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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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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이번 추석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01:48

이번 추석

어제는 추석이었다. 혹자는 5일을 쉬느니, 3일밖에 안 쉬어서 불편하다느니 말들을 하지만, 결국은 예년의 추석과 마찬가지로 경기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고향을 찾아가는 귀성객들의 차량으로 고속도로는 빼곡하고 텔레비전에서는 특집 방송으로 요란하다.

오늘은 돌아오는 차량들의 행렬로 또다시 고속도로가 몸살을 앓을 것이 뻔하지만 그것은 나와는 상관없는 불편함이다. 명절이면 저 귀성객의 틈새에 끼어 정체의 짜증스러움도 맛보고 그 짜증 속에 녹아있는 고향을 찾는 맛을 느껴 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종종 해 본다.

하지만 나의 고향은 화성 성곽에 둘러싸인 도심 한가운데의 공원으로 조성되어 고향의 흔적 찾기는 묘연하고, 아내와 나는 둘 다 맏이요 차로 10분 거리가 처갓집이면서 성묫길 역시 3시간이면 양가 모두 다녀올 시간으로 족하니 불편함과 짜증 속에서 고향의 맛을 볼 수 있는 이율배반적인 즐거움을 맛보기란 애당초 글렀음을 알고 있다. 이런 투정을 하는 내게 배부른 소리 한다고 투박을 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어차피 서로 간에 생각하는 바가 틀리고, 당사자의 입장이 되어보고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남의 뱃속의 꿍심을 혜량 할 수는 없을 터이다.

올해는 재수 좋게 추석 전날과 당일이 비번이라 연차를 내지 않고도 한가위를 지내게 되었다. 게다가 동생네가 전을 부쳐와 집에서 자글자글한 콩기름 냄새를 안 맡고도 제상 준비를 마무리하여 적이 마음이 편해졌다. 기상예보를 듣자니 태풍 꿀랍이 남해안을 침범하여 추석 당일에도 비가 쏟아진다고 으름장을 주었으나, 중부지방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고 나니 가뿐한 마음으로 벌초를 하며 할머니와 아버지께 문안인사를 드리고 저녁 무렵 처가를 방문했다.

차분한 우리 김가네와는 달리 처가는 늘 왁자하며 들뜬 기운이 넘쳐흐른다. 건강한 집안의 표상이라 할까! 장모님의 그치지 않는 흥과 처제들의 명랑함이 조화를 이루어 한 소리를 내는 탓이겠다. 장인과 동서들과 그리고 처남과 이런저런 얘기를 해가며 술자리를 하다가 느지막이 잠이 들었는데 추석의 다음날인 오늘! 종일 주린 배를 움켜쥐는 불쌍한 날이 되었다.

이곳은 명절이면 모든 식당과 매점이 일제히 문을 닫아 도시락을 싸오지 않으면 그대로 굶을 수밖에 없는데 도시락을 생각 못하고 평상시처럼 출근을 하다 보니 아침은 건너뛰고 이른 점심을 먹는 나로서는 꼼짝없이 명절의 풍요 속에 허기진 하루를 보내게 된 바 개인적으로 참으로 가련하고도 처량한 날이 되었으니 내 덤벙거림 밖에 무엇을 탓하랴...

이번 추석에는 안 철수 신드롬으로 인하여 가족끼리 마주 앉아할 이야기들이 많았겠다. 추석을 앞두고 안 철수 씨의 서울시장 출마설이 돌자 정치판은 말 그대로 핵폭탄급의 쓰나미에 휩싸인 와중에 추석을 맞아, 모처럼 고향을 찾아 함께 모인 가족들이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정치 판세와 안 철수 씨의 거취에 대한 얘기를 화두로 올려 갑론을박하는 정겨운 모습들이 눈에 보인다.

올여름은 비로 인하여 많은 불편과 사고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절기는 어김없이 찾아오고 햇곡식과 과일로 조상님께 흠향하는 마음 가득 명절을 보냈다. 비록 맛이 덜지라도 조상님께서는 그 과실을 바친 정성을 기꺼이 받아 주셨으리라 믿는다

이번 추석도 예년처럼 결실의 계절을 지내며 차분하게 올 한 해를 추수하는 마음으로 세월을 거둠이 삶에 대한 예의요 자신에 대한 존중이리라..

2011 - 09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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