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술 한잔 마시면 본문

가족이야기

술 한잔 마시면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5. 01:59

술 한잔 마시면

나는 어제도 살고, 오늘도 살면서 나의 존재를 드러내기 위해 뭉그적거리고 있다. 집으로 돌아오기 위한 간절한 마음은 오랜 시절 마누라에게 잘못해 왔던 사실에 대한 참회이고, 또! 부끄러움의 표현인 것을 알고 있구나 허허..

술 한잔 마시는 것도 당신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고, 만 원짜리 한 장 쓰는 것도 당신에게 결재를 득해야 한다는 작금의 현실이 꿈과 같은데. 내가 씨 뿌려 세상 구경하는 두 아이들은 아직까지는 아무런 세상의 걸림돌도 없이 하루의 낮과 밤을 즐기면서 당당하게 자기가 세상의 꼭대기~ 이른바 "Top of the world"인 줄 알며 스스로가 그냥 세상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아직까지 모르며 살아오고 있구나.

오늘까지! 나는 내가 아닌 세상을 스치며 흘렸다. 내 아이들도 당연히 세상이 자기에게로 향하고 있고, 세상은 우리의 중심으로 흐른다며, 그저 아무런 의식 없이 평안하게 살고 있다.

이제, 내 아이들이 앞으로 지내가야 할 세상과, 환경이, 저 아이들의 생각보다 부족한 세상이라면 어떻게 지내갈까? 이렇게 세상을 찬찬이 바라보던 조근한 이 날에, 눈에 보이는 굴곡진 삶의 면면들을 내 아이들보다 옆에 있는 친구가 먼저 깨닫고 판단하면서 실행을 해 나가는 현실이 무섭다. 그 친구가 바라보는 내 아이들이 왜 저리 둔해 보일까! 저 나이 때의 나와 흡사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자니 그저 답답하다. 경험은 스스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키울 수 있다는데. 내 아이들의 모자람이 눈앞에 보이는 시실이 안타깝구나. 그것을 알고 가르침을 주어도 어떤 가르침인지 깨닫지 못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내가 더 답답할 따름이다.

그래도 이 아이들은 조급해하는 내 마음 아랑곳없이 세상의 규칙보다 우애를 택하고 삶의 동반자들과 오롯이 지내고 있다, 미동 없는 그 모습들을 바라보다가 내 잘못을 서서히 느끼게 되면서 그윽하니 가슴속에 차 오르는 포만감과 조용하게 스며드는 애틋한 평안함이 시름을 던다.

그러면서 아직은 심성이 고운 멍게 같은 막내아들과, 세상의 수레바퀴가 어느 곳으로 돌아 가는지 이제야 감을 잡기 시작한 어수룩한 큰 아들아이.. 저 두 아이의 삶의 이해가 아내의 잔잔한 가슴속에서 안개처럼 그러모아지는 모정 속에 휘돌아 든다는 것을 시나브로 알게 한다.

아쉬운 것은 그 감동을 희석시키면서 흐르는 시간이로되, 지내 온 세월이 아쉬워 늦은 시간 친구를 찾아 나지막하게 "공간의 생활이 더 중요하다" 한마디 말에서 이미 삶을 달관한듯한 그 담담함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잔잔한 겨울바람이 흐르는 토요일 밤! 걸쭉한 막걸리와 미끈거리는 통영굴의 파드득거림을 존중하는, 골목의 소통을 중하게 판단하면서, 작은 세상을 내려다본다는 후배가 커다란 안목을 품속에 조용히 넣어주며 마음 한 귀퉁이를 챙겨 주는 밤이 되었다. 헤어짐의 끝에 보내 준 사랑한다는 그 말이 앞으로 내 가슴속에 힘이 되리라..

2011 - 12 - 5

'가족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은 청명한데, 그래도 바람이 분다  (0) 2022.12.05
봄을 기다리며  (1) 2022.12.05
어머니의 입원  (0) 2022.12.05
이번 추석  (0) 2022.12.05
5월의 소회(所懷)  (0) 2022.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