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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Core N'Grato / 무정한 마음 - Caruso 본문
Core N'Grato / 무정한 마음 - Caruso
몇십 년 전의 기억이지만, 아침이면 서둘러 집을 나서던 그날들이 여전히 생생하다. 주인선의 교각을 따라 걷던 새벽길, 발걸음은 매일같이 같은 리듬을 타고 있었지만, 마음속 풍경은 늘 조금씩 달랐다. 어둑어둑한 새벽 공기 속에서 도시로 향하는 기차 소리는 아직 잠들어 있는 세상의 고요를 깨우며, 내게는 알 수 없는 설렘을 안겨주곤 했다.
프라타나스 나무들이 줄지어 선 길목에서 시작해, 어느새 이파리들이 갈빛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계절이 바뀌어 가는 것을 느끼곤 했다. 그때 종종 하굣길에 마주치던 여학생이 떠오른다. 그녀는 늘 발랄하게, 마치 바람을 타고 걷는 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지나갔다. 같은 시간,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그녀의 청춘은 나와 다른 결로 빛나고 있었다.
그 시절엔, 참 많은 노래들이 입가에 맴돌았다. 그 중에서도 즐겨 부르던 ‘카타리’가 떠오른다. 학교로 가는 길, 그 고즈넉한 교각 밑에서 한 소절, 두 소절씩 흥얼거리며 나만의 시간을 즐기곤 했다. 그때의 나는 노래를 부르는 청춘을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깊은 탄식속의 격정을 노래한 이 노래를 즐기던 것은, 당시에는 알지 못했던 사랑의 깊이를 미리 예감하게 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 문득 그 시절이 떠오를 때, 혀끝에서 맴돌던 ‘카타리’의 한 소절이 내 안에서 잠시나마 다시 살아날 때. 그럴 때면 용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만' 그녀의 목소리는 나의 감성을 붙잡아 놓지만, 그 시절에 내가 흥얼거리던 노래 속에서 느꼈던 것들이 지금의 나와 함께한다는 느낌이 든다
‘가고 있는 청춘에 무정하게 흐르는 세월이로다!’
무심히 흐르는 세월 속에서, 그 새벽길을 걷던 내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잔소리하는 아내가 옆에 있는 지금 충분히 행복하듯 때로는 추억이란 그 자체로 인생의 가장 빛나는 순간이 되어 우리를 위로해 주기 마련이다.
https://youtu.be/OQt9x-GZQ8g?si=kabmXUbOrPmG0uL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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