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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함박눈이 내리는 밤에 친구를 만났다 본문
함박눈이 내리는 밤에 친구를 만났다
사랑하는 친구를 만나는 날! 주춤하던 눈이 헤어질 때가 되더니 펑펑 쏟아지고 있네요. 함박눈이 오고 있어요. 아주 기분 좋게 정말 흐드러지게 오고 있습니다. 지난달! 인생에서 새로운 의미를 얻은 친구입니다. 살아온 삶의 궤적에 어느샌가 신비한 혹성이 함께 돌고 있음을 깨달은 친구죠.
옆구리가 시리다는 얘기는 이미 옛말이 되었고, 그저 호탕한 웃음만이 가슴을 두들기더이다. 좋아요, 정말 좋지요. 내게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친구가 생의 의미를 함께 나눌 사람을 만났으니 그보다 더 좋을 일은 아마 내 세상에 더는 없을 것입니다. 이제야 제가 예전에 외롭던 그 친구를 위해 감춰 두었던 짤막한 글귀 하나 적어 본 것을 펼쳐 보렵니다.
사랑이란
언제 찾아도 반기는 친구 있어 나 행복하다.
인생 함께 담가 먹으니 더욱 기쁘다
이렇게 사랑하는 이
저렇게 사랑해주며
저렇게 사랑하는 이
나도 함께 곁을 주면
너는 그녀를 꼭 안고
토닥이는 모양만 고대하고파
욕심만 아니면...
사랑하는 친구가 사는 저곳에
사랑하는 친구가 사랑하는 친구가
사랑하는 친구와
사랑하는 친구가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 놓고
어서 오셔요, 맛있게 드셔요,
방긋 웃으며 말해 주면 좋겠다.
꼭 그랬으면 좋겠다...
맞아요, 그리 되었어요. 오늘 그 모습을 보았어요.. 손가락 부러지고 난 뒤 두 달만에 아무하고도 그저 미안하다며 도리질하던 술자리를. 부러 이 친구를 불러 오늘 처음 기분 좋게 한 잔 했어요. 친구 내외와 눈을 마주치며 즐거운 자리를 함께 했지요. 왜냐고요.? 그는 내 친구니까요. 구수한 된장찌개를 끓여 놓고 " 어서 오세요"라는 정[情]을 소담스레 담긴 인사를 해 줄 사람이 생겼으니까요..
참으로 흐뭇했습니다, 그리고. 자리를 파하고 식당밖에 나왔는데, 아! 글쎄.. 세상이 환합디다. 두 친구의 기분에 걸맞게 눈이 오고 있었지요. 눈이.. 뽀드득하게 뭉쳐지는 함박눈이.. 펑펑 오고 있는 게 아니겠어요. 머리숱이 별로 없는 나이지만 그대로 눈을 맞았어요.. 아내는 질색을 하며 스카프를 내 머리 위에 뒤집어 씌우는군요. 부부는 이렇게 틀립니다.
바라보는 눈은 같지만, 생각하는 마음도 같지만.. 그냥 이렇게 조금은 틀립니다. 삼십 년쯤 함께 이불 덮고 살다 보면 그 차이를 눈만 끔뻑여도 알 수 있지요. 아니까 따로 또 함께라는 불일치의 합치가 수긍됩니다. 눈 위에 쓰는 글씨는 다른 사람이 보아도 그 의미를 알기 힘들어요. 보이지도, 보여주지도 않는 글이라서.. 다른 눈이 덮고 지나가는 글이라서..
하지만 내가 쓴 글씨는 아니 글자는 나와 친구의 우정 속에 또렷하게 남을 겁니다. 아주 흔한 말이면서 쉽게 입에서 내놓기 힘든 그 말.. " 친구야 사랑해..!" 그렇게 우리는 오늘 즐겁게 만났고 기분 좋게 헤어졌습니다.. 설 지나면 또 만나야지요.. 자꾸 만나며 웃을 겁니다... 살아가는 동안.. 나잇살 먹어가면서...
2013. 2. 3 함박눈이 오는 저녁에 구월동에서
사랑하는 사람이(친구가) 옆에 있으면.. 없는 줄 알았던 힘이 생긴다는 것, 안면근육에 이상이 생긴다는 것-그냥 웃음이 나와요. 자존감과 자신감의 차이가 무엇인지 헛갈리는 것, 친구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는 것, 친구의 판단이 무조건 옳다는 것, 무엇보다 친구가 든든한 것, 그리고 모든 것이 명확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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