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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5월의 소회(所懷) 본문
5월의 소회(所懷)
오늘은 24절기 중 일곱 번째인 ⽴夏다 곡우와 소만 사이에 있는 입하는 여름이 시작되는 시기로 곡우 때 마련한 묘판의 모도 잘 자라고 있어 농사일은 더 바쁘고 파릇한 신록이 온 누리를 뒤덮는다. 절기는 변함없이 매년 돌아오는데, 올해는 지난겨울 혹독한 추위로 인해 다소 늦게 찾아온 완연한 봄을 이제 막 느끼기 시작한다.
창가에는 때마침 푸른 창공을 유유히 날아가는 백로 한 마리가 이 봄에 여유로움을 선물한다. 영종에는 매의 일종인 말똥가리의 우아한 날개짓에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아름다운 철새 후투티가 바닷가에서 귀엽게 노니는 모습과 두루미와 천연기념물 보호조인 노랑부리백로가 논두렁에서 유유자적 먹이를 찾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산비둘기의 화려함과 해오라기들의 종종거림도 함께 볼 수 있는 꽤 넓은 섬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 은근하게 바뀌는 자연의 정취를 직접 몸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곳이라서 늘 감사한 마음을 갖고 계절을 맞이하고 있다.
이 시기는 가정의 달과 함께하는 관계로 어린이와 어버이날, 부부의 날 등이 자리 잡고 있어서 가장들은 주머니를 덜어 가정의 화목함을 도모하는 때이기도 하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이 계절에 혼인을 하여 하늘 같은 아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어야 하는데 나 역시 그중 하나에 속하는지라 매년 이맘때면 은근히 마음을 여미게 된다.
작년에는 막내 동생의 제안으로 어버이날에 맞춰 식사를 하고 따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오래간만에 월미공원으로 나들이를 다녀와 그럭저럭 아내의 마음을 도닥여 치렀는데 , 올해는 돌아가는 품새가 온 가족들과 함께 결혼기념일을 보내야 할 것 같아 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낯 간지러운 문자 메시지에다 이 참에 쑥스러운 "사랑해" 소리도 한 번 넌지시 던져 보았는데 아직 답이 없는 것을 보니 어째 작년처럼 구렁이 담 넘듯 구순하게 보내기는 힘들 것 같다.
며칠 전! 큰 아들 녀석이 넌지시 다가와 뜬금없이 "아빠! 무슨 선물 받고 싶으세요?" 하며 묻길래 "무슨 선물?" 하며 되물었더니, "아이! 왜 그러세요! 결혼기념일과 어버이날 선물 말이에요..." 하며 정색을 한다. 되짚어 보니 아내와 어머니 생각만 했지 정작 나 자신이 어버이날의 수혜자여야 한다는 사실을 전혀 의식 못해서 이런 어색한 상황이 발생되었나 보다. 하지만 아직은 아이들에게 심적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 필요 없다 하였는데 과연 아들 녀석은 정말 이 아비가 바라는 선물이 무엇인지 모를까? 그래도 때를 잊지 않고 이렇듯 부모를 챙기려는 마음을 갖고 있는 아들 녀석들이 있어 가슴 언저리가 따뜻해지는 행복감을 느낀다.
가만 생각해 보면 지나 온 삶이 오랜 것 같아도 오십 넘은 인생은 어느덧 한 순간에 흘렀다. 그 순간의 삶 속에서 얻은 깨달음이 하나 있으니 바로 소중한 것은 사람(⼈)이며 사람과의 관계를 이어 나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愛)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에 가장 소중한 것은 가족이니, 가족과의 사랑은 무조건적이어야 그 의미가 더해간다. 가족을 소중하고 귀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것이 현명한 사람의 선택일 것이고, 그 사랑을 도탑게 뭉쳐가는 방법 중 하나가 서로 자주 표현을 하고 웃으면서 마음을 부드럽게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깨닫고 그 의미를 안다고 해도 실행이 없으면 그 모두 공허한 것이 되어 버리고 말 것이다. 이제 올 결혼기념일을 맞이하여 그 깨달음을 실천하는 단초로 삼아 그동안 속으로만 감춰 두었던 거칠기만 한 사랑을 정성껏 다듬어 아내와 가족, 그리고 친구들과 나누면서 앞으로의 삶을 살아 가리라. 잿빛 아스팔트 위에 떨어져 내린 꽃잎들이, 표정 없는 무채색을 자신들의 꿈결 같은 분홍빛으로 덮어 세상을 부드럽게 빛내듯이 바로 그렇게.
2011 - 5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