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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Oblivion 망각 / Astor Piazzolla 아스트로 피아졸라 본문

음악이야기/월드음악-샹송,칸초네,탱고,라틴등

Oblivion 망각 / Astor Piazzolla 아스트로 피아졸라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28. 00:50

https://youtu.be/Hu5zRc1_WCE

#piazzolla #레이어스클래식 '오블리비언' Oblivion (A.Piazzolla)│Sentimental & Souvenir  (Violin x Cello x Piano)

 

 

아스트로 피아졸라〈망각)
Astor Piazzolla_<Oblivion>

어둡고 좁은 카페의 한 구석 테이블이 보인다. 담배 연기가 자욱하게 깔려있다. 하지만 평소에 그렇게 싫어하던 그 담배 냄새가 아니다. 뭔가 다른 느낌이다. 몽롱해진다.

카페는 좁지만 그래도 작은 무대를 가지고 있다. 시야는 뿌옇게 보이지만 소리는 뿌옇지 않다. 눈을 감고 있으니 가늘고 아득하게 들리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그 소리에 눈을 떠본다. 아직도 난 그 뿌연 카페 안에 앉아 있다.

멜로디에 취해가는지 나도 모르게 다시 눈을 감는다. 잠깐 눈을 떴을 때 보았던 탱고를 추던 남녀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느리게 느리게, 아주 느리게 움직이며 상대방의 움직임과 서로 하나가 된다. 그러다 점점 빠른 스텝과 동작을 보이다 다시 느리게 느리게 서로에게 움직임을 맡겨버린다.

1921년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피아졸라Astor Piazzolla는 우리 귀에 아주 익숙한 리베르 탱고Libertango의 작곡가다. 1925년 이발사인 아버지와 재봉사인 어머니와 함께 미국 뉴욕으로 이주하면서 음악과 인연을 맺는데, 처음 그를 음악의 세계로 전도해준 악기는 10살 때 아버지가 주신 반도네온 이다. 그후 잠시 피아노도 배웠지만 탱고가수이자 작곡가인 가르델 Carlos Gardel의 눈에 띄어 그가 만든 영화에서 신문팔이 역으로 출연해 직접 연주하기도 했다.

1937년 아르헨티나로 돌아온 뒤, 반도네온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유명한 음악가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몇 년 동안 부에노스아이레스와 뉴욕을 오가며 작곡과 연주에 힘썼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주목받지는 못했다. 그래서 그는 점점 전통적인 탱고음악에 식상함을 느끼며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피아졸라는 1960년 다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5중주단 Quinto Nurus Tango을 결정했을 때부터 지신의 탱고를 새로운 탱고인 누에보 탱고 Nuevo Tango라고 부르며 기존의 탱고와는 다른 독창적인 탱고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1974년부터 유럽을 비롯한 세계 각국을 오가며 자신의 음악을 널리 알리기 시작했다. 이 시기 유럽에서는 탱고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때로, 클래식 음악 쪽에서도 큰 관심을 가지고 피아졸라의 새로운 탱고를 지켜보았다.

이미 '탱고의 황제'가 된 피아졸라는 반도네온 연주의 거장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의 반도네온 선율을 들으면 어느 곡을 듣든지 너무 멋있다. 누구라도 어깨를 들썩이고 싶을 정도의 흐느낌을 가진 선율이다. 춤 '탱고'에는 관심이 없더라도 음악'탱고'에는 무한의 관심을 가질 수 있게 정말 멋지고 좋은 곡을 많이 남겨준 피아졸라가 사랑스럽다.

개인적으로 그의 작품 중 〈망각 Oblivion)을 연주하는 것을 좋아한다. 무엇인가에 홀린 것 같은 느낌, 환각상태인 것 같은 몽롱함을 가진 곡이면서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다 하는 곡이다.초점 없이 하늘을 바라보는 애잔한 시선, 그런 상태에서도 견고하게 가지고 있는 자아의식과 미래를 향한 큰 욕망이 섞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어찌 보면 내 자신의 내면과 같다고나까? 그래서 이 곡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또 매력적으로 공현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연주하는 망각을 듣고 이 곡과 사랑에 빠진 어떤 한 청중은 항상 내게 묻는다.

"언제 연주하실 거예요?"

꼭 어떤 곡보다 내가 연주하는 이 곡을 참 좋아하기 때문에 듣기 위해 묻는 것이다.

나도 궁금하다.

'언제 연주할까? 비 오는 여름에? 눈이 오는 겨울에? 아니면 낙엽이 날리는 가을에? 봄비 내리는 봄에?'

언제라도 다 좋다. 그저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그 날이면 된다. 어떤 날 듣더라도 <망각>은 곡 제목처럼 우리가 망각한 삶의 한 파편을 찾아줄 것이니까.

내게 그 파편은 무엇일까?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문학평론가,서울과학종합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