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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소한(小寒) 에 자유공원을 둘러 보며 옛 친구를 만나고 옛 추억을 반추하다 본문
https://youtu.be/yQQomy8iJ8Q?si=mlQ1CGbFG6a-nNZY
오늘은 소한(小寒) !
절기 중에 제일 춥다는 날, 아침 창밖에 파란 하늘이 눈에 띄게 맑아 보인다. 올해 들어 제일 상쾌한 날이다. 아내의 동선이 분주하다. 배모 국회의원의 보고회에 참석해 주십사 적십자사에서 회원들에게 모임을 통보하였다. 적십자사도 정치에 자유롭지 못함을 알게 되었다. 상쾌한 기분이 다소 줄었지만 아내의 선택이니 그러려니 해야지.
모처럼 수창이가 아점을 먹자 전화를 하였다 이미 밥을 먹은 뒤라 차나 한잔 하러 중앙동커피집엘 들렀다. 기수형님 가시고 우울한 기분이 아직 가시질 않았는데 수창이의 밝은 모습을 보니 마음에 안정감이 든다. 모처럼 들른 찻집인데 주인아주머니가 살갑게 맞아준다. 찻집 안의 정감있는 사진들과 장식들에 대한 칭찬을 했더니 찻값할인 서비스를 해 주시는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솟는다.
작년 5권의 사진책을 출간한 수창이가 출판사의 수익배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올해는 영문출간을 해서 세계로 발돋움을 하겠다며 새해의 의지를 펴 보이는데 부디 생각과 포부에 맞는 결과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함께 간절해진다. 아직 기수형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와, 올해의 웅지를 펴 보이는 수창이와 새해를 맞이하는 출발점이 다른 것을 보니 한 세상에 살아 가면서도 이렇게 큰 차이를 보이는 것에 대한 반성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한다. 배울점이 많은 친구이다.
수창이와 헤어지고 자유공원을 산책하였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날이 화창해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한가롭게 공원을 다니고 있다. 제물포구락부에 들러 목판화가 김 상유의 감성있는 작품들을 둘러본 뒤 공원광장에서 서해 앞바다도 바라보고 올림포스호텔옆의 흉물스러운 아파트괴물에 감자질도 해보고, 모처럼 한미수교 100주년기념탑에 들러 사진도 찍고, 연오정과, 석정루에도 올라 보았다.
돌아가신 오동장님 사택이었던 월드 커뮤니티센터를 지나치는데 바로 앞에는 내가 결혼했던 한국회관 자리의 리움하우스가 한창 손님맞이 단장을 하고 있다. 대복사옆의 빈터에 잡초들이 무성한데 한 때 그 위에 자리했던 조그만 찻집의 공간과 그 공간에서 사랑을 노래하던 친구가 떠 오른다. 청일조계지 계단위의 뜬금없는 공자상의 등장에 황당한 지난 시간도 되돌아보고 80년 초 북성동사무소에서 일을 돌 봐 주신 계단옆의 정 처송 아저씨댁을 가늠해 보는데 함께 일하던 떠꺼머리 경성이의 모습도 단 번에 떠 오른다. 그 친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여기저기 추억들을 담다보니 오래된 폰의 배터리에 비상이 걸렸다. 보고회 끝나면 아내와 함께 시장에 가서 짐꾼이 되기로 했는데 아내와 연락을 하려면 이제 더 이상 추억 담기는 끝내고 전화기를 쉬게 해야겠다. 한 해가 시작되었으니 중구에 온 김에 인열이 형님에게 인사를 드리러 서울당구장엘 들렀다. 여전히 밝게 맞이해 주시는 형님의 미소에 미음이 편해진다.
천천히 올림포스호텔 아랫길을 지나 제물진두 성지를 들른 뒤 보고회를 하고 있는 한중문화관으로 가는 길에 우연히 친구와 함께 있는 진숙이를 만났다. 작년에 수술을 하여 몸이 괜찮은지 안부를 묻는데 얼굴은 괜찮아 보여 다행스럽다. 오랜 시간. 변함이 없는 모습이다. 진숙이도, 나와 정석이의 삶의 한 귀퉁이에 스쳐 지나간 인연을 담고 있는 친구인데 정석이의 사망소식에 너무 섧게 울음을 터트리던 그 순간이 금세 떠 오른다. 부디 건강하게 살아가길 바란다.
마침 아내가 보고회 장면을 찍어 보냈다 옹진군수를 하고 있는 문 경복 씨가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성동에서. 함께 근무했던 옛 동료인데 알랑 드롱보다 잘생겼던 얼굴이 칠순을 넘긴 지금은 연륜만 보인다. 보고회가 끝나 잠시 만나 인사를 하였지만 애틋함은 지울 수 없다.
기다리던 아내를 만나 용현시장엘 들러 반찬거리와 먹을거리를 사고 귀가한 오늘.. 혼자 돌아다니던 자유공원일대에서 걸음마다 숨어 있는 옛 추억을 한가득 담았고 우연찮게 옛 친구들도 만나 한 시절을 되돌아볼 수 있어 고마운 하루이다. 이제 며칠 안에 짬을 내 기수형이 계신 서울 승화원엘 들러 인사를 하고 나의 신년을 준비해야지. 그리움이야 언제고 가슴에 담아 둘 수는 있겠지만 매일의 순간을 그리움으로 채우며 살아 갈 수는 없으니.. 2024.1.6 소한.. 날이 청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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