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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째서 상인(商人)인가? 본문
어째서 상인(商人)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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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해가 우차를 끌고 교역하는 모습을 그린 청나라 때 삽화.
망국의 백성들 나라 잃고 떠도는 슬픈 곡절이라
어째서 상인(商人)인가?
아무 생각 없이, '상인, 상인'이라지만 그 내력을 알고 보면, 참으로 슬프다. 까닭이 있다. 옥편에서 상(商)자를 찾아 보면 '장사할 상'이라고 나와있다. 좀더 찾아 보면, '나라 상'이라고도 나와 있다. 바로, 그것이다.
상 나라는 주(周)나라 무왕한테 망했다. 오나가나 망국의 백성은 슬프다. 우리나라도 일본의 지배를 받게 되자, 백성들이 만주 등 온 데로 헤쳐졌다. AD 70년 이스라엘이 로마한테 망하자, 로마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그들 고향에서 모조리 쫓아냈다. 온 세상에 유랑 길에 나섰다. 먹고 살자니, 낯선 땅에서 장사길 밖에는 없었다. 오늘날 장사꾼이라면 유대인을 쳐주는 데는 그런 슬픈 곡절이 있었다.
주는 상 나라 사람들의 토지를 뺏고는, 정든 땅에서 쫓아 냈다. 상의 백성들을 굶어 죽게 되였다. 산 입에 거미줄을 치게 할 수는 없었다. 먹고 살아야 했다. 장사 길에 나섰다. 이곳에서 싼 물건을 사서, 비싼 저 곳으로 가서 팔았다. 지배자 주 나라 사람들이 볼 때, 참으로 천한 짓이었다. '그런 천한 일이야, 상(商) 나라, 사람(人)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바로 '상인(商人)'이다. 상인이라는 말의 시작부터가 천했다. 자연스럽게 '상업(商業)이란 말도 뒤 따랐다. '상품(商品)'이란 말도 같다. '상 나라 사람들의 물건'이란 말이다. 이렇게 '상(商)'가 머리에 붙은 것은 모두가 천한 것으로 여겼다. 우리 말에도 '장사치'란 말이 있다. 고운 말은 아니다. 상인을 얕보는 말이다. 그래서 상인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려 든다. 뒷날 일반 백성들의 계급을 나눌 때, 농(農), 공(工), 상(商)이라 하여, 상(商)을 제일 꼴찌에 두었다. 뜨내기 장사꾼들의 생명은 바로 신용과 성실이다.
오늘날도 중국에서는 산서인들을 성실한 사람들로 쳐주고 있다. 산서는 옛 상의 땅이다. 그 점을 높이 쳐서, 산서인들의 장사꾼을 '성가(誠賈)'라며 달리 쳐주고 있다. 그 전통이 오늘날까지 내려온다. 모택동이 죽을 때, 대권을 화국봉에게 넘겨 주면서 했던 말이 유명하다. "자네가 일을 맡으니, 내 마음이 놓인다" 화국봉이 산서 출신으로 정치력은 부족했을 망정, 사람 하나는 성실했다.
재밌는 것은 우리말 가운데 '가게'라는 것이다. 상인들도 마냥 등짐을 지고, 떠 돌아 다닐 수는 없었다. 한 곳에 주저 앉아 '가게'를 열어 장사하기 시작했다. 그것을 '가(賈)'라 불렀다. 우리말에 '가게'란 것도 바로 여기서 비롯했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다. 전국시대의 '안자춘추(晏子春秋)'를 한 번 읽어 보자. 가게를 열었으니 상품선전을 해야지 않는가? 모두 글을 몰랐다. 그래서 넓은 판자 조각에다 취급상품을 그림으로 죽 그려 놓았다. '초패(招牌)'라 일렀다. 광고술도 더욱 발전, 상품을 가게 앞에 죽 매달아 놓았다.
'황자(幌子)'와 '망자(望子)'란 광고기법이었다. 오늘날 옷 가게 앞에 청바지나, 티 셔츠 등을 죽 걸어 놓는 광고기법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 우리들은 도시를 '시(市)'라 부른다. 중국에서는 '성(城)'이다. 중국의 '시(市)'는 시장(市場)을 말한다. 물론 상인들이 만든 것이다. 그 무렵 시장이 어떠했는지, '역(易), 계사(繫辭)'가 잘 전해 놓았다. '낮에 시장이 열린다. 천하 사람들이 몰려와서 천하에서 몰려든 물품을 사고 팔고는 해가 지면 모두 제 집으로 돌아간다' 한 때의 우리들의 시골 닷새 장 모습을 그대로 보는 것 같다.
요즘은 세상이 하도 빨리도 바뀌어 가게니, 시장이 없어지고 있다. 정겨운 구멍가게나, 훈훈한 인심의 닷새 장에 대한 애틋한 향수에 못 이겨, 지난 날을 한 번 더듬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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