화 DVD를 구해 달라고 부탁을 해 용산까지 찾아가서 어렵사리 구입해 온 것도 평소 영화에 대해 아는 척을 한 탓이라 생각된다. 발표회 당일! " Love is a many splendoredthing"의 선율과 함께 합창단 뒤 대형 스크린에 비추어진 언덕에서 "빅토리 아만"을 내려다보며 사랑을 나누던 한 스인 (제니퍼 죤스)과 마크 (윌리엄 홀덴)의 모습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30 주년 결혼기념일에는 꼭 "모정의 언덕" 엘 가자고 약속하였다.

이렇게 성격도 틀리고 바라보는 시각도 틀린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면서도 좋아하는 것들을 함께하며 28년을 지내 왔다. 아내에게 부족한 것은 내가 채워주고 내 모자란 것은 아내가 보태주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아내와 나는 나머지 인생을 서로 조율하며 높낮이를 맞추면서 우리 사랑의 노래를 조화롭고 아름답게 연주해 나갈 것이다. 이러구러 함께 하는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

2011 - 4 -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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