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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내와 아들 본문

가족이야기

아내와 아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4. 15:33

아내와 아들

밥상머리에서 잠시 언성이 높아지다 작은 녀석이 아내에게 "엄마 그러지 마세요"라며 벌떡 일어나 제 방으로 간다. 잠시 적막이 흐르고.. 큰 애가 작은 애를 위로하며 등을 두드리는 모양새다. 이윽고 마음이 진정되었는지 안방으로 돌아와 죄송하다면서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는 녀석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자니 애잔한 마음이 든다.

아내는 작은애가 거의 집에서 놀고 있으니 소소한 심부름쯤은 당연히 해야 한다는 논리지만 사실 작은 애 입장에서는 야간근무를 하고 돌아와 쉬어야 하는 입장이니 형에게도 다소나마 심부름을 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고 힐문하다가 금세 마음이 바뀌어 심부름쯤이라면 얼마든지 하겠지만, 자신을 백수 취급하며 엄마 친구들에게 은근히 공익이라 무시하는 태도를 보이는 게 기분 나쁘다며 항변한다. 아내와 아들의 가운데서 얘기를 듣노라니 어느 편도 들 수 없이 엉거주춤이다.

집 근처 국철에서 근무를 하는 아들 녀석은 야간근무를 전담하고 있어 낮에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 아내가 백수로 여길 만도 하지만 문제는 집에 돌아온 아들녀석의 외골수적 게임 중독증 때문에 잔소리와 불만을 토로한 것이고. 점점 불어나는 몸무게 때문에 수봉공원으로 운동을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단해 버린 우유부단함을 질책한 것이라 그에 대해서는 아들 녀석도 뭐라 하지 못할 것이다.

그동안 작은애는 자랑스럴 것 없는 공익근무가 부담되어 겉으로 내색 않고 속으로 삭인 모양인데 자기 입장에서 보면 다독여 줘야 할 부모가 무심한 듯 타박을 준 것이 못내 서운하다가 오늘에서야 사소한 말이 도화선이 되어 누적된 불만이 폭발한 모양이다.

아내도 작은애가 기분 나쁘라고 한 소리는 아닐 테지만 상처받지 않도록 조심성 있게 말을 해야 할 것이다. 예전 작은 애가 주유소 아르바이트를 할 당시에 백수로 있던 큰 애에게는 지금 같은 지속적인 나무람이 없었기에 은근히 편애를 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스럽다.

이렇게 가족 간에 의견 충돌이 있을 때 가장의 입장에서는 어느 한 편을 들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가족이란 이미 상대에 대한 세세한 감정까지도 다 알고 있는 형편이라 더더욱 그렇다.

얼마 전! 결혼식 축사중에 사랑하고 존중하는 순서에 대해  말씀하신 분의 글을 보았다. 결혼식에 양가 부모가 있는데도 첫 번째 존중의 대상이 아내이며 두 번째로 부모님을 존중할 것이며 촌수 하나씩 늘어 나는 순서로 사람들을 정성으로 대하라고 하였다.

"修⾝⿑家治國平天下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를 에둘러 표현한 듯한데 원래는 가정보다 일을 중요시하는 우리네 대한민국 남자들이 새겨 들어야 할 고마운 말이지만 오늘 같은 경우에는 무조건적으로 아내가 우선이라는 말로 새겨 들어야 하고 작은애의 경우라면 엄마를 우선 으로 공경해야 마땅한 것이니 그리 새겨들으면 다행이겠다. 오래전 쓴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한 글을 이곳으로 옮겨본다.

가족 (家族) 이란?
세상에서 가장 진한 피와 가장 사랑하는 마음의 만남이 이루어 낸 완벽한 진실 (眞)!
때론 갈등으로 원수 같은 지경이 되었어도 사랑이라는 약으로 상처를 감싸주며 용서를 하는 궁극의 선 (善)!
끝없는 희생으로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본보기가 된 그 숭고한 아름다움 (美)!
혼자는 이룰 수 없고 그래서 함께 모여 사는 사람들 떨어져 있을 때 항상 그리운 이름 ,, (願)...
아프고 어려울 때 제일 먼저 생각나고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행복의 추구에서 선 순위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先)...
때로는 남보다 못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그래도 결국은 함께 인생을 꾸려 나갈 수밖에 없는 집단의 이름,,(同)...
구성원에게 누 가 가지 않게 뜻을 행동을 옮기기 전 몇 번이고 생각하게 하는 고뇌의 마음! ,, (熟)...
혈연의 뿌리로 맺어졌으며, 남들에게 베풀기 힘든 희생을 서슴없이 할 수 있는 원동력! ,, (根)...
나는 안 먹어도 그 들이 먹는 것만 보아도 배부르고 내가 쓸 것이 없어도 나누어 주고 싶고 내가 아플지언정 그 들이 아픈 것은 참을 수 없고 멋진 물건을 보면 나보다 그 들이 먼저 생각나는 끊임없는 정(情)의 샘물..
서로가 지키면 지킬 수록 낮추면 낮출수록 배려하면 배려할수록 믿으면 믿을수록 어질게 대하면 어질게 대할수록 자신이 아름다워지는 ,, (禮)...
앞의 모든 말에 대하여 꼭 들어가야만 이루어지는 사랑이라는 말! ,,(愛)...

가족이란! 따뜻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뿌리이며
푸근한 사랑의 품 안에서 자라고 끝없이 사랑하는 사랑의 완결입니다.

다음 날! 아내는 이 글을 쓰는 것을 보며 " 뭐 이런 걸!" 이라면서 깔깔대며 지나고, 작은애는 심성이 고와 저녁에 술 한잔하며 한 마디 다독였더니 불에 떨어지는 함박눈처럼 마음이 풀어져 녹아 버렸고,, 큰 애 역시 아비 말이면 수긍하며 들어주는 편이라 그저 고개만 끄덕이는구나. 이미 우리 가족에게 어제 일은 머나먼 얘기가 되어 구순하니 흘러간 강물이 되었다.

“그렇지! 가족이 다 그런 거지. 흉금에 마음을 품어 무엇할까”

2011 - 06-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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