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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밸런타인데이에 친구들을 만나다 본문
밸런타인데이에 친구들을 만나다
어제는 밸런타인-데이. 언제부터 이날을 남자 친구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로 인정했는지. 경우야 어떻든 밸런타인 성인께서 저 선남선녀들을 어여삐 여기사 축복을 내려 주시리라 믿습니다. 우연처럼 이런 날 친구들을 인천으로 불러 모았습니다. 진성이가 시험에 떨어진 것을 위로하자는 남수의 제안으로 모이게 되었죠..
하인천역에서 6시에 만나기로 했는데, 당사자인 진성이가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지만 나는 쉬는 날이라 미리 자유공원을 한 바퀴 돌아서 인천역으로 향했습니다. 모처럼 오른 자유공원의 공기가 시원하니 가슴을 휘젓고 들어오면서 인천항과 월미도의 청량한 기운을 불어넣어 줍니다.
남수와 은찬이를 만나 예약해 놓은 만다복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조금 늦는 진성이와 아내를 기다리며 이과두주 한 잔씩 마셨지요. 언제니 그렇듯 도수 높은 술은 내가 지금 살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을 목구멍을 통해 아낌없이 전해 준답니다.
진성이는 시험에는 떨어졌어도 좋은 곳에 취업이 되었다는 소식을 함께 전해주는 귀여운 센스를 보여 주면서 큼직한 초콜릿 봉투를 하나씩 돌리더군요.. 아내도 구청일을 마치고 조금 늦게 와서는 앙증맞은 초콜릿 통을 나눠 주면서 늦었다는 신고식을 했고요.. 본의 아니게 나이 들어 밸런타인 초콜릿을 얻어먹는 세 녀석들의 입가에 미소가 흐릅니다..
저녁을 먹고 근처의 카페로 자리를 옮겨 차 한잔씩 하고 거리가 먼 은찬이가 진성이를 바래다준다며 먼저 떠났습니다. 남겨진 아내와 남수와 함께 동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노래방에서 시원스레 노래 좀 부르고 전철로 남수를 배웅했습니다. 오늘도 남수는 영어회화를 할 수 있게 대비하라고 당부를 합니다. 이제 자기 회사로 데려갈 기세입니다. 참 미쁜 친구입니다. 노후를 함께 보내자는 고마운 제안인데 열심히 해 봐야겠어요..
오늘 나는 친구들에게, 지난 1년 반 동안 만나며 적었던 글들을 블로그북으로 묶고, 사진들과 음악파일들을 USB에 담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집에 돌아가서 지난 시간들을 담은 사진과 글들을 음악과 함께 보게 되면 하나하나 그 시간들이 되새겨질 겁니다.. 조금 더 지나다 보면 그리워할 추억의 보물상자가 될 테지요..
김 광석의 "서른 즈음에"라는 곡의 마지막 부분에 "또 하루 멀어져 간다...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구나..."라는 노래 가사가 가슴에 와닿는 것은 무엇인가를 이루지 못해도 시간은 흐른다는 안타까움이 우리에게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 무심코 흘려보낼 시간들이 아니겠지요.. 오늘과 매일 이별하며 사는 중에 한 가지라도 내 삶의 흔적과 보람을 남겨야겠습니다.. 먼 훗날 스스로 되짚어 볼 때 아무 흔적도 없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깝겠어요.. 우리는 이제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들이 점점 줄어드는 나이라서 그 아쉬움이 더 빨리 느껴질 테니까요..
2012 - 2 -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